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2 약혼
    2020년 12월 15일 15시 47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8839dt/52/




     오늘은 샤론 아가씨와 알그레이 왕국 제 2 왕자 죠엘님의 다과회입니다.


     처음 뵈었을 땐 그림책에 나올 것 같은 '왕자님' 인가 생각했었지만, 이 나라 분들은 모두 개성이 강하다고는 해도 솔직히 제 1 왕자인 유리님이 강렬한 분이었기 때문에 인상이 옅어져서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죠엘님, 오늘은 초대해주셔서 정말 기뻐요."


     "샤론,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다."



     아, 그렇네요. 지금 아가씨께서 인사한 분이 죠엘님이었네요.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구요. 잊어버린다니 그런 실례되는 짓은 안 했다구요.

     

     그건 그렇고, 아가씨는 정말 훌륭해지셨습니다. 첫 무렵에는 말을 할 때마다 더듬거렸던, 낯을 가리는 아가씨였었지만 지금은 전하와 훌륭하게 인사를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레티, 또 이상한 걸 생각했사와요."


     "아가씨의 성장을 곱씹어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약간 불안한지 제 옷소매를 쥐고 있는 점이 귀여워서 좋네요."


     "레티, 쉬~잇."


     

     소곤대며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자리를 준비한 집사가 아가씨를 안내합니다.


     오늘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평소에 10명 이상이 주욱 늘어서 있던 시녀와 호위기사의 모습은 안보이고, 입이 무거워보이는 집사와 연상의 시녀가 두 명, 호위도 근위기사 안디님 뿐이었습니다.



     "플뢰레티 양도 같이 어떤가?"


     평소대로 아가씨의 대각선 뒤에 선 저에게, 죠엘님 (가정)이 말을 걸었습니다.


     "레티....."


     샤론 아가씨가 약간 고개를 돌리며 저의 이름을 작게 부릅니다.


     "죄송해요. 오늘은 아가씨의 옆에 있도록 하겠어요."


     

     "그런가요.... 당신과 차를 마시는 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죠엘님은 약간 아쉬워하면서도,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주셨습니다.



     "그건 그렇고....시녀의 얼굴이 윤기가 흐르는 게 신경쓰이네요....."


     ""죄, 죄송하옵니다.""


     연상의 시녀 두 사람이 (윤기있는) 얼굴로 나란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기.....샤론님의 시녀가 갖고 온 걸 시식해봤더니....."


     ".....뭘 들고 온 건가?"


     죠엘님이 약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절 봅니다. 거 싫네요. 기묘한 일이라 해서 모두 제가 원인인 것이 아니라구요.


     

     "아가씨들의 다과회에는 단맛의 과자를 들고 갔었지만, 오늘은 죠엘님 (가정) 께서 초대하셔서 안디님도 같이 드실 거라 생각하여 배가 부를 만한 걸 만들어 왔어요."


     "오호."


     한창 자랄 때인 죠엘님은 약간 기쁜 듯한 얼굴이 되었고, 단 것이 없다고 눈치챈 아가씨는 놀라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건 기대되는군. 안디도 앉아서 들도록."


     "....예."


     죠엘님의 말씀에 뒷편에서 서 있던 안디님이, 약간 당혹스러워 하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아니면 아가씨를 바라보다가 반응이 느렸던 걸까요?


     "이것이 그 '분식' 이옵니다."


     "호오~.....뭡니까, 이건....."


     남자들한테 직빵인, 고기버거입니다.


     

     """......"""


     

     모두들, 말없이 고기버거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물론 마물의 고기라는 건 비밀입니다. 따스한 상태로 내놓기 위해, 제가 전력으로 시공간을 왜곡시키며 힘들게 모셔왔습니다.


     그 효과가 어떤지는, 몇 입 먹어보았던 시녀들의 피부 상태를 보면 알겠지요.


     .....하지만, 이상하네요. 약간 반응이 시원찮은 느낌이 듭니다만. ......앗, 혹시.


     "죄송하옵니다, 아가씨. 칼로리가 부족하신지요?"


     "그러니까, 전 칼로리를 좋아하는 게 아닌 것이와요!"




     "자, 샤론에게 와 달라고 한 건, 전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예....."


     

     당분간 차와 분식을 음미하다가, 이제야 오늘의 본제가 나왔습니다.


