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3 설계 개시
    2021년 02월 28일 20시 49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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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14/

     

     

     

     나른한 기상 도중에, 클레어는 살짝 눈을 떴다.

     

     그러자 눈을 뜬 앞에는 에메랄드색 눈동자가 보였다.

     

     "아, 아, 아......."

     

     에리스는 동요하는 클레어를 흘겨보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침인사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클레어, 잘 잤어?"

     너무 천진난만한 울림에, 클레어도 끌려가는 것처럼 인사를 걸고 만다

     

     "어, 아, 응, 에리스, 잘 잤어."

     

     그러자 에리스는 몸을 일으켜서, 대각선 위에서 클레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기 클레어. 어제 내가 부탁한 일 기억해?

     

     부탁?

     아아......

     

     크레어는 잠자기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에리스가 가진 특수한 능력을 클레어에게 가르쳐 줄 거지만, 그건 반드시 비밀로 해달라는 말을.

     

     "응, 기억하고 있어."

     "내 부탁 들어줄래?"

     "물론이야 에리스."

     "고마워 클레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클레어~! 아침이다~!"

     "아침식사 준비되었어요~"

     

     라며 레베와 후라우가 손님방 문앞에서 두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에리스와 클레어는 서둘러 몸가짐을 바로 하고서 손님방의 문을 열었다.

     

     "안녕, 레베, 후라우."

     "안녕하세요, 레베님, 후라우."

     "레베면 돼."

     "자, 식사들어요."

     

     그대로 네 명은 어느 사이에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그럼 아침식사를 끝내면 내 비밀을 설명해줄게."

     "비밀을 들은 후에는 다시 못 돌아간다."

     "배신하면 어떤 꼴을 당하려나."

     라며 클레어를 협박하는 선배 두 사람이었다.

     

     그들의 압력에 대해, 모기소리만큼이었지만 클레어도 두 사람에게 반론했다.

     "나, 절대로 에리스를 배신하지 않을 거니까......"

     

     "호오."

     "어머."

     에리스는 감탄하는 레베와 후라우에게 자랑하려는 것처럼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보았다.

     하지만, 이미 여러가지로 포기하여 마음 속에서 대비를 한 두 사람은 그런 표정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뭐야, 조금 더 질투하면 어때."

     그다지 여심을 읽지 못하는 30대 방구석 백수였던 것이다.

     

     아침식사 후, 에리스는 후라우 일행에게도 했던 것처럼, 클레어에게도 그녀의 능력에 대한 비밀을 설명했다.

     그 내용에 놀라면서도, 클레어는 냉정히 납득한 모양이었다.

     

     "아, 그래서 에리스는 어제 발열의 돌을 보여준 거네."

     "맞아 클레어. 나의 능력이 있다면 열원의 걱정은 필요없다는 건 이해했겠네."

     "당연히."

     "그래서 어제 대욕타과 수세식 변소의 설계와 시공을, 정식으로 클레어의 공방에 발주하고 싶어."

     

     이건 대공사가 된다.

     에리스의 의뢰에, 클레어는 정말로 기쁜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클레어도 계속 말했다.

     "나도 부탁이 있는데. 설계나 시공감독을 나한테 해주지 않을래? 그래서 가능하다면 그 사이, 지금 방을 빌리고 싶어."

     "문제없어."

     에리스를 흔쾌히 승낙했다.

     이미 생각을 바꾼 레베와 후라우도 불만은 없는 모양이다.

     

     "또 하나 부탁이 있는데."

     "응."

     "이 공사는 감독에게 은혜를 갚는 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면......"

     "그렇게 하면?"

     "공방 일을 그만둘 테니까, 나도 이 집에서 같이 살게 해줬으면 해. 아, 설계의 일 등을 해서, 제대로 생활비는 줄 테니까."

     

     너무 예상대로의 반응에, 레베와 후라우는 서로를 무표정한 얼굴로 마주 보았다.

     이어서 내뱉는 두 사람.

     

     "아가씨, 난 불만 없어."

     "저도 문제없어요."

     "알았어 클레어. 환영할게."

     

     일단 정리를 끝내자, 네 사람은 다시 대장간골목으로 향하여, 클레어의 공방을 방문했다.

     오늘도 후라우가 먼저 감독에게 말을 건다.

     "감독님 계신가요?"

     그러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거한 아저씨가 공방 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오우, 일의 이야기는 정리되었나?"

     

     여기선 후라우가 에리스 대신으로 수로공사와 대욕탕 건설공사의 설계, 가공의뢰를 감독에게 의뢰하기로 했다.

     다만, 도면상으로는 어디까지나 장작으로 물을 데우는 걸로 위장했지만.

     

     "이건 개인이 하기엔 아주 큰 건축물이구만."

