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을 품는 건 알겠지만, 차분히 설명해 줄게. 에르마 ...... 냉정한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지금은 상황이 심각해서, 내분을 일으킬 때가......"
나는 땅을 박차며 칼로스에게 칼을 휘둘렀다.
칼로스가 재빨리 검을 뽑아 막아냈다.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나와 칼로스 사이에 울려 퍼졌다.
"너는 좀 더 침착할 줄 알았어, 에르마. 의심하는 마음은 물론 이해하고 말고. 다만 <한탄의 묘소>에서 <왕의 방황>을 일으킨 것은 내가 아냐. 그건 나와 함께 동행했던 모험가들의 증언에서도 쉽게 알 수 있는 ......"
칼로스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꾸짖는 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알리바이의 트릭은 눈치챘었다."
"호오."
칼로스는 표정을 바꾸어 흥미로워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하레인을 통해 <한탄의 묘소>의 각 모험가들의 조사 보고서를 훑어보았다.
그것들을 살펴본 바, <왕의 방랑> 직전에 파티에서 혼자서 이탈한 것 같은 수상한 인물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때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가지고 있지 않은 감지스킬로 이상을 감지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스킬을 숨기고 싶으니 파티원 모두가 이상한 모습을 보고 나서 움직인 것으로 해달라'라고 멤버들을 유도한 인물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게임과는 달리, 이 세계에서 개인의 스킬트리 정보가 중요하다는 것은 켈트와 메아벨의 말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아무리 비상사태의 조사라고는 하지만, 상급자가 그렇게 말한다면 일단 거역할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칼로스는 파티원들과 함께 스컬로드의 <왕의 방황>을 목격하고서, 그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최후열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실상은 아마도 달랐을 것이다.
칼로스는 동료들에게 '<제6감>으로 <왕의 방황>을 감지했으니 최후열을 맡겠다'라고 동료들에게 전하고, 자신은 홀로 보스 방으로 가서 스컬로드를 자극해 <왕의 방황>을 일으킨 것이다.
나는 얼마 전 철야에 지쳐 말이 어눌해진 척하며, 힐데에게 '칼로스는 <제6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떠보며 그녀로부터 그 증언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가설 위의 가설이다.
내가 의심을 드러내어도 다른 파티원의 불안을 부추기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었고, 나 역시 칼로스를 믿고 싶었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칼로스를 만나면서 내 안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공갈을 쳐서 켈트나 메아벨이 보기에도 칼로스가 의심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한 번 더 허세를 부림과 동시에 마지막 확인을 했다.
만약 <제6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거짓이라면, 실제로 같은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방금 발언한 상대를 눈앞에 두고 그 스킬을 소유한 것처럼 속이는 것은 꺼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켈트의 스킬에 대해 말을 슬쩍 흘리며 반응을 살폈다.
칼로스는 이에 걸려들었고, 결국 켈트에게 <제6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받게 되었다.
"칼로스가 배신자다! 이 녀석은 레이드 조사라는 명목으로 상급 모험가들을 끌어들여 함정에 빠뜨려 <꿈의 주인>의 제물로 삼기 위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루체가 옆에서 달려들어 칼로스에게 칼을 휘둘렀다.
"<곡예 연격>!"
루체가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나이트를 연타한다.
칼로스는 오른손을 내밀더니, 방패 너머로 나를 밀어냈다.
한 손으로 검을 우아하게 다루어 루체의 처음 보는 <곡예연격>을 모두 처리하고는, 날아오는 켈트의 화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오른손으로 잡아 꺾어 버렸다.
"거짓말 ......!"
루체가 숨을 헐떡였다.
"하하하하하하하!"
칼로스는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더니, 검을 힘차게 휘둘러 루체를 날려버렸다.
"루체!!"
루체는 땅에 떨어질 줄 알았지만, 화려하게 공중에서 회전하며 멋지게 착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칼로스는 가볍게 몇 미터 정도 뛰어올라 우리와 거리를 두고 뒤쪽의 바위 위에 섰다.
나는 칼로스에게 검을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