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 강당
    2020년 07월 28일 22시 54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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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2894gj/6/




     


     강당은 상상 이상으로 넓었다. 아무것도 놓여지지 않은 점도 있어서, 휑한 인상을 받았다.


     그라우가 강당의 창문을 차례차례 열자, 충분히 닦여진 널판지를 깔아놓은 마루가 빛을 반사히야 널찍한 분위기를 더욱 느끼게 해주었다.


     성인의 어깨 정도 높이에 만들어진 스테이지는, 탑보다는 조금 좁았다.


     군의 결단식 등에서 쓰이는 것 같았지만, 무대의 옆에 해당하는 양 측의 벽면에는 커다란 창문이 몇 가지나 만들어져 있어서 바람과 빛을 잘 통과하는 건물이 되어있었다.

     

     "가득 차면, 천 명 정도는 들어설 것입니다."


     "천 명!"


     놀랄만한 사람 수다. 아니아니, 그렇게는 들어가지 못하겠지. 100명 쯤 와준다면 대만족이라고 생각한다.


     "스테이지의 위에 올라가 보아도 될까요?"


     "그러세요."


     나는 천천히 옆의 계단을 올라서 스테이지에 섰다.


     휑하여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 생각보다 넓었다.


     물론 계속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향했었던 22년이었지만,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숲' 과, '저택의 풍경' 인 것은 기분이 전혀 틀리다.


     "넓네요."


     기가 죽어버릴 것 같았다. 크게 숨을 마시고, 눈꺼풀을 닫는다.


     "아"


     마력을 넣지 않고, 소리는 내보았다.


     실내여서 소리가 약간 반향된다. 이렇게 조용한 상태라면, 어디에 있어도 내 목소리는 도달하겠지만 소리가 어긋날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군, 저어, 제일 뒷쪽에 서주시겠어요?"


     나는 스테이지에서 제일 먼 장소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라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벽가까지 이동해주었다.


     "아ー."


     다시 한 번, 소리는 내보았다.


     "어떤가요? 예쁘게 들리나요?"

     

     "......조금, 반향됩니다."


     그라우가 큰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그라우의 소리도 조금 울렸다.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역시, 주가 쪽이 무난하다.


     "조금, 불러보겠습니다."


     나는 마력이 담긴 발성으로 전환하여, 눈을 감은 채로 초보적인 주가로 취급되는 '봄' 을 불렀다.


     이 곡은 듣고 있는 사람의 살아있다는 기쁨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매우 단순한 노래다.


     주가를 부르는 자의 대부분은, 이 노래를 제일 처음에 불러서 자리의 분위기를 확인하면서 만들어가는 일이 많다.


     듣고 있는 것은 그라우 뿐이어서 독주회와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무대에서 느끼는 빛과 바람이 선율과 섞이는 느낌을 확인한다.


     숲과는 다른 이상한 공기다. 주위를 채우는 것은 마물과도 다른 인간의 생각.


     노래를 끝내자, 박수를 받았다. 그것도 많이.


     어? 정면에 있는 것은 장군 뿐이었지만, 열려졌던 창문의 바깥, 다시 말해 강당의 밖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아, 그런가. 주가는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지니까 강당 외에도 들리고 말았다.


     숲을 향하여 노래하는 것과 같은 만큼의 마력을 담았더니, 그건 여기저기에 들리는게 당연.


     본 무대에서는 방마력이 높는 재료로 벽을 감싸는 편이 좋을지도.


     내 시선을 눈치챈 그라우가, 창 밖으로 눈을 향하자, 허둥대며 모두 떠나갔다.


     죄송해요. 근무 중이었는데, 주가가 들려버리니 무슨 일인가 생각했겠네요. 예. 마력을 너무 담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조금 반성한다.


     "어땠어요?"


     나는 무대를 내려오며 물어보았다.


     "훌륭했습니다."


     그라우는 미소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악단을 갖추고 했던 가창도 훌륭했습니다만, 소피아님의 독창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계속 듣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기쁘네요."


     나는 한시름 놓았다.


     "예전부터 장군이 칭찬해주면 저, 용기가 나와요."


     생각해보면, 인생의 마디마디마다 그라우는 내 옆에 있었다.


     물론, 내가 '성녀' 고 그는 나를 지키기 위한 '기사' 였기 때문인 것 뿐이지만.


