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공작가2020년 07월 29일 21시 50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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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아, 이미 이런 시간인가.
나는 봄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오, 깨어나신 듯 하네요. 잠들면서 노래부르시다니, 역시나 성녀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뭔가 불쾌한 듯 하다.
어느 사이에 잠들었었지?
왠지 머리가 무겁다.
어째서 나는 의자에 앉은 채로 잠들었던 것일까.
둔한 머리로 그런 일을 생각했다.
손목이 꽤 아프다.
아무래도 손이 뒤로 돌려진 상태에서 묶여진 듯 하다. 몸을 움직여보려 하니, 몸도 발도 묶여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완전히 포박되어있다.
천천히 눈을 떠보니, 본 적도 없는 방에서 세 사람이 나를 보듯이 서있었다.
한 명은 에밀리. 또 한 명은 분명 에밀리의 남편인 데송드 공작. 나머지 한 명은 누군지 모를 젊은 남자다.
조금씩 머리가 맑아져 왔다.
아아 그래. 대기실에서, 에밀리가 권유한 허브티를 마시고. 그 후의 기억이 없다.
"소피아님을 농락하려하는 잡배가 있습니다."
네이마르의 말을 떠올렸다. 믿기 어려웠지만, 나를 농락해서 군을 장악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었다.
방심, 했다. 군의 시설 내라고 해서 완전히 무방비였다.
정식 무대가 아니라 시연회를 노렸던 것은, 물품의 반입 등으로 사람의 출입이 많아서 경비도 물러질 것으로 계산했던 것이겠지.
거기에다, 공작가의 사람이라면 비난받지도 않는다. 그리고 정식 무대와는 틀리게 내 부재를 눈치채기 어렵다. 완전히 계획적인 행동이었다. 반입으로 짐마차가 많이 들어와 있었으니까, 상자나 뭔가에 넣어버리면 운반하는 것도 간단했을 것이다.
"이런 장소에 데려와서, 어떻게 셈이지요?"
방의 안에는 세 명만 있는 것 같다. 창이 없는 방이고 등불은 마도등이 점등되어 있다.
쥐죽은 듯 조용해져버린 방. 아마 제도의 공작가이겠지. 마물의 기척이 느껴진 것은 기분 탓일까.
"당신은, 내 며느리가 되어줘야겠소."
공작이 싱긋 하고 웃었다.
"네?"
나는 무심코 되물었다. 누가 누구의 부인?
"아들인 루이드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성녀님."
정중히 머리를 내린 것은, 젊은 남자.
어? 스무 살 정도지?
".......제정신인가요?"
나는 무심코 되물었다. 농담일거야.
"당신, 그걸로 괜찮은 거예요? 저, 에밀리와 나이는 별반 다르지 않다구요?"
"그래서 어쨌다는 겁니까?"
루이드는 빙긋 웃었다.
"아무리 정략결혼을 한다고 해도, 저하고는 나이가 너무 틀리잖아요? 이 나라에서는 부인은 한 명 뿐. 첩을 맞이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는 당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불쌍하잖아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행복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른다. 황자의 첩이라서 생활에 불편하지는 않았으니, 앞에다 대고 면전에서 손가락질을 당했던 일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같은 부인이어도 정식 의식에 서는 일은 없었다. 황비에게 언제나 꺼려지고 있었다. 첩이 아니었더라면 고아인 점도 있어서, 저 정도까지 열등감을 느끼는 일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당신이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확실히 연상이지만, 그게 어쨌다는 말입니까."
진심인지, 연기인지. 루이드는 달콤한 미소를 띄웠다. 그런대로 반듯한 얼굴의 남자여서, 사교장에서 들었다면 가슴이 뛰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두근거릴 정도로 나는 어수룩하지 않다. 정말로 구애할 생각이 있었다면, 적어도 날 자유롭게 해줬으면 좋겠다. 의자에 묶여진 상태에서 사랑을 속삭여도, 기쁘지도 어떻지도 않다.
"나이 많은 저를 부인으로 삼아도 당신에게는 아무 이득도 없습니다. 야심을 품는 것은 자유이지만, 당신이 고르려고 했던 카드는 아무 것도 가져다주지 않아요."
