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5 주홍색의 빨래
    2021년 03월 01일 12시 48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15/

     

     

     

     

     홉고블린의 정수리를 쳐서 생긴 손저림을 오른손에 남긴 채, 후라우가 중얼거렸다. 

     " '비연' 의 대미지 2배는, 장난 아니네요."

     

     두꺼운 금색 털과 함께 그 목줄기를 종잇장처럼 베어넘긴 손맛을 오른손에 남긴 채, 레베가 동의했다.

     "맞아."

     

     참고로 둘다 '흡정' 의 능력으로 골드홉고블린에게서 체력을 듬뿍 흡수해서, 생기발랄한데다 피부도 맨들맨들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문이나 함정의 해제로 혼자 피곤했던 에리스는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그런 에리스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레베는 평소대로 안의 보물상자를 횃불로 비추었고, 후라우는 한 걸음 떨어진 장소에서 에리스의 덫 해제를 이제나저제나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혼자 불만을 말하면서 보물상자로 향한 에리스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덫을 해제했다.

     

     보물상자를 열자, 거기에는 몇몇 화폐와 함께, 희뿌옇게 빛나는 반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수면의 반지'

     대상 하나를 잠으로 인도한다.

     필요정신력 3

     커맨드워드는 [잠들어라]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미묘한 능력이다.

     왜냐하면, 에리스 일행에게는 이미 상대의 움직임을 일정시간 구속할 수 있는 '빙결의 반지' 를 소지하고 있으니까.

     

     "에리스, 반지의 능력은 어떤가요?"

     "수면의 반지야."

     그러가 후라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아뇨, 이 레벨의 미궁에서는 매우 드문 레어아이템이에요. 수면의 반지라면 모험가길드에서 50만 릴에 사들이니까요."

     아무래도 수면의 반지는 이전에 마도구점에서 보았던 침묵의 반지와 같은 정도의 수요가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한텐 쓸모 없겠네."

     그러자 레베가 에리스의 판단에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를 상처입히지 않고 무력화할 수 있는 건 강력하다고 생각하는데."

     

     아, 듣고 보면 그렇네.

     잘 보면 빙결은 공격력 10이 있었다.

     그리고 빙결은 상대의 의식이 그대로지만, 수면이라면 상대의 의식을 빼앗을 수 있다.

     "그렇네, 레베의 말대로야. 이건 나누는 게 필요하겠어."

     

     

     그 뒤 세 사람은 방의 구석에 자생하고 있는 아이다 버섯을 모조리 채취하였다.

     그 수 25개.

     하나가 4천 릴에 팔리니 매각가격은 총합 10만 릴이 된다.

     "버섯도 많이 채집했네요."

     후라우는 기뻐서 어쩔줄 몰라한다.

     한편 레베는 재미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다음엔 조금 더 손맛나는 곳이 좋겠는데."

     "그렇네, 다음엔 다른 미궁으로 탐색하러 가자."

     

     에리스는 만일을 위해 수면의 반지의 능력을 예비 반지에 복사하고, 그걸 손가락에 끼웠다.

     오리지날은 모험가길드에 팔기로 했다.

     

     "그럼 돌아가자. 준비는 되었지?"

     에리스는 두 사람의 준비를 확인한 후, 모험가길드에서 빌려온 '귀환의 반지' 의 능력을 개방하였다.

     모험가길드의 마법진에 도착한 세 사람은 그대로 접수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낯선 3인조 남자들이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이거 놀랍네! 와란에서는, 이런 계집들이 탐색을 하는 거냐!"

     "하지만 귀여운 애들이네, 우리와 놀자고?"

     "아가씨, 아저씨랑 좋은 일 안 할래?"

     

     모험가길드마스터의 딸인 후라우에게도 추근덕대는 걸 보면, 아마 이 녀석들은 신참일 것이다.

     

     길을 막는 장난을 당한 것처럼 말없이 서 있는 소녀들이 두려워하여 그러는 것이라고 착각한 남자들은, 더욱 추근덕대기 시작했다.

     "아가씨, 아저씨와 손 잡자."

     그렇게 말하면서, 에리스를 아가씨라고 부른 남자가 그녀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소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당방위 확인신청!"

     갑자기 후라우가 외쳤다.

     그러자 접수에서 바로 대답이 들어왔다.

     "길드 '정당방위' 를 확인했습니다!"

     

     다음 순간 에리스는 '수면의 반지' 를 해방하여, 그녀의 팔을 잡은 남자를 재워버렸다.

     레베는 처음에 말을 걸었던 남자의 뒤로 스윽 돌아가서, 샴시르의 손잡이로 남자의 후두부를 구타해서 혼절시켜버렸다.

     후라우는 마지막에 남은 남자에게 정면에서 카이트실드의 일격을 먹여 혼절시켜버렸다.

     

     그 광경을 홀에서 보고 있던 아저씨들은 갈채의 환호성을 보내었다.

     그렇다. 에리스 일행은 정당방위가 성립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자, 어떻게 할까."

