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1 긴급! 지아이성 내 길드회의!
    2021년 03월 03일 12시 36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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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9795dx/22/

     

     

     

     "주인님께선 주무시러 가셨습니다."

     

     프라우디아가 그렇게 말하며 회의실에 입실하자, 무대 위에 올라와 있던 엘레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객석 쪽을 보았다.

     

     모든 의자에 사람이 앉아있고, 통로 쪽에도 사람들이 둥글게 서 있다.

     

     거점 내외를 경계, 경호하는 자들 이외의 모든 길드멤버가 이곳으로 집합하였다.

     

     "유례없는 사태입니다."

     

     엘레노아가 그 한 마디를 내뱉자, 조용했던 회의실 안이 더욱 깊은 정숙에 휩싸였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사이노스, 세디아, 서니가 주인님의 호위로서 모험가가 되었습니다. 세 명은 주인님께서 쉬라는 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이제 잠들라고 말해두었지만, 저희들은 이 의제를 어떻게 해야만 합니다."

     

     엘레노아가 짐짓 젠 체하면서 그리 말하자, 모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노아는 모두를 그렇게 한번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서, 저희들의 독단적인 행동에 불안을 품고 계십니다."

     

     엘레노아가 그렇게 말한 순간, 회의실 안은 여러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여러 감적이 교차하는 회의실 안에서, 한 남자가 손을 들었다.

     

     마족인 카르타스다. 카르타스는 수염을 오른손가락으로 집으며, 찌를 듯한 시선을 엘레노아에게 향했다.

     

     "....어째서, 경이 그러한 불안을 품었는가?"

     

     "세디아 일행 3명이 독단으로 주인님과 회담 중이었던 백작 이하 12명을 살해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엘레노아가 대답하자, 이번엔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런, 그 세 명이..."

     

     제일 앞에 앉은 다크드워프인 미라가 경악에 휩싸여 눈을 부릅뜨며, 눈앞에 있는 탁자에 눈을 떨구었다.

     

     그리고, 한 박자 정도 지나자 뭔가를 떠올린 모습의 미라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뭔가의 착각이야. 그 세 명도 틀림없이, 아니, 우리들은 모두 마스터에게 충성을 맹새했는걸."

     

     미라가 그렇게 말하자, 마족인 로자가 붉은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쓸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왜 세 명은 그 녀석들을 죽이려 했지? 이유가 있을 거잖아?"

     

     로자가 그렇게 묻자, 엘레노아의 옅은 표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인형과도 같은 냉담한 표정으로, 엘레노아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서 더러운 욕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교육도 받지 않았고 예의범절을 모른다고 하며, 무례하고 야만스러운 하층민이라고 업신여겼다고 합니다."

     

     "뭐라고!"

     

     엘레노아의 보고에 로자가 무심코 일어섰고, 회의실 안에 짙은 살기가 충만했다.

     

     모두가 분노로 눈이 충혈된 와중에, 냉정한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은 집사복 차림의 디온이 엘레노아에게 얼굴을 향했다.

     

     "살해하려했다, 라는 것은 죽이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에이 설마, 손발 하나 둘 정도는 베었겠죠? 저라면 1년 동안 고문하겠지만."

     

     "아니요, 전부 무사합니다."

     

     "어이어이, 지금 바로 내가 죽이러 가야겠는데?"

     

     엘레노아가 부정하자 카르타스가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엘레노아는 그 일도 부정했다.

     

     "주인님께서는, 저희들이 주인님의 지시 없이 제멋대로의 행동을 취하는 걸 우려하고 계십니다. 주인님께서 허락한다면 이미 제가 맨 먼저 가서 전부 죽이고 왔을 것입니다. 때리고, 짓밟고, 차버리고, 베어버리고, 갈아버리고, 불태워서 잿더미조차 남기지 않도록 제거했겠지요."

     

     그에 동의하는 듯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제각각 분노의 함성을 내었다.

     

     "...그렇다면, 주인님께 제안을 하는 건 어떨까요."

     

     얼마 지나서 회의실 안에 오가는 목소리가 줄어든 타이밍에, 프라우디아가 소리를 내었다.

     

     "무슨 뜻? 프라우디아."

     

     엘레노아가 괴이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프라우디아는 점잖은 표정으로 엘레노아를 보았다.

