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6 감정의 기초 지식2021년 03월 02일 10시 50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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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동이 튼 직후의 저택 안에서 울렸다.
"그렸다아!"
객실에서 울린 클레어의 외침에, 다른 방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던 세 사람은 무슨 일인가 하고 후다닥 일어났다.
에리스는 잠옷 채로 창문 바깥의 모습에 시선을 주었지만. 거기에서는 햇빛이 들어올 기미는 없었다.
우와, 아직 어두워.
그러자, 거기서 에리스ㅡ에지는 어떤 일을 눈치챘다.
어라? 왜 난 침대에서 자고 있지?
분명 어제는 레베의 무릎베개로......
"잘 잤니, 아가씨."
그 목소리에 돌아보자, 미소짓는 레베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가. 그대로 잠들었나.
"혹시, 침대로 데려다 준 거야?"
"그래."
당했다......
에리스가 레베의 방에서 뛰쳐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클레어가 식탁에 펼쳐놓은 도면을 가리키면서 에리스를 불렀다.
"에리스 안녕! 수정도면과, 그에 기반한 조감도를 그렸어!"
"알았어 클레어. 그러니까 조금 더 진정해. 후라우, 먼저 차를 준비해!"
에리스는 무슨 일인가 하고 뛰어온 후라우에게 먼저 차의 준비를 부탁하고, 식탁에서 부엌의 낮은 테이블로 도면을 옮기도록 클레어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이것은 모처럼의 도면이 식사로 더럽혀지지 않을까 하는 배려에서였다.
그러자 레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모습으로 방에서 나왔다.
"안녕 클레어. 에리스."
레베는 아침부터 여유만만하다.
각성용 허브티를 넷이서 홀짝이면서, 클레어가 펼쳐놓은 도면과 그걸 원근법으로 그린 투시도를 진지하게 비교하였다.
메인인 물 끓이는 곳도 도면상으로는 재주껏 장작연료로 위장해놓았다.
욕조는 두 개 마련해 놓았다.
에리스의 저택 쪽에는 커다란 욕조가 마련되었고, 그 반대편에는 가늘고 긴 욕조가 배치되었다.
목욕탕에서 넘쳐 흐르는 온수는 화장실 용의 수로로 흘러든다.
화장실은 가족용과 목욕탕용으로 하나씩 배치되어있다.
입구 왼편에 배치된 접수대는, 접수대 위와 안쪽 선반 등에 약간의 상품도 진열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둔 구조로 되어있다.
탈의실은 입구 오른쪽에 설치되었지만, 카운터에서 탈의실 안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은 만전이다.
또한, 탈의실과 욕실 사이에는 달구어진 몸을 진정시킬 수 있는 입욕후의 휴식공간도 확보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건물은, 정면과 집과의 사이엔 석조로 하고, 다른 두 면을 목조로 만들어서 겉의 호화로움과 온기의 조절을 양립시켰다.
"대단해 클레어!"
"이 도면과 투시도로 괜찮다면 오늘 당장에라도 감독에게 갖고 갈 수 있어!"
그런데 거기서 레베가 소박한 질문을 입에 담았다.
"그런데 조명은 어떻게 할 거지?"
아.
말을 듣고보니 그렇다.
이대로면 깜깜하다.
목욕탕이라면 습기도 나름대로 있기 때문에 보통 램프는 사용할 수 없고, 횃불 등은 연기가 차버려서 모처럼의 향기를 더럽히고 만다.
"아악! 거기까지 생각치 못했다!"
" '발광의 돌' 을 몇 개 준비하면 문제없을 거에요."
이어서 후라우는 에리스 쪽을 바라보며 윙크하였다.
"발광의 돌이란, 발열의 돌과 같은 계통의 마법구에요. 이걸 하나라도 입수할 수 있다면, 다음은 문제없을 거에요."
"잘했어 후라우."
에리스ㅡ에지는 다시금 감탄했다.
조명 문제를 눈치챈 레베의 냉정함과, 그걸 곧바로 해결한 후라우의 지식과 판단에.
여기선 나도 클레어의 등을 밀어줘야겠네.
"클레어. 조명 문제는 걱정 안해도 돼. 먼저 감독에게 이 도면의 견적을 부탁하자."
네 명은 후라우가 간단히 준비한 아침식사를 재빨리 마치고, 클레어를 중심으로 공방으로 향한 것이었다.
그런데 공방에서 에리스 일행은 예상 외의 대접을 받고 말았다.
먼저 도면을 펼쳐 흘끗 본 감독이 맹렬한 기세로 클레어를 보았다.
"클레어 너. 무슨 생각을 한 거냐!"
갑자기 감독이 클레어를 질타했고, 이어서 클레어의 정수리에 감독의 철권이 주저없이 꽂혔다.
어째서?
