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 비앙카
    2020년 07월 29일 00시 06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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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이야말로, 신세지고 있지요."


     나는 빙긋이 비앙카에게 미소를 되돌려주었다.


     "따님?"


     길고 윤기나는 밤색 머리. 정말 귀엽다. 그리고 어딘가 그라우의 모습이 보인다.


     "저기. 양녀입니다. 저에게는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여동생의 자식을 데려온 것입니다."


     "여동생의? 그래서 비슷해 보였던 것이네요."


     나는 납듯했다.


     귀족이 가문을 존속시키기 위하여, 양자결연을 맺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친족의 아이를 들여서 후계자로 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서로 사랑한다 해도 아이를 반드시 낳는다고는 할 수 없다.


     그라우는 탑에서의 군역이 많았었다. 그 때문도 있었겠지.


     그러한 제도에서의 행복을 희생하면서 탑에 와주고 있던 것이다. 나 때문이 아니라 나라를 위함이었겠지만, 왠지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라우의 충성을 시험하는 듯한 일을 해서 날아오를 듯 하였던 자신이 부끄럽다.


     "의부께서 말씀하셨었지만, 정말로 아름다우시네요."


     비앙카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나에게 향한다.


     "항상 말하고 계시다고요. 성녀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아름다운 분이라고."


     "비앙카!"


     그라우가 나무라듯 소리를 올렸다.


     "고마워. 아부라고 해도 기뻐."


     비앙카는 어쨌든, 의모인 그라우의 부인은 나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남편을 군역에 몰아내고 있었던 성녀를 원망한다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나에 대하여 거북해하지 않는 비앙카의 미소를 보면, 그런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남편의 군의 일을 이해하는 매우 현명한 여성이겠지. 분명 멋진 사람일거야.


     "아부가 아니에요! 그 은발의 아름다움! 여신님같은걸요."


     "어머. 당신처럼 젊고 사랑스러운 아가씨에게 들으면, 낯간지럽네요."


     아마도 이 성녀의 법의를 착용하고 있으니까 왠지 신비적으로 보이는 것이겠지.


     의복이 갖는 이미지가 나를 신성하게 보이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네이마르가 말했던 법의가 '나를 지킨다' 고 하는 것은 이런 것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앙카, 너는 어째서 여기에?"


     "음. 맛있는 머핀을 많이 구워서요, 군 사람들이 드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서 갖고 왔지요. 그랬더니 성녀님이 시찰오셨다고 들어서요."


     "혼자서 여기에 오면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어?"


     "할아범과 같이 왔는데요?"


     비앙카는 뾰로통하게 얼굴을 부풀렸다.


     "정말."


     그라우는 얼굴에 손을 대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는 눈은 정말 따스하다.


     행복한 것이겠지. 분명.


     멋진 가족이다.


     "저, 슬슬 돌아가야겠네요."


     정말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을 왠지 보고 있기가 그래서, 무심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예에!? 성녀님도 머핀 드셔주셨으면 좋겠어요!"


     비앙카의 죄 없는 눈동자.


     왠지 여기에서 도망치고 싶은 자신이 정말 추한 생물같이 생각된다.


     "그럼 선물로 받을게. 오래 머물면 네이마르가 시끄러워서."


     응어리진 감정에 뚜껑을 덮고서, 나는 미소지었다.


     나는 아직 성녀다. 이런 일로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돼.


     마음을 흔드는 감정의 끝에 있는 것이 어떤 것인가, 눈치채면 안되는 것이다.


     "정말! 기뻐요! 준비할게요."


     비앙카는 들뜬 모습으로 달려갔다.


     "비앙카님! 혼자서 뛰지 말아주세요!"


     자나는 나에게 꾸벅하고 머리를 숙이고서 그녀를 쫓아갔다. 아무래도 일상적인 광경인듯 하다.


     "미안합니다. 예의를 가르쳐 놓지 않아서."


     그라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요. 사랑스러운 따님이네요. 자주 여기에 방문하나요?"


     "예. 뭐, 아마 목적은 제가 아닌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라우는 비앙카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아아, 그렇구나. 여기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머핀을 구웠다고 이유를 들어서 여기에 온거야. 정말 흐뭇해지네.


     "그건 걱정되겠지만, 멋지네요."


     나에게는 없었던 시기. 아마 이제부터도 없겠지. 비앙카의 주변에는 달콤새콤하고 어여쁜 시기가 있다.