     

     "그 어리석은 자들에게 주인님이라는 존재를 알기 쉽게 가르쳐드리죠. 힘을 신봉하는 자들에게는 압도적인 힘을, 지혜를 신봉하는 자에게는 깊고 넓은 지식을, 그리고 권력에 집착하는 비열한 무뢰배들에게는 본 적도 없을 위용과 권위를."

     

     "....좋은 충성심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 독단을 주인님께서 싫어한다는 것인데요?"

     

     엘레노아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객석 안에서 한 사람만 손을 드는 자가 있었다.

     

     커다란 귀와 꼬리를 흔들거리는 여우 수인, 소아라였다. 소아라는 커다란 가슴을 강조하려는 듯 팔짱을 끼고서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의 님은 마음이 넓은 분이십니다. 직접 부탁드리면 좋지 않을까요?"

     

     소아라가 그렇게 말하자, 회의실 안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간격이 생겼다.

     

     "....그건, 괜찮을까? 주인이 불안하게 생각할 만한 행위가 될 것 같아서 이쪽이 불안하다고."

     

     소아라의 옆에 앉아있던 개 수인인 로렐이 입고 있는 갑옷을 흔들거리며 소아라에게 고개를 돌리고, 그렇게 말했다.

     

     "맡겨주세요. 다만, 그걸 이룰려면 저희들로서는 안될 것 같네요."

     

     소아라는 그렇게 말하며, 요사한 눈웃음을 쳤다.

     

     

     

     "잠이 안 와."

     

     회의실에 분규가 일어난 걸 모르는 사이노스가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키고 혼자 중얼거렸다.

     

     "곤란하군."

     

     사이노스는 그렇게 말하고서 침대에서 나와서는, 늘어진 꼬리를 휘날리면서 실내의 창으로 이동했다.

     

     사이노스의 방은 지아이성 안의 3층 동쪽에 있다.

     

     "흐음...잠이 안 온다면 조금 산보라도 해볼까. 경이 쉬라고 말해줬으니, 가끔은 이렇게 느긋하게 지내는 것도 휴식 아니겠소. 암."

     

     사이노스는 자신에게 그런 변명을 하고서 성 안을 걷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없고 뭔가 하는 것도 없이 그냥 성 안을 걷고 있었지만, 사이노스의 눈은 마치 경계 중인 군인처럼 방심하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전혀 쉰다는 느낌이 없는 사이노스는 성 안의 경계, 보전 작업 중인 길드멤버와 엇갈릴 때마다 인사를 나누면서 성 안을 걸어다녔다.

     

     "음?"

     

     그리고, 사이노스는 한 방의 앞에서 멈춰섰다.

     

     알현실이다.

     

     사이노스는 조용히 허리를 숙이고서, 소리없이 문을 열었다.

     

     미세하게 열린 문의 틈새에서 알현실을 들여다 본 사이노스는, 긴장을 풀고서 알현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시오."

     

     사이노스가 그렇게 말을 걸자, 알현실에 있던 두 사람이 느릿한 동작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래."

     

     "사이노스도 왔어?"

     

     세디아와 서니는 그렇게 말하며 사이노스를 돌아보았다.

     

     사이노스는 두 사람의 앞까지 걸어가서, 누구도 앉지 않은 옥좌를 올려다보았다.

     

     "사이노스도 혼자서 반성회?"

     

     "너희들과 같이 취급하지 마라. 소인은 제대로 경의 명령을 지키며, 내일을 대비하여 잠들어...."

     

     "잠들지 않았잖아."

     

     "변명은 안 돼."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이노스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었다.

     

     세디아는 그런 사이노스를 곁눈으로 보면서 한숨을 쉬고는, 옥좌를 올려다보았다.

     

     "...나로선 오늘의 행동에 틀린 점은 없다, 고 생각해. 하지만, 대장의 의지에 반했던 일. 대장의 희망대로의 행동을 할 수 없었던 점. 대장을, 불안하게 만든 점. 이것만은 후회가 되네."

     

     "반성."

     

     사이노스는 그런 두 사람을 노려보며 기분 나쁜 듯 꼬리를 저었다.

     

     "....뭔데?"

     

     "아무 것도 아니오."

     

     결국, 사이노스는 아무 말도 못하고 세디아에게서 눈을 돌려 옥좌를 올려다보았다.

     

     "경의 뜻을 존중한다, 인가."

     

     "...그런 뜻이지. 그게 대장의 충실한 부하로서의 최대의 철칙이야."

     

     "절대적인 룰."

     

     세 명은 그렇게 말하며 그 자리에서 무릎꿇고, 말없이 빈 옥좌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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