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1 토목공사의 견적 의뢰2021년 02월 28일 00시 56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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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그곳에는 풍만한 언덕이 두 개 올려져 있었다.
그것은 단단하게 붙은 근육 위에 올려진 부드러운 유방.
갑자기 눈앞의 시야를 메운 광경에 놀란 에리스였지만, 문득 떠올랐다.
"아, 어제는 후라우의 침대에서 잤었지."
자신의 상황을 떠올린 에리스는, 아직 옆에서 편안히 잠소리를 내고 있는 후라우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나서, 기지개를 켜며 부엌으로 나왔다.
그러자 현관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안 계신가요......"
응?
"누구 안 계신가요......."
아!
에리스ㅡ에지는 사태를 깨달았다.
에리스는 서둘러 후라우와 레베를 깨우려고 제각각의 방으로 달려나갔다.
"이봐 두 사람, 손님이야!"
그 한 마디에, 두 사람도 뭔가를 떠올린 듯 서둘러 일어났다.
"안녕! 또 와 줬네!"
에리스가 현관에서 맞이한 사람은, 커다란 짐을 짊어진 클레어였다.
그녀는 길고 검은 생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서, 칠흑의 눈동자로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표정은 남자애 여자애 양쪽을 떠올리게 한다.
입고 있는 옷은, 소박한 셔츠와 청바지.
거기엔 섹시함은 전혀 없다.
그냥 본다면.
하지만 이놈은 30대 방구석 백수다.
에리스ㅡ에지는 이 보이쉬함 속에서도 내성적인 아이의 귀여움을 간파했다.
"안녕, 잘 와주었다."
"클레어, 일부러 와 줘서 고마워."
레베와 후라우도 제대로 잠에서 깬 모습으로, 제각각 클레어를 마중했다.
오늘의 아침식사는 어젯밤의 야채 스튜를 만드는 도중 남겨뒀던 육수로 가볍게 끓여 만든 오트밀.
후라우는 평소처럼 에리스와 에리스의 반대편, 에리스의 왼쪽에 접시를 놓고, 추가로 하나 더 접시를 테이블에 놓았다.
"클레어도 먹는 게 어떻겠니."
후라우는 마치 이 집을 맡고 있는 것처럼 클레어의 앞에서 행동한다.
이 녀석, 클레어한태 자기가 위라는 각인행동을 시작했구나.
라고 에리스는 눈치챘지만, 당분간은 후라우가 하고싶은대로 내버려두기로 했다.
클레어는 마련된 접시를 목표로 하는 것처럼, 후라우가 가리켜준 대로 앉았다.
"아침 식사까지 대접받아도 될까....."
라고 가느다른 목소리로 물어보는 클레어에게, 후라우는 미소지으며 대응한다.
"신경쓰지 마요, 전부 에리스의 부탁이었으니."
응?
에리스?
그냥 부르네?
아, 이 녀석, 내 보호자를 자처해버렸구나.
어떻게 해줘야 할까.
여기서 에리스ㅡ에지는 그 야비한 두뇌를 풀가동시켰다.
이 자리에선 클레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도, 후라우와 레베에게 임시로 주도권을 넘겨주는 편이 좋겠네.
좋아, 오늘의 나는 약자로 가볼까.
시험삼아 클레어에게 귀엽게 감사를 전했다.
"클레어 씨, 정말로 와줘서 고마워요."
그러자 클레어는 예상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아냐! 어제 들려준 에리스 씨의 아이디어가 대단해서 그랬어!"
클레어는 에리스에게 반말이다.
연하이며 겸허하게 보이는 소녀인 나에게는 클레어도 말하기 쉽겠구나.
좋아, 거미집의 방향성을 확인.
그런 이유로 이후의 방침은 결정되었다.
이렇게 아침식사도 무사히 종료.
"후라우, 레베, 난 클레어를 안내하고 올게."
"잠깐 기다려어!"
에리스의 말에 두 사람은 위기감을 느끼고 소리쳤다.
"저도 가겠어요!"
"나도 간다!"
"후라우는 점심식사 준비를 부탁해, 레베는 시장에 나가서 부족해진 타월을 사줘."
에리스는 여기서 일부러 두 사람에게 다른 지시를 내렸다.
"클레어, 그럼 안내할게."
에리스는 애용하는 숄더백을 어깨에 걸고서, 레베와 후라우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조소하며 클레어의 손을 잡은 것이었다.
먼저 클레어를 북쪽의 시냇가로 안내한다.
"여기에서 저택까지의 경사라면, 가로세로 1메텔의 수로 정도라면 설치 가능하겠죠?"
"각도에 따라서지만, 섞여온 물고기가 시내로 돌아갈 정도로 완만하게 물을 끌어올 수 있겠네."
다음에는 남쪽으로 갔는데, 저택을 지나 큰길의 반대쪽에 있는 습지로 안내했다.
"시내에서 여기까지 200메텔. 수로는 북쪽 시내에서 이 습지까지로 하는 게 어떨까요."