     세 사람은 상담을 한 후, 아저씨들의 취급을 결정했다.

     딸이 습격당한 모험가길드의 마스터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 조치를 허용하였다.

     

     세 아저씨들은 에리스 일행의 손에 의해 전라로 벗겨져서, 나체 상태로 데굴데굴 구르며 멍석말이를 당했다.

     거기다 길드의 지붕 끝에 거꾸로 매달린데 더해, 그 위에서 새빨간 염료를 들이부었던 것이다.

     수고스럽게도 세 명의 고간에는 금색푸른색붉은색의 리본을 나비매듭을 지어서.

     아저씨들은 정말 부끄러운 모습을 한 채, 하루종일 웃음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그 광경은 훗날 이 마을의 명물이 되었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여기까지가 탐색의 성과려나."

     접수에 다가간 에리스 일행은 아이다의 미궁에서의 성과에 더하여, 아저씨들에게서 빼앗은 장비와 현금도 접수의 카운터에 늘어놓았다.

     

     접수원은 에리스에게 물어보았다.

     "이 반지는 감정했나요?"

     그러자 에리스 대신에 후라우가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이건 수면의 반지에요. 감정된 것."

     "후라우님. 만일을 위해 커맨드워드를 가르쳐주세요."

     " [잠들어라] 에요."

     "예, 알겠어요."

     접수원은 반지의 감정을 끝내고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정산을 시작해주었다.

     

     "버섯과 반지의 합계가 60만 릴입니다. 매달린 아저씨들의 재산은 전부 15만 릴. 세 명의 파티이니 한 명당 25만 릴을 받게 되겠네요."

     "저기 언니. 난 도적모험가니까 지불 증명서가 필요해. 발행해줄 수 있을까."

     "물론이에요."

     

     25만 릴의 지불증명서를 받은 에리스 일행은, 다음은 도적길드로 향했다.

     

     "에리스, 오랜만이다냐."

     도적길드의 접수에는 여전히 캐티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은 모험의 보고야."

     에리스는 모험가길드가 발행한 지불븡명서와, 그 10%에 해당하는 상납금으로서 현금 2만 5천 릴을 캐티에게 넘겼다.

     

     "즐거워 보인다냐."

     캐티는 에리스의 뒤에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푸른색과 붉은색의 미소녀들을 바라보면서, 무심코 그런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캐티, 오늘 마스터는 계셔?"

     "잠깐 기다리라냐. 확인하고 오겠다냐."

     캐티는 지불증명서를 현금과 함께 들고 일단 길드의 안으로 들어간 후, 조금 뒤 돌아왔다.

     "만나주신다고 했다냐."

     "고마워, 캐티. 그럼, 레베, 후라우, 잠깐 기다려 줘."

     에리스는 두 사람에게 그렇게 전하고서, 도적길드마스터의 방에 혼자서 향하였다.

     

     "오. 빨리도 벌어왔구만, 에리스."

     "예, 마스터."

     에리스는 마스터가 권한대로 그의 앞에 앉고서, 두 보고를 하였다.

     

     하나는 조금 전 매달아놓은 아저씨들의 일.

     아저씨들을 골탕먹인 건 쌤통이었지만, 만의 하나 그들이 어딘가의 군인이나 용병이었다면 귀찮은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도적길드에도 사전에 보고하였다.

     

     하지만, 마스터는 크게 웃어제끼면서 안심하라고 에리스에게 전했다.

     작업을 걸려던 소녀들에게 되려 당한데 더해 전라 상태로 거꾸로 매달리고 정중하게 나비리본까지 묶여지다니, 누가 보고할 수 있겠냐고.

     그는 기껏해야 모험가길드의 마스터가 면셔츠를 주는 정도로 끝날 거라고 덧붙였다.

     

     "나도 나중에 구경가도록 하지."

     라며 마스터는 기분좋아한다.

     

     "실은 또 하나 상담이 있어요."

     "뭐야. 말해 봐."

     

     두 번째, 이건 현재 에리스 일행이 진행하고 있는 여성 전용 목욕탕의 개설에 관해서였다.

     

     에리스 일행은 이 시설을 자신들 전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반에게 유료로 개방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치안과 안전 면을 생각한다면 에리스 일행이 단독으로 사업을 하는 것보다, 약간 수수료를 내어도 도적길드와 연결되는 쪽이 좋겠다는 것이 에리스 본인의 생각이다.

     

     에리스의 사업설명을 듣고, 길드마스터는 그 내용에 감탄하면서도 바로 대답했다.

     "매상의 50%를 도적길드에 상납할 것. 그리고 길드에서 1명을 출납확인자로서 파견하지. 이걸로 되었나?"

     " '이익' 이 아니라, '매상' 의 50%인가요?"

     "그래. 당연히 출납확인자의 파견료는 따로 받겠다."

     

     매상의 50%를 상납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도 안되는 폭리다.

     하지만, 어차피 이 장사로 벌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에리스는 두말없이 승낙했다.

     이걸로 목욕탕은 도적길드라는 보디가드에게 지켜지게 되었다.