     "소피아님이 평화를 지켜주신 덕분에 있는 세계입니다."


     그라우가 미소지었다.


     "사람들이 천진난만하게 사랑과 꿈을 이야기하는 것은, 소피아님의 덕분입니다. 소피아님은 좀 더 가슴을 펴야 해요."


     내 표정에서 뭔가를 본 것일까. 가슴 깊이 있는 적막감을 눈치채고 말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 알고 있어요."


     나는 조금 끄덕였다.


     


     내가 갈 때 탄 마차에 네이마르가 타고 돌아가고 말았을 줄이야. 무슨 일인지.


     아니, 뭐. 군에는 마차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군에는 당연히 마차는 있을 터인데. 어째선가 나는 그라우의 말을 타고 있었다.


     성녀의 법의였기 때문에 다리를 벌리고 탈 수 없어서, 옆으로 앉았다. 옆으로 앉으면 꽤 흔들려서 무서웠기 때문에, 그라우의 가슴을 두른 상태다.


     이거, 성녀로서 위험한 기분이 든다.


     아무리 호위(운송?) 된다고는 해도, 스캔들이라고 생각되지만.


     물론 마차보다 쓰는 말을 적게 쓰고 끝내며, 호위와 승객을 겸한다면 사람도 적어서 좋다. 결국, 군으로서는 수고가 적다. 궁전까지는 단거리다. 결국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는 생각한다. 실제로도 성녀가 아니니까. 스캔들 운운으로 이의를 듣는 것도 이상하다.


     그건 그렇고.


     그라우의 커다란 가슴을 꽉 잡으면서, 나는 어쨌든 그는 뭘 생각하고 있을까 생각했다.


     기마 한 기로 보낸다고 해도, 굳이 장군 스스로 데려다 줄 필요는 없다.


     물론 그라우는 이 나라에서도 굴지의 검사여서, 그가 '호위' 로서 초일류인 것은 틀림없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내가 그를 끌어안는 듯이 지켜지고 있는 것은, 그라우의 부인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일이라고 딱 잘르며 남편을 믿고 있을 것인가.


     아니라면 40세가 된 나는 이미 여자로 세지 않는 것일까.


     "그런 것일까."


     "무슨 일이십니까?"


     무심코 입으로 불평을 내고 말았다.


     그라우가 걱정하는 듯 물어본다. 낮은 음이 귓가에 울렸다.


     거리의 가까움에 가슴이 뛰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설마 장군 스스로 보내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해서요. 그것도 기마라니."


     그라우의 가슴에 얼굴을 댄 채로, 해명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이렇게 하고 싶어서 직권을 남용했습니다."


     "네?"


     약간 올려다보자, 그라우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졌다.


     "불쾌하셨던 건가요?"


     "......딱히 그런 것은."


     나는 당혹했다. 싫지는 않았다. 싫지 않으니까, 더욱 곤란한 것이다.


     "그런데, 그. 안사람한테 혼나지 않나요?"


     커다란 팔에 지탱되면서 말할 일은 아니었지만.


     "안사람? 저는 부인이 없는데요?"


     그라우가 쓴웃음을 지은 듯 하다.


     "그랬나요?"


     그라우 정도의 남자라면, 여성들이 놓아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해도 혼담이 얼마든지 있을 법 하다.


     "저한테는 계속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라우이 목소리는 속삭이는 것 처럼 작았다.


     "멀어서 손이 닿지 않는 사람입니다. 포기하지를 못해서, 그 사람을 계속 쫓아갔더니, 이 나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닿지 않는 사람."


     그건 도대체 누구일까.


     "역시 집안의 일도 있으니까 양녀를 들여서, 일단은 아버지가 된 것입니까."


     성문이 보였다.


     "손에 닿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멀리 가고 말지요.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끈질기다구요, 저는."


     그라우는 담담히 미소지었다. 그 눈동자는 애달픈 빛을 두르고 있었다.


     "여기면 됐어요."


     성의 마굿간에 들어가고 말에서 내리는 것을 부축받으면서, 그라우가 연모하는 사람을 생각했다.


     "못 당하겠네요."


     무심코, 마음 속으로 한탄했다.


     그라우의 커다란 가슴은 내 것이 아니다. 비추어진 상냥함은, 성녀에게로의 충성심이었다.


     그것은 사랑과는 다른 것이다.


     "독주회, 반드시 와주세요."


     적어도 이 정도는 부탁해도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끄덕이는 그라우에게 미소로 화답하면서, 울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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