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 졸업 ②2020년 12월 16일 01시 30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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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894년, 마술학원 졸업파티가 시작되었다.
파티에는 귀족들이 소속된 특별 학급 뿐만 아니라, 동시에 졸업하는 학생 전원, 총 88명이 참가한다.
그렇게 들으면 적다고 느껴지겠지만, 이 세계의 인간종은 마력을 갖고 있어도 그걸 실전 레벨로 쓸 수 있는 자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마력을 가진 자는 우대되어, 건국시에 힘을 보여준 일로 귀족이 된 자들의 말예는 마법을 다루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있다.
그런 풍습이 있기 때문에, 후작이라는 상급귀족이면서 마력제어가 어려워 마술을 잘 못 다루는 미셸 가문의 영애가 매도당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졸업생이 88명이라고 해도, 에스코트 파트너와 졸업생의 가족과 학교의 관계자 등을 합한다면 참가자는 가볍게 300명을 넘는다.
이번 연도의 졸업 파티는 예년과는 약간 분위기가 달랐다.
귀족 측의 입장구에서 귀족 학생들이 입장해온다. 먼저 들어온 것은 자작과 남작 등의 중급 귀족이며, 준남작과 기사작 등의 하급귀족은 일반 학생과 같은 취급이다.
하지만 일반 학생과 귀족 관계자가 주목한 것은 귀족 학생이 아니라, 그들이 이세계에서 소환한 지성생물ㅡㅡ[파트너] 들에 있다.
"이번 연도에 소환된 파트너는, 인족이라고 하던데."
"수백 년 전의 성녀님 시대 이후로군요."
"인족이 소환되는 건, 커다랑 재앙을 회피하기 위해 여신님이 불러들인다고도 하던데....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두렵구려."
"하하하, 몇 번인가 큰 사건도 일어났지만, 수습되지 않았습니까. 과거에도 큰 사건이 일어난 후엔 나라가 크게 번영했으니까, 이제부터가 기대됩니다."
"이것도 여신님의 인도겠네요."
"봐봐. 검은 머리카락에다 검은 눈동자...저 분들이 아닐까?"
귀족 측에서 입장하는 흑발흑안의 소년소녀들에게 시선이 모인다.
자신들과 같은 [인족] 이라고는 해도 이세계인이다. 자신들이 학생 시절일 땐 오우거나 마물 등이 소환되었던 것을 봤었던 귀족들은, 미남미녀가 나타나자 감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입장하는 [파트너] 들이 늘어날 때마다, 귀족 관계자들이 표정이 의아함으로 찌푸려졌다.
"어떻게 된 일인가? 왜 나의 조카는 시녀 따위를 에스코트하고 있지!?"
"제 손녀딸도 그렇네요.... 파트너를 얻지 못했다는 걸까요?"
귀족학생의 절반 정도가 [파트너] 를 얻지 못했다.
파트너 후보인 소년들은 거의 전원이 귀족의 파트너가 되었지만, 지친 표정의 소녀들은 절반 이상이 집사의 에스코트로 입장하였다.
어떻게 된 일이냐며 웅성거리는 귀족관계자 안에서, 한 여성이 내뱉듯이 중얼거렸다.
"제 여동생이 말했어요. 미셸 가문의 샤론님이 죠엘 전하를 제쳐두고 재빨리 파트너를 결정지어버렸다고."
"그건 나도 들었다. 제일 예쁜 여자를 가져가서, 파트너 후보인데도 메이드로 부려먹고 있다는데."
"어머, 정말 심한 짓을....."
"왕비의 총애를 받는다고는 해도 결국은 하급귀족 출신의 어미를 둔 자로구만."
"천한 태생이라서 마술도 제대로 못 쓰는 열등생이라고 들었어요."
그런 귀족들의 소리가 들렸는지, 일반 학생의 일부가 잠깐 분노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때, 회장이 순식간에 웅성거렸다.
지금 화제로 올라있는 미셸 후작가 영애 샤론이 입장했기 때문인데, 그 이상으로 그녀의 아름다움에 눈을 의심케 하였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아이였나? 본 적도 없는 광택의 고급 드레스를 두른 그녀는, 백장미라고 불렸던 그녀의 생모를 방불케 하였다.
그리고 제 2 왕자 죠엘전하의 혼약자후보였던 샤론이, 메르시아 후작가의 후계자에게 에스코트되었던 것도 주변에 충격을 주었다.
메르시아 후작가의 안디는 아직 독신이고 외모도 좋으며, 죠엘 전하의 호위기사대장을 하고 있어서 아가씨들에게 정말 인기가 좋았다.
그 충격도 다음 나타난 죠엘 전하가 처음으로 보는 검은 머리의 아가씨를 에스코트 하는 것으로 더욱 커졌다.
이 졸업파티에서 왕족이 에스코트한다는 말은, 그대로 약혼자로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녀는 어느 가문의 아가씨인 걸까? 그런 이야기로 웅성거림이 더해졌고, 그 후에 입장해온 태자 전하와, 그가 에스코트 하는 자작영애 클라리스가 나타났음에도 사전에 태자와 성녀의 약혼을 알고 있던 민중은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클라리스는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거야!?'