     

     "그럼 마스터, 감사했어요."

     "오우, 다음에도 열심히 길드에 헌납해라."

     

     에리스가 도적길드의 안에서 돌아오는 걸 보고 후라우가 떠올렸다는 듯 외쳤다.

     

     "아, 클레어의 점심을 준비해주는 거 잊고 있었어요!"

     

     역시 모험 후의 갑옷 차림으로 시장에서 느긋이 장을 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에리스 일행은 도중에 있던 노점에서 사람 수 만큼의 샌드위치와 과일을 사들이고 급히 저택으로 돌아왔다.

     

     "왔어~"

     에리스 일행이 저택에 도착함과 동시에, 클레어가 기다렸다는 듯이 객실에서 뛰쳐나왔다.

     

     "설계도를 다 그려서 모두를 기다렸어!"

     "클레어, 점심은?"

     "아, 먹는 거 잊고 있었다."

     

     클레어는 식사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기세로 도면을 품고 왔다.

     "클레어 잠깐 기다려. 이 모습으로 이야기를 듣는 건 역시 힘드니까, 먼저 목욕하자."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목욕준비를 해놓았어!"

     에리스의 부탁에, 클레어는 알고 있다는 듯 가슴을 펴며 대답했따.

     

     에리스 일행은 제각각의 방에 장비를 두고서 세면장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곳에는 이미 홀딱 벗은 클레어가 실실대면서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목욕을 끝내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네 명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클레어가 그린 설계도를 들여다보았다.

     

     "대단해 클레어!"

     그 만듦새에, 에리스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이거 기대된다!"

     레베도 그 치밀함에 흥분하여 소리내었다.

     

     "기다리기 어렵겠네요!"

     후라우도 그 만듦새에 미소를 지었다.

     

     마음껏 세 명의 칭찬을 맛본 클레어는, 도면의 한 곳을 가리켰다.

     "모두와 상담하고 싶은 곳은, 이 부근인데."

     

     클레어가 모두에게 확인하고 싶었던 곳은, 먼저 목욕탕의 입구와 탈의실의 장소였다.

     또한 에리스가 제안한 대로 영업을 하려면 접수 카운터도 필요하게 된다.

     거기에다 상류에서 흘러들어오는 수량의 관계로 온수 화장실의 수가 한정되어 있어서 설치할 장소를 정하고 싶다고 한다.

     

     "화장실은 가족 전용과 손님 것은 따로 하고 싶어."

     무의식적으로 입에 담았는데, 에리스의 '가족' 이라는 표현에 세 사람은 기뻐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저택의 동쪽에 인저하게 건물을 세우면, 이쪽에서만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을 이 위치에 설치하고, 벽으로 막은 인접장소에 손님용의 화장실을 만드련 무리없어 보여."

     

     클레어의 제안에, 만일을 위함이라는 표정으로 레베가 확인을 구했다.

     "우리들도 바깥에서 들어가는 건가?"

     

     그러자 클레어는 저택의 한 곳을 지목했다.

     "저택의 이 부근에 문을 설치해서, 통로를 이쪽 접수카운터의 뒤까지 이으면 종업원 입구처럼 쓸 수 있어."

     

     그 아이디어에 후라우도 제안을 더하였다.

     "그렇게 되면, 손님의 의상실은 입구에서 반대측인 이 위치가 베스트겠네요."

     

     시간이 지나는 걸 잊고서 열중하는 네 명.

     얼추 아이디어가 떨어지는 참에, 클리어는 일단 도면을 둥글게 말고 일어섰다.

     "좋아, 다시 한번 그려올게!"

     그렇게 선언한 클레어는 재빨리 객실에 들어가고 만 것이었다.

     

     그 등을 지켜본 후, 레베와 후라우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우리들도 갑옷의 정비를 해야겠네요."

     "그래. 튀어버린 피의 뒷처리는 해야 하니까."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에리스는 오늘 밤은 혼자 자야겠다고 결정했다. 

     

     후라우가 부엌의 조명을 끄는 것을 신호로, 세 명도 제각각의 방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에리스에게 있어선 오랜만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다.

     오늘도 여러 일이 있었구나 하고, 에리스ㅡ에지는 일어났던 일을 순서대로 떠올렸다.

     

     ........

     

     혼자 있으면 쓸쓸하구나아.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30대 방구석 백수는 슬쩍 자기방에서 나와서, 옆방으로 향했다.

     

     "저기, 레베, 무릎베개 해줄 수 있어?"

     에리스는 레베의 방에 들어가서는, 융단 위에서 책상다리를 한 상태로 가죽갑옷에 왁스를 칠하고 있던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오늘은 무릎베개로 잘 거니?"

     레베가 상냥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래."

     

     그렇게 중얼거리고, 에리스는 레베의 정면을 점령한 가죽갑옷을 방해하지 않도록 신경쓰며 레베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었다.

     

     "잘 자, 레베."

     "잘 자, 아가씨."

     

     에리스는 레베의 따스한 무릎을 베개삼아 긴 잠에 들었던 것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