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시찰2020년 07월 28일 15시 23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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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18세 때부터 탑에 있었기 때문에, 제도를 그렇게 알고 있지는 않았다.
지금은 몰라도, 예전에는 첩의 아이로서 '귀찮은 물건' 취급을 받고 있었고, 성격도 사교적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워서 사교의 자리에 나서도 벽가에나 있었던 딸이었다.
그런 내가, 갑자기 독주회를 하라고 들어도, 준비 따위 내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깨를 펴고 말할 일은 아니지만, 무리.
'경계의 탑' 에서의 성녀의 역할은, 주가를 부르는 일. 취임해온 악단을 통솔하고, 가끔 신곡을 만들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악단 사람을 모으지는 않았다. 그런 권한도 없었고.
악단은, 궁정마술사의 관할에 있는 악사들로 편성되어있어서 군역자들처럼 중앙에서 임명된 자들이었다.
그 전까지 같이 해왔던 동료는 '경계의 탑' 에 남은 그대로.
결국, 악단은 궁정마술사인 네이마르가 준비해주기로 하였다.
그래서 사실은 네이마르가 손을 대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오려 할 때에 우연히 네이마르가 왔는데,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
"그런 모습으로, 시찰이십니까?"
네이마르가 떨떠름한 얼굴을 하였다.
그런, 이라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귀족의 여성이 외출할 때에 보통 착용하는 드레스였다. 상당히 이전에 만든 드레스여서 연령에 맞지 않는다던가, 유행이 지났다던가, 그러한 점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드레스를 만들려 해도 '경계의 탑' 에는 재봉사가 없었고 반년에 한 번, 주문을 받는 사람이 오는 정도였으니까.
이쪽에 돌아와서 드레스의 치수는 쟀지만 아직 새로운 드레스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모두 이 저에게 맡겨달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네이마르는 불만스러워 하였다.
부드러운 햇빛이 창을 통해 내리쬐고 있었다.
여기는, 궁전의 객실. 예전에 내가 쓰고 있었던 방은 지금 조카가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를 쓰라고 들은 것이다. 두 방이 이어진 넓은 객실은, 집무실도 겸하고 있어서 어떤 의미로 감사하다.
객실이기 때문에 창가에서 아름다운 정원이 보인다. 경계의 탑에서 보았던 광대한 숲과는 다른, 인공적이고 계산된 정원이다.
"그, 역시, 회장 정도는 보고 싶은데요. 막사라고는 듣고 있었지만 전 군의 시설에 가본 일이 없으니까요."
단순히 심심해서 나가고 싶었다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음. 그건 안돼. 뭐든 솔직히 말하면 좋은 것이 아니야. 설령 상대가 본심을 알고 있다 해도.
"꼭 그래야 하시겠다면, 저도 같이 있겠습니다."
"예? 회장의 막사는, 궁전의 바로 옆이잖아요? 외출이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물론, 궁전 자체가 정말 컸기 때문에 상당한 거리가 있겠지만, 회장의 막사는 궁전의 옆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자리였다. 거리에 나간다는 느낌이 아니다.
"소피아님. 성녀를 은퇴했어도, 당신은 황제의 누이동생이라구요?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역대 최장의 '성녀' 입니다. 정말 중요한 인물입니다. 자각해 주십시오."
과연 그럴까. 임기가 제일 길었다고는 해도, 중요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 가치가 내려간 게 아닐까.
"하지만, 그래. 네이마르는 일이 많잖아요?"
"소피아님께서 혼자 가신다면, 큰일이 나고 맙니다."
네이마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뭘 위해서 독주회가 필요한지, 가르쳐주세요."
"가르쳐달라고 말씀하셔도 말이지요."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군역으로 온 병사들은 모두 친절하기는 했지만, 딱히 친했던 것도 아니었다. 오라버니의 말씀이 진짜인지 정말 모르겠다. 실감이 너무 안난다.
"당신은 이미 '성녀' 가 아닙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그렇네요."
성녀가 아닌 나는, 이제 아무것도 갖지 않은 것과 같지 않은가.
가졌다고 한다면, 폐하의 '여동생' 이라는 것 정도.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는군요."
네이마르는 볼에 손을 대고, 머리를 흔들었다. 뭘 모르고 있다는 것일까.
"어차피, 군에서 협의할 예정입니다. 같이 가실 거라면, 바로 준비하세요."
"정말요?"
나는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드레스는 안됩니다. 성녀의 법의를 착용해주세요."
"네?"