나는 한숨을 쉬고, 공작 쪽으로 눈을 주었다.
"나이 많은 여자를 상대로, 쓸데없는 장난은 그만두세요. 무얼 노리는 거지요?"
공작은 흥 하고 코를 울렸다.
"폐하의 퇴위를 원한다."
"오라버님의? 웃기지 마세요. 애초에 제가 당신의 아들과 결혼한다고 해도, 제위에서는 지금의 황태자보다도 한참 멀어요. 그리고 저를 인질로 한다 해도, 오라버니는 퇴위 따위 안해요."
"과연 그럴까?"
상당히 자신만만하다.
"당신이 이쪽에 붙게 되면, 군부의 많은 사람도 이쪽에 붙지. 그건 틀림없는 일이네."
".......그럴 리가, 있을 리 없잖아요. 바보아닌가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오라버니가 그걸 걱정하고 있었던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힘을 내게 없다.
"이런 상태에서 결혼하라고 들어서, 예라고 수긍할 수는 없어요. 제가 어디에 있더라도 군은 황제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군이 무조건 저를 지켰던 것은 제가 성녀였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야심을 위해서 아들이 인생까지 휘말리게 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시선을 에밀리에게 향했다.
"에밀리 당신, 진심으로 내 시어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그건......."
에밀리는 한 순간, 약간 괴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관계없어요. 아들이 제위에 오르는 쪽이 중요해요. 이름 뿐인 '공작' 은 이제 됐어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데송드 남작가는 경기가 나쁜 모양이다. 결국 현상을 타개할 방법으로서 쿠데타를 기획하여 내 신병을 확보했다는 것인가.
"그런거면 영지의 경영을 고치는게 좋을 터인데요. 이런 방식은 최악이에요."
말하면서 나는, 문득 생각났다.
그러고보면, 군의 강당에서 노래를 불렀더니 상당히 밖으로 소리가 흘러나갔었다. 마력을 담은 발성이라면 상당히 멀리까지 들릴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의견은 듣지 않겠소. 당신은 루이드와의 혼인서약서에 서명하면 되는 것이오."
공작은 자신만만하였다.
"절대로 싫어, 누군가 도와줘요!"
나는 마력을 담아 소리쳤다. 소용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공기가 덜덜 떨렸다.
"시끄러워!"
에밀리가 내 뺨을 후려쳤다.
그 때 술렁하고 공기가 흔들렸다. 마물의 기척이 더욱 커졌다.
갑자기 머리 위가 소란스러워졌다. 방의 문이 열리고 하인이 나타났다.
"공작님, 큰일입니다! 저택에 박쥐 무리가!"
"뭣이?"
아무래도 갑자기 창에서 박쥐가 들어와서는, 저택 안을 날아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에잇. 박쥐 정도로 일일히 소란피우지마!"
공작은 성을 내었다.
박쥐였을까? 마물의 기척.
"달라요. 이건 마물입니다."
나는 확신한다. 기척은 작았지만 틀림없었다. 제도에 마물이 오는 일이 있을 수 없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침공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침공이었다면 이 저택은 이미 날아갔을 것이다.
"무슨 말도 안되는."
공작은 믿지 않았다.
그 때, 가벼운 폭발음의 뒤에 위쪽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침입자다!"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비명과 노성,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지속되었다.
"뭐가 일어났지?"
"상황을 보고 오겠습니다."
루이드가 방을 나서려고 했을 때, 한 마리의 박쥐와 같이 검을 꺼내든 그라우가 방안에 쳐들어왔다. 뒤에는 몇 명의 병사도 있어서 공작가의 사병들과 싸우고 있었다.
"소피아님!"
"장군님!"
그라우는 눈 앞의 루이드의 배에 팔꿈치로 밀어서 몸을 튕겨버렸다. 루이드는 별 대항도 못하고 벽에 부딪혀서 바닥에 쓰러졌다.
아들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자 공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공작의 사병들은 그라우와 같이 온 병사들에 밀려서, 공작 일행을 구하러 올 수는 없었다.
압도적으로 형세는 그라우 쪽에 있다.......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내 목에 칼날이 닿았다.
"움직이지마. 성녀가 어떻게 되어도 괜찮겠어?"
에밀리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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