     "제가 이 공사의 설계에서 시공관리까지 담당할게요. 제가 담당하고 싶어요!"

     여태까지 자신없던 모습에서는 상상도 못할 적극적인 클레어의 요청에, 감독을 눈을 가늘게 하였다.

     "호오, 클레어. 할 수 있겠나?"

     "할게요!"

     "알았다. 그럼 후라우 씨. 이제부터 바로 간이설계를 기초로 견적을 계산할 테니까, 정식발주 때 견적금액의 절반을 공방길드에 납부해줘. 남은 절반은 인수 후에 줘도 상관없고."

     

     에리스 일행은 감독의 조건에 승낙한 후, 거기에 이렇게 추가했다.

     "만일 괜찮다면, 작업방을 하나 제공할 테니, 간이설계는 저희들의 저택에서 해도 상관없어요. 당연히 숙박하게 되겠지만요."

     

     감독이 클레어를 돌아보자, 클레어는 알았다는 듯 가슴을 폈다.

     "저, 갈게요!"

     "그럼 간이설계가 끝나면 클레어는 일단 공방으로 돌아와. 설계를 기초로 내가 견적을 계산할 테니까."

     

     그렇게 되어 가계약은 무사히 끝났다.

     

     에리스 일행은 그대로 클레어를 데리고서, 오늘도 중심가로 나갔다.

     목적은 클레어용의 마도구를 준비하기 위한 물품구입.

     "클레어도 하나 마음에 드는 가방을 준비해줄래?"

     

     그리고 길가는 도중에 에리스는 여러가지로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후라우와 클레어는 뭔가 쓰는 무기 없어? 나는 단검, 레베는 보는 대로 샴시르인데."

     그러자 후라우가 어라, 말하지 않았나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 모험할 때 '모닝스타' 와 '카이트 실드' 로 밀어붙이는 쪽이네요."

     "혹시 모닝스타라면?"

     놀란 에리스의 표정에도 불구하고, 후라우는 미소지으며 대다했다.

     "네, 쇠사슬로 연결하고 삐죽삐죽한 걸 붙인 철구지요."

     

     "카이트 실드라는 거는, 혹시 그건가?"

     무슨 말하는 거냐 이 녀석이라는 표정의 레베는 역시 눈치챈 모양이다.

     반대로 후라우는 레베에게 코웃음쳤다.

     "그거라는 게 뭘 가리키는 건지 모르겠지만, 직사각형의 방패에요. 샴시르 따위가 뚫을 만한 물건이 아니라고요."

     "그럼 시험해볼까?"

     "자 그만그만."

     

     에리스는 두 사람 사이에 들어가면 한숨을 지었다.

     

     한편 동떨어진 상태의 클레어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난 무기를 가져본 일이 없어. 마술사길드에도 가입하지 않아서, 마도장의 지급도 받지 못했고."

     "마도장이라니?"

     "마도장은 주문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필요정신력을 줄여주는 마도구야. 거기다 주문의 영창시간도 단축해주거나 해."

     

     거기서 후라우가 보충설명을 하였다.

     "마술사는 마술과의 친화성을 높이는 걸로 필요정신력을 줄일 수 있어요. 달인 클래스라면 기본정신력 5 의 '파이어 바렛' 의 마법도 정신력 1로 쓸 수 있어요."

     " '마도의 반지' 의 것도 마찬가지?"

     " 그것도 마도장과 같은 효과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근데, 에리스는 왜 그 아이템 이름을 알고 있나요?"

     "에헤헤."

     실은 에리스, 얼마 전날 암살을 대비해 레베가 쓰기 위한 마도구를 찾고 있을 때 '마도의 반지' 를 발견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에리스와 레베에게 직접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그 때는 지나쳤었다.

     

     그렇게 후라우에게 전달하자, 그녀는 당황했다.

     "반지는 지팡이보다도 위력이 높은 게 많아요. 밑져야 본전이니 다시 한 번 찾으러 가봐요!"

     

     그런 이유로, 에리스 일행은 서둘러 전에 가보았던 노점을 다시 방문했다.

     

     "아 다행이다. 남아있었네."

     

     에리스는 노점에서, 다른 반지보다 한 단 높은 곳에 장식된 은반지를 발견하고 안도했다.

     

     '마도의 반지'

     장착자가 마술을 사용할 경우, 그 필요정신력을 2 줄인다.

     다만 1이하로는 안 내려간다.

     마도구의 사용은 대상 외.

     필요정신력 0.

     자율형.

     

     "아가씨, 그건 가격이 좀 셉니다."

     혈색을 바꾸면서 반지를 쳐다보는 에리스의 안색을 보고, 젊은 점주는 바가지 씌울 기색이 만만한 모습이었다.

     "얼마지?"