성녀의 법의는, 문자 그대로, '성녀' 의 증표인 제복같은 것이다.
이제 착용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녀가 아닌데도?"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네이마르는 크게 한숨을 뱉었다.
무얼 말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걸어가도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였는데, 요란스러운 마차에 태워졌다.
솔직히 그렇게나 치안이 나쁜가? 하고 걱정스러워질 정도로 주의가 깊었다.
성녀가 되기 전의 나는, 꽤 자유로웠다. 아마 황족으로서는 냉대받고 있어서라는 점도 있을지도. 당시에는, 거리에 나갔어도 쉽게 용서받았다. 하지만, 발견되면 '미천한 태생이었으니까' 같은 말을 듣는 것이. 조금 싫었지만.
지금 황태후님은 별궁에 있어서 오라버니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기 때문인 것도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군의 시설에 갔던 일은 이전에는 없었기 때문에, 안내받는 것은 다행이었다.
마차에서 내리자, 마중왔던 기사가 내 얼굴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상당히 놀란 듯하다.
네이마르가 온다고 듣고는 있었지만, 내 일은 예정 외였던 것이겠지.
"약속하지 않았는데, 미안해요. 저도 동행하고 싶어져서."
가능한 한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아, 아니요! 성녀님을 맞이하게 될 줄은! 저는 케빈・자나라고 합니다! 뵈, 뵙게 되어서, 여, 영광입니다!"
20대 정도겠지. 자나는 굳어버린 몸으로 경례를 해주었다.
아니, 이미 성녀가 아닌데 말이야, 하고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성녀의 법의는 착용하고 있었지만.
아아 그런가.
나는 납득하였다. 이 모습을 하고 있지 않으면,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일지도.
이 모습을 한 40세의 아줌마는, 나 뿐이지.
네이마르도 과장이 심하다. 나는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은 정도로 충격을 받지는 않는데.
오히려, 먼 눈으로도 누구인지 알 수 있어서 이쪽저쪽에서 시선을 느끼고는 진정할 수 없다.
나와 네이마르는 긴장한 끝에 쭈뼛쭈뼛하고 있는 자나를 따라갔다.
안내된 곳은, 넓은 집무실이었다. 그는 딱딱한 동작으로 문을 두드렸다.
"자, 장군님. 성녀님과 네이마르님께서 오셨습니다!"
소리가 크다.
"뭐?"
하지만, 거기에다 안에서도 놀라는 소리가 들려와서는 대단한 기세로 문이 열렸다.
놀란 표정의 그라우가 그곳에 있었다.
"소피아님?"
나는 당황하며 머리를 숙였다.
"죄송해요. 네이마르한테 무리하게 말했어요."
갑자기 오게 된 것은, 역시 민폐였을지도 모른다.
"아니요, 잘 오셨습니다. 이쪽으로."
그라우는 당황하며 방의 안으로 우리들을 초대했다.
방의 안에는 평범한 책상이 놓여져 있어서, 벽가에는 책이 늘어서 있었다.
그라우는 우리들에게 사전에 준비된 응접 세트의 소파로 앉도록 권유하고, 자나에게 차를 준비시켰다.
"소피아님, 먼저 제 쪽의 일을 끝내겠습니다."
"네."
네이마르가 들고온 서류를 그라우에게 넘기고, 서로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비품의 반입 등의 협의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내놓은 허브티를 입에 대면서, 두 명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
"소피아님은 회장의 시찰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찰?"
그라우는 놀란 모양이었다.
".......무리인가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라우가 허락하자, "그럼" 이라 하고 네이마르가 일어섰다.
"저는 먼저 돌아가겠으니, 뒤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
그렇게나 혼자서 가지 말라는 느낌이었는데, 돌아갈 때는 방치?
네이마르의 의도를 알 수 없어서, 나는 멀뚱거렸다.
"알겠습니다. 맡겨주세요."
내가 아니라, 그라우가 끄덕였다.
아, 그런가. 장군에게 호위를 떠넘기고 돌아가는거네. 네이마르는 바쁘기도 하고, 호위는 장군 쪽이 전문이다. 그리고 장군이 스스로 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부디 성. 녀. 님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못을 박듯이, 네이마르가 고개를 숙였다.
나한테는 이제 성녀가 아니라고 말했으면서. 잘 모르겠다.
"알고 있습니다. 소피아님의 일은 맡겨주세요. 약속은 지킬테니. 안심을."
그라우의 답변에 왠지 네이마르가 씁쓸한 얼굴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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