감독의 정말 대단한 기세에 눌려, 에리스 일행은 무심코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자 감독은 진정을 되찾으려는 듯 심호흡을 몇번이나 하면서 에리스 일행 쪽을 돌아보았다.
"아가씨들, 이 도면으로 견적이 얼마나 나올지 알고 있나?"
감독은 클레어에게 쓸데없는 짓을 시켜버린 것같은 말투로 내뱉었다.
"꿈을 그리는 건 확실히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행동에 의미란 없다고."
아무래도 감독은 처음에 보여준 도면을 전제로 견적의 정산을 끝내놓은 모양이다.
하지만 최초의 도면은 어디까지나 에리스의 가족용 입욕 공간이었으며 수로도 소박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거다.
에리스는 얼굴을 시뻘겋게 만들면서도 애써 냉정을 가장하고 있을 감독에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감독. 5천만 릴로는 부족해?"
"뭐라고?"
이번엔 감독이 놀랐다.
"잠깐 기다려, 최초의 도면이라면 거의 200만 릴 정도의 공사였다고!"
"예산은 5천만 릴이야."
감독은 다시 한번 클레어에게서 받은 도면을 보고, 이것저것을 암산해나갔다.
그런데, 감독에게는 기본적인 의문이 남았다.
"아가씨들이 그런 지불을 할 수 있겠는가?"
"계약금 2천5백만 릴을 모험가길드 보증의 어음으로 먼저 끊어놓겠어요. 시공 후에 2천5백만 릴을 마찬가지로 모험가어음의 지불로 하면 어떨까요?"
여기서 감독에게 모험가길드어음 자체를 제시하면 완벽하겠지만, 지금 여기서 감독에게 그 발행을 말한 자는 발행책임자인 모험가길드마스터 본인의 딸이다.
이 이상의 보증은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알았다, 견적을 정산하지. 후라우들은 내일 다시 와줄 수 있을까. 클레어, 넌 나와 정산이다."
이렇게 클레어를 제외한 세 명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공방을 뒤로 했다.
"오늘은 어쩔까."
아무 생각없이 에리스가 입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노점에는 무기와 방어구가 단검 정도만 있었네 아니면 침이라던가."
그러자 후라우가 잘 아는 듯한 표정으로 설명해주었다.
"감정에는, 나름대로 비용이 들어서 그래요."
후라우의 설명은 다음대로.
마도구의 능력을 알 수 있는 마법은 '아날리시스' 다.
이 마법은 당연하게도 배우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기본 필요정신력은 5.
보통 사람의 정신력은 평균 10이기 때문에, 마도구감정은 하루 1번의 한도가 있다.
"실은, 저도 마력감지와 아나리시스는 쓸 수 있어요."
라며, 후라우는 약간 가슴을 폈다.
"그 정도가 아니면 모험가길드의 접수는 맡을 수 없는걸요."
후라우는 미소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전 하루에 아이템 하나만 가능해요. 그러니 여태까지처럼 마도구감정은 에리스에게 부탁할게요."
약간 옆길로 새어버렸다며 부끄러워하면서 후라우는 해설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마력감지는 시간도 나름 걸리고, 아날리시스에는 마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험가길드에서는 미감정아이템의 감정에는 '마력감지 1만 릴' '아날리시스 5말 릴' 합 6만 릴을 희망자에게 청구한다.
그래서 반지나 작은 도구처럼 기본가격이 6만 릴 미만의 상품인 경우는 잘못하면 큰 적자가 나버리기 때문에, 모험가들을 보스방의 아이템과 상위미궁에서 입수한 아이템 이외에는 감정하지 못하고 팔아버리는 일이 많다.
그것이 노점에 가끔 좋은 마도구가 섞여있는 이유 중 하나.
또 하나의 이유는 '몰락귀족의 재고처분 바겐세일' 에 있다.
이쪽은 대량의 물건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는데, 이미 감정된 귀중품도 방출되기 때문에 미감정이 안된 물품은 방치되는 일이 많다.
한편 무기와 장비품은 능력이 붙어있지 않아도 나름대로의 가격으로 팔기 때문에, 모험가들은 거의 틀림없이 감정을 의뢰한다.
왜냐하면 빗나가도 약간의 흑자이며 당첨된다면 일확천금이니까.
거기다 당첨된 무기와 방어구는 본인들이 그걸 전부 팔기 때문에, 모험가길드에서 고급무기점, 고급방어구점으로 전매된다.
이것이 노점에 무기와 방어구가 거의 없는 이유.
"그럼, 고급무기점이나 고급방어구점에 가보자."
에리스의 제안으로 세 명은 고급점으로 아이쇼핑하러 가게 되었다.
먼저 고급무기점에 도착.
에리스의 눈에는 가게 안의 무기 대부분이 희뿌옇게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녀의 눈에 익숙한 명칭이 날아왔다.