     "독주회도 보실건가요?"


     "물론입니다. 권력을 휘둘러서 주변에 비난받는다고 해도, 반드시 볼거니까요."


     "어머. 무섭네요."


     호언장담하는 그라우에게, 나는 어깨는 들썩거려 보였다.


     "이 나라 제일의 검사로 이름 높은 장군이 권력을 휘두른다면, 모두 무서워하겠지요?"


     ".......아마, 이미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라우는 자조섞인 미소를 띄웠다.


     "저는 공사 구분을 못하는 남자라서요."


     "어머."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인간은 장군이 될 수 없다. 그에게 인망이 있는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장군에게는 그 개인이 강한 것 보다 주위의 신뢰가 필요한 것이다.


     기사였기는 했지만, 그라우는 그렇게 명가의 출신은 아니었을 것이다. 장군까지 출세하였다는 것은 본인의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해낸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 저도 성녀의 권력을 휘둘러서, 장군에게 부탁을 해볼까요?"


     나도 약간만 장난을 해본다.


     "무엇입니까?"


     "모든 것이 끝나면, 마의 숲 안까지 가보고 싶어요. 물론 마물은 무섭지요. 하지만 22년이나 계속 내 노래를 들어주었으니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절대로 그들과 의사 소통은 할 수 없다고 들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어서요. 그러니 그 때에는, 당신과 같이 가보고 싶어서요."


     그라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 역시, 무리였네.


     "......라니, 죄송해요. 농담이었어요."


     나는 당황해서 의견을 수습했다. 농담으로서는 웃기지 않는다. 우쭐해져서는, 뭘 말하고 있는거야.


     얼굴에 열이 모여들었다.


     그라우는 그런 나를 조용히 바라보고는, 이윽고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였다.


     "만일 당신이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신다면."


     정중히 무릎 꿇고서는 내 손을 잡아서 살짝 키스를 하였다.


     "저는, 군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어디까지나 따라가겠습니다."


     커다란 눈동자가 내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하고 소리를 내었다.


     안돼.


     나는 어째서 농담이라고 해도 이런 당치도 않은 일을 말하고 만 것일까.


     그라우의 충성심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로 부끄럽다.


     그는 이 나라의 중요한 장군이지, 내 사병이 아니다. 아무리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여기까지 말하게 해버린 나는 너무 욕심이 많다.


     그리고 그가 해준 답변에 날아오를 듯한 자신을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려 하였다.


     나는 이미 '성녀' 가 아니다. 그라우의 충성을 무조건 받아들일 입장이 아닌 것이다.


     "저, 저기......슬슬 돌아갈까요."


     나는 고개를 돌려서 화제를 돌렸다.


     "수고를 끼쳐서, 미안했어요. 죄송합니다."


     "아니요, 저는 소피아님의 노래를 경청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방긋 하고 그라우가 웃었다.


     "부수입같은 겁니다."


     ".......그럼, 괜찮지만요."


     강당의 창을 닫는 것을 돕고 나서 강당을 나가려 하자, 바깥에 젊은 기사가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며 서 있었다. 앞서 안내를 해주었던 자나였다. 이십 세 정도의 예쁜 여성을 데리고 있었다.


     "비앙카, 너 어째서 이런 곳에?"


     그라우가 여성을 보고 한쪽 눈썹을 세웠다.


     "죄송합니다, 장군님. 비앙카님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성녀님을 뵙고 싶다고 하셔서......"


     자나가 당황하여 머리를 숙였다.


     아무래도 이 여성은 그라우와 친한 관계인 듯 했다.


     "부인, 이신가요?"


     나는 쭈뼛쭈뼛하여 물어보았다. 그래. 듣지는 못했지만, 그라우도 40세를 넘기고 있었고 장군직이라는 책임있는 자리의 사람이다. 가족이 있다 해도 당연한 일이다.


     방금 전까지의 고양감이 추욱 하고 내려갔다.


     그래. 그라우가 나에게 보이는 것은, 충성심.


     가족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말도 안돼요. 비앙카는 제 양녀입니다."


     그라우가 쓴웃음지었다. 확실히 부인치고는 조금 어렸을지도.


     "아버지께서 늘 신세 지고 있습니다."


     비앙카는 정중히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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