     모두들 얼굴이 건강하게 윤기가 좌르르 하니 잘됐습니다. 아가씨와 전 그런 살찔 것 같은 건 먹지 않지만요.



     "생각해보면 샤론은 어린 시절부터 긴 시간 동안 내 혼약자후보로 지내주었지만, 난 졸업파티에서 에스코트할 사람을 긴코 양으로 정했다."


     "........알겠습니다."


     

     약간 멀리 돌아갔지만, 사실상의 파혼입니다.


     

     "무, 물론 샤론한테는 제대로 사과와 배상을 해줄 것이고, 제대로 고지도 해주겠다."


     저의 시선을 느낀 듯한 죠엘님 (겨우 확신) 이, 당황한 듯 그런 말을 덧붙이자 "하지만...." 이라며 말하기 어려운 듯 말을 계속하였습니다.


     "여동생인 에밀이, ......뭐라 해야 할까, 내 일에 대해선 귀찮게 굴어서 말이다. 가능하다면 파티 당일까지는 비밀스럽게 진행하고 싶은데..."


     죠엘님의 시선이, 분위기를 떠보는 듯 아가씨와 저를 교대로 왔다갔다 합니다.


     

     "그래도 상관없사와요. 죠엘님."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던 아가씨께서 미소지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죠엘님은 안도한 듯 숨을 쉬었습니다.


     자....다음은 제 차례네요.



     "그래서, 파티 당일의 샤론 아가씨는 누가 에스코트를 해주나요?"



     제대로 에스코트 해줄 상대가 있다면, 아가씨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저의 말에, 죠엘님은 뒤의 모습을 흘끗 보면서 단어를 고르는 듯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에 관해서 말인데, 샤론에게 요즘 기묘한 소문이 돌고 있다. 샤론이.....그, 긴코에 대해서, 그.....사람 앞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짓을 하고 있다고."


     아, 저의 성희롱말인가요.


     "에밀도 샤론이 긴코한테 심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뭐 실제 소문과 전혀 틀리겠지만, 에밀이 그런 짓을 하는 샤론은 유리 형님이나 저의 측비면 족하다고 말하는데, .....샤론은 그럴 생각이 있나?"


     ".....예, 죄송하지만요."


     "아니, 그렇다면 상관없다. 소문도 너무 기묘해서 신빙성이 없으니...."


     

     에밀님은 순조롭게 속고 있네요. 하지만 아가씨의 건은, 화제가 돌려진 것 뿐이고 아무 해결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


     제가 재차 물어보니 뭔가를 말하려던 죠엘님을 시선으로 압박을 주어 멈추게 하였습니다.


     본심은 아니었지만, 스멀스멀 풍겨나오는 저의 위압에 모두의 기색이 나빠졌고, 전 그 대답을 해줘야 할 인물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샤론, 제게 당신의 에스코트를 맡겨주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한 것은, 안디님이었습니다.


     뭔가를 두려워 하는 듯 얼굴을 내리고 있던 아가씨는, 그 말에 기세좋게 얼굴을 들었습니다.



     "그것만인가요?"


     작은 목소리ㅡㅡ였지만, 저의 말은 조용해진 이 자리에서 확실히 안디님에게 전해졌겠지요. 안디님은 표정을 다잡고는, 강하게 앞으로 내딛으며 샤론 아가씨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았습니다.



     "샤론. .......저와 한 평생을 같이 걸어가지 않겠습니까? 저는 목숨을 걸고 샤론을 지키겠다고 맹세합니다."



     그 고백에, 아가씨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출렁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약간 떨리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목숨을 거는 건 싫어요. 전, 안디님과 계속 함께 있고 싶어요."


     "......샤론."



     너나 할 것 없이 뻗어온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정말 잘 되었네요, 샤론 아가씨. .......마지막까지 안디님이 잼병이었다면 나이스 샷을 먹이려고 했습니다.


     그 두 사람의 광경에, 죠엘님도 주변 분들도 모두 미소가 피어올랐고, 죠엘님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일어서서 선언을 하였습니다.



     "안디와 샤론. 두 사람의 약혼은 알그레이 왕국의 왕족, 죠엘이 확인했다."

    728x90

    '판타지 > 악마의 메이드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54 졸업 ②  (0) 2020.12.16
    53 졸업 ①  (0) 2020.12.15
    51 계획  (0) 2020.12.15
    50 왕녀  (0) 2020.12.15
    49 장치  (0) 2020.12.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