그 모습을 귀족관계자석에서 보고 있던 에밀 왕녀는 놀라고 있었다.
그 흑발 메이드의 보고로는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으며, 에밀의 시녀도 긴코를 괴롭히는 샤론을 확인했다.
보고로는, 샤론의 괴롭힘 때문에 긴코가 죠엘의 약혼자가 되기를 포기하기 직전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현재, 긴코는 죠엘과 행복한 듯이 마주 보고 있고, 약혼자를 빼앗겨서 화내고 있어야 할 샤론은 안디와 달달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 흑발 메이드가 배신한 건가? 물어보려 해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된다. 이대로는 정말 좋아하는 죠엘 오라버님이 영문도 모를 이세계의 여자한테 빼앗겨버린다. 라며 에밀은 다급해하였다.
죠엘 오라버님은, 샤론같이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형식 뿐인 결혼해서 평생 나만을 귀여워하면 되는 거다. 그를 위해선 남매끼리 금단의 관계가 되어도 상관없다고 에밀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빨리......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혼란에서 회복되고, 조금씩 인정해버리기 전에 행동을 일으켜야 한다.
그 초조한 마음이 신에게 닿았는지, 귀 안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 가 들렸다.
[일어나세요 에밀. 바로 긴코를 규탄하는 거예요. 긴코는 왕족의 약혼녀에 어울리지 않는, 귀족의 상식과 어울릴 수 없는 행위를 하고 있어요. 지금 바로 긴코를 규탄한다면, 샤론이 같은 편이 되어서 증언해줄 거예요.]
에밀은 그 목소리야말로 [신탁] 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 왕비나 성녀가 된 자들도, 신탁을 듣고 이 나라를 인도했다는 걸 떠올리며, 에밀은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씩씩하게 걷는 에밀의 귀에서, 메이드복을 입은 자그마한 거미가 나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긴코 씨, 당신의 행동은 두고 볼 수 없어요. 당신은 죠엘 오라버님의 상대로 어울리지 않아요!"
"에밀!?"
갑자기 긴코를 규탄하기 시작한 에밀에게, 죠엘이 놀란 듯 소리내었다.
"오라버님에게 그 여자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 여자를 왕족의 하나로 맞이하다니, 제가 용서할 수 없어요!"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긴코는 그런 애가 아니다."
"오라버님은 속고 있다고요! 증인이 있어요."
"증인......?"
의아한 듯 눈썹을 찌푸리는 죠엘. 놀란 듯이 굳어버린 긴코.
갑작스런 일에 출석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 와중에, 에밀은 득의양양하게 은발 소녀에게 얼굴을 향했다.
"자, 샤론, 증언하세요!"
그 에밀의 말과 출석자 전원의 시선을 받고, 샤론이 당황한 듯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부들부들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기, 긴코는 좋은 아이인 것이와요. 그런 짓은 하지 않았어요."
샤론의 말에 에밀이 눈을 휘둥드레 하였다.
어째서? 신탁에 따른 것 뿐인데, 어째서 그렇게 되었지?
"......에밀."
"죠엘 오라버님..... 아, 아니에요! 제가 아니에요, 여신님께서 신탁을 내리셨어요!"
"......신탁?"
어떻게 보아도 에밀 왕녀의 망상으로 들리긴 하지만, 출석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회장에 있는 여신의 제단으로 모였다.
어째서 예년에 안보이던 제단이 올해에는 있는 걸까? 그 옆에는 이 왕국 유일의 성기사인 에리어스가 서 있다. 그가 뭔가를 한 건지, 제단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여신의 신성한 기운이 빛으로 넘쳐나서 사람들의 이목을 모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밀 왕녀의 즉흥적인 허언. 그럼에도 국민들에게 사랑받은 어린 왕녀가, 오라버니가 고른 상대를 폄하하는 일은 보통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고, 거기다가 제단에서 신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보아도 [신탁] 이라는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었다.
"설마, 진짜로 여신님이?"
그런 생각이 출석자들의 뇌리에 스쳤고, 그 생각이 신앙심을 한순간 흔들었는지 제단의 인장이 진동하는 듯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입니다!"
갑자기 소리를 친 에리어스가, 인장에 검을 찔러넣었다.
설마 여신에게 가장 사랑받는다고 일컬어지는 성기사 에리어스가 그런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사람들은 경악하였고, 마음에 들어하던 아이가 검을 향해서 놀랐는지, 제단에서 빛나는 물체가 놀란 듯이 뛰쳐나왔다.
그 빛을 향해서 천장에 달라붙어있던 검은 그림자가 뛰어내리며, 빛나는 실같은 물건으로 빛나는 물체를 휘감아버렸다.
눈으로 잘 응시해보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실이 회장 전체를 거미집처럼 쳐놓았다는 사실을 눈치챌 것이다.
몇 겹이나 둘러치는 거미실에 붙잡혀서 발버둥치는 빛에, 천장에서 내려온 흑발 메이드 소녀가 노래를 부르는 듯 싱긋 미소짓는다.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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