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8 첫 손님2021년 03월 02일 23시 53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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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밤이 한창일 무렵.
레베는 에리스에게 속삭였다.
"목욕탕에서 타월의 판매도 하면 어떨까."
후라우는 에리스에게 속삭였다.
"몸을 씻을 비누나, 머리를 감을 때 쓸 향유를 판매해보지 않겠나요?"
클레어는 에리스에게 속삭였다.
"입욕 후에 즐기는 차가운 과즙같은 걸 제공한다면 어떨까.
너희들 장사할 생각으로 가득하구나.
의견을 들으러 돌아다닌 후, 후라우의 방에서 그녀의 잠소리를 들으면서 에리스ㅡ에지는 생각해보았다.
목욕탕의 영업은 몰라도, 상품판매가 되면 상인길드에 사전에 이야기를 해두지 않으면 위험하겠다.
그래서 에리스는 상인길드를 소개받기 위해, 일단 도적길드마스터가 있는 곳으로 상담하러 갔다.
"안녕, 캐티."
"안녕, 에리스. 오늘은 무슨 일이다냐?"
"마스터는 계셔?"
"잠깐 기다리라냐."
접수원인 캐티는 평소대로 길드의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바로 미소지으며 돌아왔다.
"마스터가 만나겠다고 한다냐."
익숙한 걸음걸이로 마스터의 방을 노크하자, 실내에서 호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들어와!"
"실례합니다."
문을 열자, 평소처럼 마스터가 뚱보의 위장을 하고서 소파에 앉아있었다.
에리스는 마스터가 지시한대로 평소처럼 그 앞의 소파에 앉았다.
"오오 에리스. 잘 지내면서 벌이도 해주고 있구나. 좋아좋아!"
"마스터. 얼마 지나지 않아 목욕탕의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런가, 그럼 파견할 출납관리원을 선택해두지."
"여성으로 부탁드릴게요."
"알고 있어."
에리스의 귀여운 태클에, 마스터는 호쾌하게 웃었다.
"그래서, 오늘 일은 그것 뿐인가?"
"아뇨, 실은 목욕탕의 운영과 동시에 목욕용품의 판매도 하려고 생각해서요."
"그래. 그거라면 상인길드에 목욕용품 판매의 신청을 하고 와. 매입부터 배울 필요가 있겠구만. 소개장은 내가 써주지."
도적길드마스터의 소개장을 받아든 에리스는, 곧바로 상인길드로 향했다.
상인길드는 고급점이 늘어선 마을의 중심가 한 쪽에 자리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에리스가 상인길드의 커다란 문을 열고 넓게 개방된 로비를 지나쳐서 안쪽에 설치된 접수로 향했다.
접수에서는 신경질적인 중년남성이 뭔가를 쓰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에리스는 소개장을 남자에게 내밀고, 목욕탕의 운영을 시작한 일과 시설 안에서 목욕용품의 판매를 하고 싶다는 것을 남자에게 설명해나갔다.
에리스가 대략 설명을 끝내자, 남자는 카운터 밑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그럼 먼저 여기에 판매예정인 물품을 기재해주십시오."
에리스는 레베 일행의 제안을 떠올리면서 물품의 이름을 용지의 상품명을 쓰는 곳에 기재해나갔다.
"이걸로 괜찮은가요?"
기입을 모두 끝낸 에리스는 종이를 남자에게 다시 내밀었다.
그러자 용지를 받아든 남자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상품명 옆에 두 숫자를 나란히 기재해나갔다.
"이 숫자는 각 상품의 매입가격과 최저판매가격입니다."
남자는 에리스에게 와란에서의 장사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와란에서 장사를 시작하려면 반드시 상업길드에서 물건을 매입해야만 한다고 한다.
"공방과 농장에서 매입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와란의 상업길드와 싸우고 싶지 않다면, 다른 곳에서 매입한 물건을 일단 상업길드에 한번 판매해야 합니다. 그 후에 길드에서 모든 상품을 다시 사들이십시오. 그 외에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게 제일 안전하고 간단한 방법입니다. 여러 의미에서."
이어서 에리스는 또 하나 물어보았다.
" '위탁판매' 라는 건 가능한가요?"
"위탁이라니?"
"상업길드의 직영점에서 상품의 판매를 하였을 때, 판매수수료를 목욕탕에 납부하도록 하는 방법이에요."
호오.
남자는 감탄했다.
이 소녀는 꽤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하고.
"그건 판매실적에 따라 다릅니다."
남자는 입가에 약간 미소를 띄면서 대답했다.
에리스는 그 후, 남자에게서 매입장소와 주문, 거래 방법을 배운 후에 일단 귀가하였다.
"이렇게 된 거야."
넷이서 점심을 들면서, 에리스는 상인길드에서 생겼던 일을 설명했다.
"일단 판매실적이 필요하니까, 처음엔 내가 해볼게."
일단 판매는 에리스가 해보기로 하였다.
그러자 후라우가 손을 들었다.
"실은 모험가길드에서, 옆의 여자기숙사에 여성모험가를 받아들이라는 연락이 왔어요. 그녀들의 식사를 준비해야만 하니 당분간은 저택의 부엌에서 만들게 해주세요."
식사비는 모험가길드에서 지급해줘서 문제없는 모양이다.
그러자 클레어도 마찬가지로 손을 들었다.
"여기에 설계사무소를 열고 싶은데 괜찮을까. 설계 후의 시공은 감독의 공방이 돌봐준다고 하니까."
클레어의 말투로 보니 감독은 돌봐준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아마 감독은 클레어에게 설계의 하청을 시킬 셈일 거라고 에리스는 간파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자 레베도 질 수 없다며 손을 들었다.
"세면장에서 몸을 닦는 일은 없어졌으니, 이제 그 방은 세탁 전용으로 쓰고 싶은데."