'비연의 롱소드'
1천만 릴
어?
에리스는 두 눈을 비비고 나서 다시 한번 0의 수를 세어보았다.
0의 수는 맞다.
'흡정의 숏소드'
5천만 릴
어? 어?
후라우와 레베도, 설마 여기까지의 가격이 붙는 거냐며 놀라고 있다.
그러자 그곳에 점원이 손을 비비며 다가왔다.
"후라우 아가씨, 뭔가 찾고 계십니까?"
이건 좋은 기회라며 에리스는 소녀틱함을 전개하여 소박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비연의 단검은 얼마 정도 하나요?"
그러자 점원은 아이의 말이라 그런지 일부러 잘 가르쳐주는 듯한 어조가 되었다.
"비연의 능력은, 대미지를 배로 만드는 것이에요. 그래서 일격의 효과가 높으면 높은 무기일 수록 고가가 되지요. 단검이라면, 그런 것이 있다면 이야기겠지만 기껏해야 100만 릴 정도겠네요. 한편 미노타우로스가 드는 메이스라면 2천만 릴 정도의 가격이 붙겠지요."
"흡정도 그런가요?"
"대미지 의존의 무기는 거의 같은 경향입니다."
"대미지 의존이 아닌 무기도 있나요?"
"크리티컬 계열이나 특수공격 계열입니다. 둘 다 횟수로 승부하는 능력이지요."
"감사해요."
일단 가게를 나선 에리스는 후라우에게 조금 전과는 정반대의 어조로 질문을 하였다.
"미노타우로스가 나오는 미궁에서 메이스를 얻어서, 거기에 비연을 붙이면 레어품이 완성되는 거야?"
"네. 비연의 미노타우로스 메이스는 여태까지 나온다고 확인되었으니까요. 물론 초 레어품이지만요. 그거라면 모험가길드도 전혀 의심치 않고 사들여줄 거에요."
"그러면 흡정은?"
"흡정은 애초에 이 부근의 미궁에서는 나오지 않으니 어렵겠네요."
아무래도 내걸려 있었던 흡정의 숏소드는 다른 마을에서 매입한 듯하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방어구가게.
이쪽은 그다지 재미있는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능력이 대미지 경감이나, 특수공격무효였기 때문이니까.
슬슬 돌아갈까 해서 방어구점을 나선 세 사람의 앞을, 한 마리의 말이 통과했다.
???
뭐지 저거.
"저기 후라우. 조금 전의 짚단말같은 괴물은 뭐였어."
"저건 마도마에요. 먹이 대신으로 사용자의 정신력으로 달리는 마도구의 말이에요."
"저건 비싸?"
"100만 릴 정도 할까요. 휴대하기는 편리하지만 정신력을 소모해버리는 게 꽤 단점이에요. 저 마도구는 '슬레이프닐' 이라는 마물이 가끔 떨궈요."
이거 좋은 걸 들었다.
"저 말 말이야, 우리 인원 수만큼 있으면 편리하겠네."
그 물음에 후라우와 레베는 눈치챘다.
눈 앞에 정신력 무한대의 소녀가 있다는 것을.
"저게 인원 수만큼 있으면 행동범위가 넓어지겠구나."
"목욕탕 완성까지 할 일이 정해졌네요."
그런 이유로, 목욕탕이 완성될 때까지는 소와 말을 집중적으로 사냥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평소처럼 피부의 상태가 좋은 두 사람과 에리스는 클레어를 마중하러 다시 공방으로 향했다.
"감독, 계신가요?"
후라우의 부름에, 감독과 클레어가 둘 다 지친 표정으로 안에서 나왔다.
눈밑에 다크서클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둘 다 철야로 정산을 하였던 모양이다.
"오우, 마침 정산이 끝난 참이다."
감독은 세 사람을 향해 단언했다.
"나도 프로다. 시공내용과 비용을 속일 셈은 없다."
감독의 설명에, 세 사람은 수긍했다.
"이 설계도대로 평범하게 시공에 착수다면 공사기간 45일에 4천만 릴이겠구만."
그거라면 하고 말을 꺼내려던 에리스를 향해, 클레어가 입술 앞에 검지를 세워서, 다음을 듣자며 제지했다.
감독은 이어나갔다.
"수로용의 타일을 우선 발주하고, 목욕탕 관련시설을 공방에서 별도로 만들어서 수로공사와 시설건설을 병행한다면 시공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데 반해 비용은 5천만 릴이 된다."
"30일로 부탁할게요."
에리스는 즉시 대답했다.
"지금부터 모험가길드에서 어음을 마련해서 오늘 안에 보내드릴게요."
후라우도 감독에게 머리를 숙였다.
"클레어. 넌 내일부터 현장감독 겸 우리 저택의 집보는 역할이구나."
레베는 클레어의 두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걸로 계약완료.
내일부터 시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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