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성녀가 되는 날2022년 01월 22일 22시 13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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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운 [성녀]가 된다.
황족의 피를 물려받았다고는 해도 말단에 가까운 내가 [성녀]에 입후보했다고 알게 되자, 부모님은 우셨다.
몇 번이나 말리려 하셨지만, 나의 결심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의 [성녀]는 아버지의 사촌누이에 해당하는 분인데, 황제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22년의 세월 동안 경계의 탑에서 보내며 이 제국을 지켜주고 있다.
5년 전.
내가 11살 때였다.
대관식을 위해 제도로 돌아온 소피아 님의 [건국의 노래]를 들은 나는, 몸안이 뜨거워지면서 여태까지 들었던 노래의 전부가 퇴색하는 느낌을 맛보았다.
같은 노래는 몇 번이나 들어본 일이 있었고, 나 자신도 배웠던 노래다. 하지만, 다르다. 마물을 진정시키고 나라를 지키는 성녀의 노래는, 마치 혼을 뒤바꿀만한 노래였다.
그 사람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
계속, 그런 식으로 생각하였다.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커다란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그것만을 위해서 [성녀]가 되었다.
탑에 가도 그렇게 노래부를 수 있다는 보증은 없다. 자신의 실력이 없다면, 그건 국가의 위기와 직결된다. 그 사실은 깨달은 것은, 성녀가 되기로 정해진 후였다.
막중한 책임을 생각하면 떨림이 그치지 않지만, 이 나라 최고의 음악은 [경계의 탑]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가 정말 좋았다. 그러니,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다.
"리이나 님, 탑까지의 호위를 맡게 된, 그라우 레젤트라고 합니다."
탑으로 가기 위한 마차의 앞에서 나한테 무릎꿇은 자는, 역전의 용사인 레젤트 장군이었다.
"고마워요. 잘 부탁드려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이 사람은 몇 번이나 [경계의 탑]을 방문했었고, 소피아 님과도 친하다고 한다.
"탑은 어떤 곳인가요?"
"예전에는 마물과의 전란도 있었지만, 지금은 평온합니다. 숲에 둘러싸인 조용한 장소입니다."
장군은 방긋 웃었다.
"제가 소피아 님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평화는 소피아 님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나의 노래는, 아직 소피아 님의 영역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외람되지만, 소피아 님의 대신은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네."
장군의 말대로다. 5년 전에 들었던 그 노래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소피아 님의 다음 성녀가 되기는 하지만, 그분의 구멍을 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이나 님은 리이나 님만 할 수 있는 성녀가 되면 됩니다."
장군의 눈에 따스한 빛이 깃든다.
"괜찮습니다. 생각해보면 소피아님도 처음으로 탑으로 향할 때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계셨습니다."
"소피아 님도요?"
"예. 그러니 아무런 걱정도 필요 없습니다."
장군이 수긍한다.
소피아 님 시절은, 전의 성녀가 갑자기 그만둬버려서 마물의 침공이 시작된 때라고 들었다. 그에 비하면 난 훨씬 편한 거다. 탑에는 아직 소피아 님이 있으니까.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차에 올라탔다.
소피아 님은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할 텐데도 훨씬 젊게 보였다.
아름다운 은발. 반짝거리며 커다란 푸른 눈동자. 정말 예쁜 그 모습은, [성녀]님이라는 느낌이었다.
발성연습을 함께 했었는데, 이미 목소리의 높낮이가 정말 다르다.
"저,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요?"
"괜찮아요. 마물은 음악에 까다롭지만, 당신이라면 괜찮아요. 저보다 훨씬 잘하는 걸요."
소피아 님은 웃으면서 내 어깨를 두드려줬지만, 내가 소피아 님보다 잘하는 부분은 한 곳도 없다고 생각한다.
"22년간. 근무하고 있었지만, 오늘 밤이 마지막입니다. 들어주세요."
탑의 정상에 만들어진 무대에서 시작되는, 계승의 [의식].
소피아 님의 노래는 압도적이었다. 노래는 마물한테 바쳐지기 위한 것이라서, 인간인 우리들은 박수도 환호성도 허락되지 않는다.
소피아 님이 4곡을 부른 후, 나도 2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널찍한 숲을 향해 노래 부르기 시작한 나는, 내 노래를 들어주는 [기척]을 느꼈다.
소피아 님에 비하면 꽤 미숙하지만, 그럼에도 내 노래도 들어주고 있다.
소피아 님과 둘이서 듀엣곡을 부르기 시작하자, 숲 속에 불빛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나와 소피아 님의 노래를 듣고 있다. 그리고 그건, 분명 날 받아들여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소피아 님이 숲을 향해 인사하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한 울림이 숲에서 들려왔다.
"저것은?"
"아마, 기립 박수야. 대만족 했다고 생각해."
소피아 님이 웃는다. 의사소통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들었지만, 그건 아닌가 보다.
숲의 불빛이 계속 깜박인다. 온 하늘의 별들이 숲 속으로 떨어져 버린 것처럼 보인다.
"소피아 씨, 또, 같이 할 수 있겠지요?"
나는 소피아 님의 손을 잡았다.
"기회가 있다면요."
이걸로, 소피아 님은 이제야 제도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또 여기에 오라고 말하는 건 꺼려지지만, 그래도 또 함께 노래 부르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 부를 때는 더욱 능숙해져서, 소피아 님께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다.
"소피아 씨, 한 곡 더, 부르지 않으실래요?"
숲에서는 땅이 울리는 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네?"
"앵콜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소피아 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소피아 님은 자신의 노래가 얼마나 사람을 움직이는지 모르는 걸지도 모른다.
"알았어."
오늘의 무대, 정말정말 마지막인 소피아 님의 노래가 시작된다.
소피아 님에게 있어서도 내게 있어서도, 그리고 분명 저곳에 있는 모든 자들에게 있어 최고의 무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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