     레베가 냉정히 묻자, 점주는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딱 2만 릴. 전혀 깎아줄 수 없습니다."

     그러자, 에리스는 곧바로 반응했다.

     "살게!"

     

     대단한 기세로 레베의 등을 떠미는 에리스를 보고 점주는 압도되어 버렸다.

     "그 대신, 거기에 쌓여있는 반지 중 하나를 덤으로 줘!"

     에리스는 레베의 앞으로 나오더니, 반지의 산더미에서 하나를 끄집어내었다.

     그 사이에 레베는 점주에게 2만 릴을 내었다.

     "어, 어어, 좋아. 이걸로 거래 성립이다."

     

     그 후, 노점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까지 이동하자, 레베는 마도의 반지를 클레어에게 넘겨주었다.

     그걸 클레어가 반지에 끼워보았다.

     음. 꽤 어울려.

     

     "그런데 아가씨. 왜 저기서 능력을 발동시키지 않았지? 네 능력이라면 '마도' 를 다른 반지로 복사할 수 있었을 텐데?"

     "이게 진짜 노림수여서 그랬어. 어쨌든 그 자리에서 빨리 떠나고 싶었으니까."

     에리스는 그렇게 소리없이 웃으면서 진주가 박힌 조잡한 반지를 세 사람의 앞에 내밀었다.

     

     "도대체 그 반지는...... 이거 혹시!"

     의문을 입에 담으려했던 후라우였지만, 그 반지를 응시할 때 전해지는, 희미한, 아주 희미한 마력을 느끼고 절규하고 말았다.

     

     훗훗후.

     

     "역시 모험가길드의 베테랑 접수원이네 후라우. 그래, 이건 '빙결의 반지' 야."

     

     '빙결의 반지'

     대상 1 마리의 표면을 얼음으로 감싸서, 대미지를 입힘과 동시에 일정시간 움직임을 멈춘다.

     기본 대미지 10

     정지시간은 상대의 저항력에 따라

     필요정신력 5

     

     "이건 또 대단한 마도구를 주웠네요. 아마 전문점이라면 2천만 릴급인데요."

     "그래서 에리스는 그 자리에서 재빨리 뜨려고 했던 건가."

     "맞아. 그런 식으로 내걸린 반지의 앞에서 우물쭈물하면 누군가가 주목해버릴 수 있으니까. 그 자리에서 느긋하게 복사 따위 할 때가 아니었어."

     

     다시 말해 2천만 릴 급의 반지를 얻기 위해 2만 릴을 버렸다는 것이다.

     

     "이건 만일을 위해, 모두에게 복사해 줄게."

     

     그 뒤로 길거리 노점을 돌아다녔지만, 오늘은 따로 그럴듯한 마도구는 발견하지 못했다.

     네 명은 클레어가 쓸 배낭을 사고서, 어제 점심을 먹었던 가게로 다시 향했다.

     

     자리에 앉은 참에 에리스가 먼저 중얼거렸다.

     "이번 건설로 재산의 절반 정도 써버렸네."

     "그래 아가씨. 늘어나진 않아도, 줄어드는 건 정말 말리고 싶은 참이다."

     "그렇다면, 클레어가 설계를 하는 동안 저택의 집을 보게 부탁하고서, 셋이서 탐색 일이라도 받아볼까요."

     오오.

     "당일치기로 갈 만한 곳은 있어?"

     "있어요. 아이다의 미궁이라면 셋이서 반나절이면 갔다올 수 있겠죠. 포식의 가방이 있다면, 버섯도 마음껏 딸 수 있으니까요. 충분히 생활비 벌이는 될 거에요."

     "그렇다면, 오늘은 이제 돌아가서 장비 정리를 하자."

     "그래."

     거기에 동료에서 제외되는 건 싫다는 느낌의 클레어도 참견했다.

     "공사가 끝나면, 나도 갈게."

     

     "중전사 1명, 경전사 1명, 도적1명 마술사 1명의 파티라면 꽤 고레벨의 탐색까지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이 멤버라면 회복계 아이템은 필요하겠어요."

     후라우의 분석에 에리스는 일부러 모른 체 했다.

     "아, 말하지 않았었나. 레베의 샴시르에는 '흡정' 이 붙어있어서, 베면 벨수록 레베는 회복해버려."

     "그걸 저의 모닝스타에 복사한다면, 적을 때리면 때릴수록 저는 회복한다는 말이겠네요."

     "맞아."

     "훗훗후."

     

     마지막 미소는 후라우가 흘린 것.

     후라우 무서워.

     역시 레베와 다르게, 여차할 때 피가 끓어오르는 타입이네.

     조심해야지.

     

     그런 이유로, 점심을 다 먹은 네 사람은 재빨리 귀가길에 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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