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0 모두 화났다.
    2021년 03월 02일 13시 05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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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9795dx/21/

     

     

     

     방에는 답답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어째서인가.

     

     최종적으로는 내가 화났기 때문이다.

     

     난 모두를 말리기 위해 처음으로 진심을 내었다.

     

     누구도 알 수 없도록 스킬을 써서 호와레이 남작을 망자로 만들려던 세 사람을 순식간에 뒷쪽에서 구속하였고, 영창을 중단시켰다.

     

     우리들 이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설명을 요구하는 백작과 남작을 "조용히 해." 라는 한 마디로 일축하고, 폭주하려던 세 명을 방의 한 쪽에 정좌시켰다.

     

     "세디아, 서니....그리고 사이노스."

     

     내가 이름을 부르자, 세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찔끔 튀어올랐다.

     

     "내가 움직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멋대로 일을 벌이려 했겠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세 사람은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왜 전부 죽이려 했지?"

     

     "나, 나는 남작을..."

     

     "소, 소인도 호와레이를..."

     

     "열받았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세 사람 모두 호와레이 남작 한 명만 죽여서 끝날 살의가 아니었는데. 뭐, 남작은 죽여도 그렇게 문제는 없지만."

     

     "어이! 뭐라고 네놈..."

     

     내 말꼬리를 들은 먼 곳의 남작이 분노의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강제로 입을 틀어막았다.

     

     "잘 들어, 세 명 모두. 이번엔 마침 누구도 죽지 않았으니 특별히 용서하겠지만, 내가 좋다고 말하지 않는 한 사람을 죽이지 마. 뭐, 몸의 위험을 느꼈을 때는 정당방위로서 허락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세 사람은 밝아진 얼굴로 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서니가 일어섰다.

     

     "몸의 위험을 느꼈다! 남작에게서 위협이 느껴져!"

     

     "생떼는 안 된다."

     

     내가 서니의 머리를 한손으로 누르며 화내자, 서니는 기분이 안 좋은 듯 입을 뾰족히 내밀었다.

     

     일단 설교를 마친 나는 세 사람을 두고서 백작 방향으로 돌아보고는, 조금 전까지 서 있었던 방의 한가운데로 이동했다.

     

     "비리아즈 백작, 쓸데없이 시간을 들인 점을 사과하지."

     

     "음, 그, 그런가. 시, 신경쓰지 않네, 만?"

     

     "그래서, 조금 전의 이야기인데."

     

     "아, 그래! 그 용병단 일이라면 문제없다. 나의 병사나 기사단으로 정벌하겠다. 뭐, 500명 정도 끌고 간다면 용병단도 항복하겠지!"

     

     나는 혼자서 호쾌하게 웃는 백작을 일별하고는, 버드 쪽으로 고개만 향했다.

     

     "그럼, 우리들은 돌아가겠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자기한테 말하는 걸 눈치챈 버드가 그 자리에서 몇 번이나 끄덕였다.

     

     

     

     "어서오십시오."

     

     지아이성에 도착하자, 정문에는 또 디온이 서 있었다. 이번엔 그 뒤에 프라우디아와 메이드부대까지 서 있다.

     

     어떻게 돌아오는 시간을 아는 거지.

     

     "오늘은 모두가 나서서 공부에 임하였다는 군요. 마이로드의 훌륭한 지성이 더욱...."

     

     디온이 뭔가 쓴소리를 내뱉을 것 같은 것을 눈치챈 나는 발빠르게 디온의 옆을 지나쳤다.

     

     "주인님, 목욕하시겠습니까, 식사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폭주하는 성......"

     

     "목욕이다."

     

     나는 뭔가 상스런 말을 내뱉을 것 같은 프라우디아의 옆을 재빨리 지나갔다.

     

     내가 말없이 성 안을 지나가자, 다른 자들은 조용히 등 뒤에서 쫓아왔다.

     

     

     

     

     어제의 저녁식사가 계기가 되었는지, 오늘은 모든 길드멤버의 절반이 함께 식당에 모여 식사하고 있다.

     

     제일 가까운 자리에는 엘레노아가 앉아서, 가만히 먹고 있는 나를 염려하는 것처럼 보고 있었다.

     

     "엘레노아."

     

     "예. 주인님?"

     

     내가 이름을 부르자, 엘레노아는 서둘러 대답했다

     

     "엘레노아는, 내가 명령한다고 하면 어디까지 따를 거지? 어느 정도의 무리한 명령까지 수락할 거지?"

     

     "물론, 어떤 문제라 해도 해내겠지요. 세계를 멸망시키라고 말씀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심장을 꺼내라 하신다면 즉시 꺼내보이겠습니다.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하시는 쪽이 저로선 슬퍼서 견딜 수 없네요. 저는 목숨을 다 바쳐 창조주이신 렌렌님을 따르겠습니다."

     

     엘레노아는 열기가 담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표정에도, 거짓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미안하다."

     

     "아니요, 주인님. 전 주인님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천상의 낙원에 사는 것보다 행복하답니다. 그러니 뭐든지 말씀해주세요. 엘레노아는 주인님의 희망을 전부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물론, 다른 자들도 같은 마음인 것이에요."

     

     엘레노아가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도 따라서 주변을 둘러보자, 어느 사이에 식당에 있던 자들이 날 보고 있었다.

     

     ".....그래. 고마운 일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엘레노아가 일어서며 와인잔을 들었다.

     

     "주인님께 충성을 맹세하는 자들은 와인잔을 드세요."

     

     엘레노아가 그런 말을 하자, 모두가 일제히 와인잔을 들었다.

     

     그리고, 환호성이 일어났다.

     

     한 사람 한 사람, 내가 만들고, 수고를 들여 키운 캐릭터들이다.

     

     이름도, 종족도, 직업도, 스킬도, 장비도, 싸움 방식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

     

     그런 내가 그들을 믿지 못하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모두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나는 불안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엘레노아가 했던 단어 중에서 내심 뭔가가 걸리적거리는 것을 느꼈다.

     

     무엇이 신경쓰였던 것인가.

     

     결국, 나는 식사 중에 떠올리는 일은 없었다.

     

     

     

     

     목욕을 끝내고, 평소대로 따라오는 엘레노아는 방치하고서 침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걸어갔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풍경이 다르다.

     

     침실에 가기 전에 있는 문 옆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노스와 세디아, 서니 3명이다.

     

     "경! 오늘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사이노스가 고개를 숙이자, 다른 두 명도 고개를 숙였다.

     

     "아, 괜찮으니 신경쓰지 마. 날 생각한 행동이었으니까. 뭐, 느긋하게 쉬고 내일을 대비해."

     

     내가 그렇게 말하며 지나치자, 등 뒤에서 뭔가 무서운 기척을 느꼈다.

     

     "당신들...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상대를 두렵게 하는 수준이 아닌, 지옥 밑바닥에서 울리는 듯한 엘레노아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나는 공포를 떨쳐내려는 듯 침실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서 마이 스위트룸으로 도망쳤다.

     

     엘레노아 씨, 너무 무섭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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