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단장8(3)
    2023년 09월 04일 21시 38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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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라...... 아레스의 어머니를 말한다. 그녀는 아들이 용사가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나도 내 딸을 용사로 만들고 싶지 않다. 이런 험난하고 위험한 여정에 자식을 보내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남의 아이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있다.



    "나는 ...... 상냥하지 않아."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예언자의 목적은 마왕을 쓰러뜨리는 거잖아? 하지만 한 발짝만 더 가면 그것이 이루어질지도 모르는데,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있어. 상냥하지 않으면 못할 일이야."



    "............"



    "하지만 만약 내가 마왕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죽는다면, 만약 내가 다시 시작하게 된다면 다음번에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서툴러서 배우게 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잘 부탁할게. 그러면 그때는 내가 아레스의 동료로서, 그 녀석이 죽을 일 없이 함께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



     잭은 농담처럼 자신의 후회를, 진짜 소원을 말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후, 잭 일행은 장렬한 사투 끝에 마왕을 쓰러뜨렸고 나의 1000년에 걸친 여정은 끝이 났다.



    ────



     마침내 긴 윤회에서 벗어난 나는 환희에 감격했다. 드디어 끝을 맞이할 수 있다, 사람으로 죽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 기쁨도 하룻밤이 지나 잠에서 깨어난 순간 사라져 버렸다.



    "죽은 사람들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아"



     아레스뿐만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선택으로 인해 죽어갔다.

     초창기의 『세계편찬』에서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느새 나는 그것을 소홀히 여기게 된 것이다. '어차피 헛수고, 어차피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왕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사실은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을 텐데.



     그 뒤로는 계속 자신을 자책했다. 빨리 자신의 목숨이 다했으면 좋겠다며, 그것만을 바랐다.





     몇 년 후, 죽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던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알렉시아였다.

     신전을 지키는 신관들과 긴 실랑이를 벌이다가 반쯤 억지로 성역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딸은 솔론의 권유에 따라 잭의 행방을 묻기 위해 이곳에 온 모양이다.



    (정말 어리석은 딸이야)



     내 고뇌도, 잭의 마음도 모르고 호기심 때문에 신역에 들어올 줄이야.



     내 가슴에 검은 기운이 감돌았다. 알렉시아에게 모든 것을 알려준 후, 자결할 때 사용하던 독주를 권했다.



    "당신도 무녀의 일족이라면 그 각오를 보여줘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다면, 잭의 행방을 알려드리지요."



     단순한 협박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그 어리광쟁이 딸이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알렉시아는



    "알겠어요, 어머니."



     라고 대답하고는 독주를 다 마셨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고뇌의 표정 하나 짓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죽어갔다.



     알렉시아의 죽음을 목격하며,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 『세계편찬』을 해왔는지 떠올렸다.

     이 아이를 구하고 싶어서, 나는 몇 번이나 죽음을 뛰어넘은 것이 아닐까.

     

     

     

     이 아이에게는 이 아이의 각오가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는 그것을 내 우울한 감정의 분출구로 삼은 것이다.

     나는 단검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알렉시아의 몸 위에 쓰러졌고, 다시 1시간 전의 세계로 돌아갔다.



     나는 신관들에게 알렉시아가 오면 통과시키라고 지시하고서 두 번째 딸의 방문을 기다렸다.



    ────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떠서 알렉시아가 떠난 것을 확인했다.

     성역에 고요함이 돌아왔다.



    "고마워, 알렉시아. 사랑하는 내 딸."



     무엇을 하든, 반복할 때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고독한 여정이었다.

     아무런 보답도 없이, 나의 인도 때문에, 나의 선택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었다.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는, 저주받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말해주었으면 했어......"



     더 이상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제단에 기대어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ㅡㅡ다시는 그 아이와 만날 수 없다ㅡㅡ



     그것이 자신에게 부여한 유일한 속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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