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 대관식
    2022년 01월 22일 13시 32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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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2894gj/13/

     

     5년 전, 소피아 시점


     팡파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조금 전 막 궁전에 돌아온 나는, 서둘러 성녀의 법의로 갈아입었다.

     머리를 묶고, 화장을 한다. [경계의 탑]에서 제도 카르카까지의 여정은, 3일. 지키긴 했지만, 그런 말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오늘은 오라버니 루퍼트의 대관식 날이다.

     난 이 나라를 지키는 성녀로서 참석할 의무가 있다.

     대관식이 열리는 곳은, 궁전 내에 있는 신전이다.

     거기서 신에게 맹세를 하여 정식으로 황제가 되는 것이다.

     이미 참석자가 모여있는 와중, 난 서둘러 제단 옆에 섰다. 완전 지각이었지만, 이 일을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본래 성녀는 [경계의 탑]에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바마마의 붕어에 의해, 옥좌가 공석인 상태로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라버니가 정치를 도맡고 있었기 때문에 공석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법률상의 이야기다.

     성가신 이야기지만, 이런 일은 형식이 제대로 되어있는 것도 중요하다.

     이윽고.

     궁정악사들이 장엄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술렁거리던 참석자들이 입은 닫는다.

     그 곡에 맞춰서 문이 열리더니, 오라버니가 나타났다. 애초에 호화로운 금발을 하고 있어서, 화려한 인상의 오라버니였다. 오늘은 휘황찬란한 자수가 들어감 검은 예복에 긴 붉은색 망토를 둘러서, 거룩할 정도로 보인다. 오라버니는 참석자의 옆을 지나쳐서 제단의 앞에 섰다. 그에 맞춰서 음악이 멈추고 조용함이 찾아왔다.

     "나, 루퍼트 그라스릴은, 백성의 건전한 생활을 지키고 장려할 것을 신에게 맹세합니다."

     오라버니의 낮은 목소리가 신전 안에 울려 퍼진다.

     "소피아 님."

     궁정마술사장 네이마르가 공손이 제관을 내민다.

     참석자들의 시선이 내게 향하는 것을 알자, 갑자기 맥박이 빨라졌다.

     나의 역할은, 이 제관을 새로운 황제에게 씌우는 일.

     전 황제가 살아있었다면 황제가 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이 나라의 [성녀]가 하게 되어있다.

     제관을 네이마르한테서 받아서는, 오라버니 쪽을 바라본다.

     "이 나라의 백성의 행복을 지켜주세요."

     긴장 탓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말았지만, 오라버니는 웃지 않고 고개를 숙여주었다.

     떨리는 손으로, 제관을 오라버니의 머리 위에 올린다.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였다!"

     네이마르의 우렁찬 선언과 함께, 환호성이 일제히 일어났다.

     

     

     

     대관식이 끝나서 쉬고 있자, 오라버니가 불렀다.

     그 후에는 축하파티가 있을 예정이라서, 그전에 대화하고 싶은 모양이다.

     난 내일 [경계의 탑]에 돌아갈 예정이라서, 뭔가를 이야기하려면 지금밖에 없다.

     "아, 소피아, 잘 왔다."

     오라버니는 대관식에서 입고 있던 예복을 벗고는, 매우 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또 파티에서 예복을 입어야 하겠지만, 계속 입고 있으면 답답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실은, 네게 혼담이 있다."

     "혼담?"

     난 놀랐다. 난 이미 35를 넘겼다. 이제 그런 이야기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 후임은 아직 안 정해졌잖아요?"

     "음. 그건 그렇다만."

     오라버니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니, 하지만 며칠 안에 결정될 거다. 그렇게 지시해놓았으니."

     "그건 무리가 아닐까요?"

     무심코 반론하고 만다.

     평화로운 지금의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경계의 탑]으로 가서 전선에 서는 성녀가 될 결심을 하기 어렵다.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결단을 내리는 편이 좋다.

     그때, 갑자기 문쪽에 발소리가 울리더니 노크소리가 들린다.

     "왜 그러지?"

     "긴급사태입니다, 폐하."

     "그라우인가, 들어와."

     들어온 자는,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훤칠한 키에 군복을 입고 있는, [경계의 탑]의 경비대장이었던 그라우 레젤트 장군. 오라버니의 즉위에 맞춰 장군으로 승진했다고 들었다.

     "마물이 침공을 시작했다는 파발이 왔습니다."

     "뭐라고요?"

     난 귀를 의심했다. 지금까지의 감각으로, 열흘 정도는 의식을 쉬어도 괜찮을 터였는데.

     "폐하, 저는 바로 돌아가겠어요."

     "하지만, 소피아."

     오라버니가 뭔가를 말하려는 듯, 나와 그라우 쪽을 바라본다.

     "다음 성녀가 결정되는 걸 기다릴 수는 없어요."

     "그건 그렇다만......"

     "짐을 챙겨서 바로 떠날게요. 마차의 준비를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탑에는 제가 동행하도록 하지요."

     그라우가 내게 고개를 숙인다.

     "......어쩔 수 없지. 그라우, 소피아의 호위를 부탁 하마."

     오라버니는 괴로운 표정으로 승낙했다.

     혼담의 상대가 신경 쓰이지만, 그보다 성녀로서 나라를 지키는 편이 몇 배나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라우가 호위를 서준다면, 든든하다.

     "미안."

     나와 그라우를 바라보며, 오라버니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갔다 올게요."

     나는 서둘러 [경계의 탑]으로 향했다.

     그때의 혼담의 상대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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