너희들, 여러가지로 할 마음이 가득하구나.
라면서, 에리스ㅡ에지는 다시 질려 했던 것이다.
처음의 매입은 상인길드의 관찰도 겸해서 에리스와 레베가 담당하게 되었다.
매입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마도마를 정지시키고는 창고지기인 아저씨에게 향했다.
"아저씨, 이 물건들을 사러 왔어요."
"잠깐 기다려라."
아저씨는 상품명세서를 받아든 후 그렇게 두 사람에게 전하고는 창고의 안으로 사라졌다.
조금 지나자 아저씨는 상품을 올려놓은 수레와 함께 에리스 일행에게 돌아왔다.
에리스와 레베 둘이서 상품의 확인을 끝내었으니, 다음은 지불이다.
"아저씨, 합계 5만 릴이네요."
"그래 맞다."
두 사람은 짐을 '여행자의 가방' 이라고 설명한 '포식의 가방' 에 넣은 후, 창고지기 아저씨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나서 다시 마도마에 올라타서 창고를 떠났다.
그 날 사이 에리스 일행의 저택 주변에는 세 가지의 간판이 생겨났다.
첫번째는 저택의 현관 옆에 세워진 '클레어 설계사무소' 의 간판.
두번째는 후라우가 관리하느 옆집의 현관에 세워진 '모험가길드 여자기숙사' 의 간판.
그리고 세번째는 새롭게 건설된 공중목욕탕의 현관에 세워진 '여성전용 목욕탕・백합의 낙원' 이라는 간판.
경사롭게도 제각각 내일부터 영업개시다.
그래서, 내일 아침이 되자.
출납관리원으로서 도적길드에서 파견되어 온 자는, 접수원인 캐티였다.
그녀는 새하얗고 풍성한 털을 휘날리는 고양이를 떠올리게 하는 수인족 소녀였다.
"모두들 잘 부탁한다냐."
걱정없는 미소로 에리스 일행에게 머리를 꾸벅 숙이는 캐티의 모습에, 에리스 이외의 3명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백합의 정원' 은 무사히 영업을 개시했다.
첫 손님은 아름다운 묘령의 여성이었다.
"어서오세요."
에리스와 레베가 정중히 손님을 맞이하자, 여자는 확인하려는 듯 레베에게 물어보았다.
"여긴 여성전용인가요."
"그래."
딱!
윽!
에리스는 평소처럼 대답하려던 레베의 정강이를 카운터 뒤에서 쳐올렸다.
"예. 여성전용입니다........"
거기에 에리스도 미소지으며 추가했다
"남자는 갓난애여도 출입금지에요."
두 사람의 대답에 만족한 모습으로, 여자는 에리스에게 입욕료 1천 릴을 지불했다.
하지만, 여자는 이때 목욕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
"어라, 빈손으로 오고 말았네요."
"머리 감을 때 쓰는 향유는 300릴. 비누도 300릴. 크고 작은 타월 세트를 500릴에 팔고 있는데, 어떠신가요?"
"살게요."
"감사합니다."
여자는 접수의 대응에 만족하고 나서, 탈의실에서 옷을 벗은 후 접수에 옷장 열쇠를 맡겼다.
이어서 작은 쪽의 타월을 손에 들고 목욕탕의 문을 열었다.
눈앞에 광경에 여성은 감탄을 내뱉었다.
여자는 안내판에 쓰여진 대로 '씻는 곳' 과 '몸 담구는 곳' 을 안내에 따라, 먼저 씻는 곳에서 몸을 씻고 나서 천천히 거대한 욕조에 몸을 담구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넋을 잃었던 와중에, 여자는 갑자기 자신이 무방비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것도 그렇네....."
여자는 그제서야 어째서 이 목욕탕이 도적길드의 지배하에 있는지 이해한 것이다.
"즐거웠어."
충분히 목욕탕을 즐긴 여성은 몸을 상기시킨 채로 접수의 에리스와 레베에게 미소지었다.
"괜찮다면 저쪽에서 피부를 식히고 가실래요. 그리고 목욕 후엔 과즙을 차가운 물에 섞은 음료를 드시는 걸 추천해요."
에리스가 그렇게 권하자 여성은 흥미를 가졌다.
"그럼 한 잔 마셔볼까나."
"한 잔에 200릴이에요."
에리스는 그렇게 전하면서 미소짓고는 여자에게 컵을 건네었다.
"어머."
받아든 컵에서 기분좋은 선르함이 여자의 손가락에 전해진다.
"그럼 잘 마실게."
여자는 컵에 입을 대고, 천천히 목을 적셔나갔다.
"와!"
여성은 놀랐다.
과즙 자체는 심플한 산미가 났지만, 적절하게 차가워진 그것은 상쾌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데워진 몸을 식히기에는 최고의 음료였다.
여성은 무심코 왼손을 허리에 대고는, 그걸 단번에 쭉 들이키고 말았다.
그러자 여자는 한번 부르르 떨었다.
"또 올게요."
"다음에 또 와주세요."
여자가 건물에서 나가는 것과 맞바꾸어 이번에는 다른 집단이 입장하였다.
"뭐야뭐야?"
"재미있어 보이네."
집단은 모험가길드 여자기숙사에 입숙한 여성모험가들이었다.
여자는 바깥에 세워둔 마차에 올라타고는 여운을 즐기는 것처럼, 휴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어땠습니까 마스터."
마부석에 앉은 중년남성의 물음에, 여자는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이 목욕탕은 틀림없이 유행할 것이에요. 곧바로 주변의 토지소유상황을 조사하세요. 그리고 이대로 도적길드에 가세요."
"알겠습니다."
백합의 정원 최초의 손님을 태운 마차는 마을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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