"이거 괜찮네. 습지에는 생물이 많이 있으니, 더러운 물의 분해도 빨라."
여기까지는, 시내에서 물을 끌어오고, 목욕탕과 수세식 변기를 설치하려는 이야기다.
시냇물 위에 가건물을 지어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은, 이 세계에서도 자주 하는 일.
그보다, 상당한 비율의 사람들이 시냇물 안에서 일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규모라면 가로세로 1미터의 수로는 너무 크다고 생각해."
역시나 클레어.
거기서 에리스는 클레어에게 귓속말을 했다.
"도중에 뭔가의 열원을 준비한다면, 공중목욕탕을 설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무리야 에리스, 물은 준비할 수 있어도, 장작이 정말 많이 들게 되어버려."
열원이라고 듣고서 장작이라고 생각하다니, 클레어도 아직 멀었네.
"그리고, 이 수로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
"벽돌과 회반죽으로 만들어서 그런가요."
"이상적인 건 타일이려나. 가로세로 500밀메텔의 타일을 수로로 2만 4천장. 다른 가공에서도 1만 2천장 정도 필요한데."
타일인가아.
"타이른 고가인가요?"
"타일 자체는 1장에 100릴 정도지. 하지만, 옮기는데에 돈이 들어. 타일 값은 360만 릴 정도지만, 산지에서 여기까지 옮기려면 100장 당 10만 릴의 운송료가 필요하니가, 결국 총 비용은 720만 릴 정도가 되어버려."
흐음흐음.
"수로의 공사비는 얼마 정도인가요?"
"200메텔의 수로를 파는데 기초공사로 50만 릴. 수로의 목책을 만드는 데 재료비 포함 200만 릴. 목책 내부에 타일을 붙이는 작업에 재료비 별도로 50만 릴. 합계 300만 릴의 공사비가 필요해."
재료 포함 총 비용 1020만 릴인가.
문제 없겠네.
에리스ㅡ에지에게는 옆집을 팔고 받은 3천만 릴이 있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에리스는 클레어에게 그렇게 감사를 말하고서, 그대로 그녀의 손을 잡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에리스 어서오렴. 점심은 에리스가 좋아하는 리조또란다."
클레어 앞에서는 어디까지나 상전 행세를 하는 후라우.
에리스ㅡ에지는 언제 내가 리조또를 좋아했었나 하고 생각했다.
뭐 좋아하긴 하지만.
"아가씨, 지시대로 장을 보고 왔다. 물건을 확인해줘."
이쪽은 충성심으로 승부냐고.
에리스는 레베가 자랑스럽게 늘어놓은 타월을 확인하고서, 대답 대신으로 미소를 보였다.
이렇게 네 명은 아침과 마찬가지로 같은 자리에 앉았다.
네 사람은 후라우가 만든 수제 리조트를 후후 불면서 입에 가져갔다.
"우와, 후라우, 이거 맛있네!"
이건 진짜로 맛있는 거다.
"이건 졌다."
레베도 후라우의 요리 실력에 대해 백기를 들고 있다.
그러자 클레어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셋이서 이 저택에 살고 계신가요?"
그 질문에는 레베가 대답했다.
"여기에 사는 건 아가씨와 나 둘 뿐. 저기의 요리사는 옆집 주민이다."
또 쓸데없는 도발을.......
.........
어라? 후라우가 대답하지 않는다?
맥이 빠졌는지, 레베가 후라우에게 눈길을 주었다.
하지만, 그 시선을 무시하는 것처럼, 후라우는 천천히 가슴을 폈다.
"네, 이 저택에는 우리들만 살고 있어요."
어디까지나 레베의 말을 완전무시할 셈이다.
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니다.
후라우의 말에는 무언가가 함축되어 있다.
그래. 클레어를 걱정하는 무언가가.
그건 에리스와 레베에게도 전해졌다.
후라우는 뭔가 알고 있구나.
아마도 클레어의 사정이겠지.
에리스ㅡ에지가 그렇게 눈치챔과 동시에, 클레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재밌어보여."
클레어가 띄운, 있는 힘껏 밝아보이려는 표정에 의해 분위기는 변하고 말았다.
이 어색한 표정에.
왠지 방의 공기가 무거워진다.
그러자 후라우는 클레어를 감싸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다른 화제로 돌렸다.
에리스ㅡ에지는 그런 후라우의 반응으로 이해했다.
클레어는 과거에 뭔가의 상처를 입었다.
다만, 그게 뭐인지까지는 모른다.
에리스ㅡ에지는 생각한다.
이 소녀는, 뭔가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사정은 후라우가 알고 있어보인다.
그럼 움직이자.
"레베, 클레어를 객실로 안내해줘!"
"그래, 안내하지."
레베는 클레어의 손을 잡고서, 빈손에는 클레어의 짐을 들고 저택의 손님방으로 안내하러 갔다.
"그럼."
둘만 남게 되자, 에리스는 후라우를 돌아보았다.
"그 아이의 상처, 아마도 가정 폭력?"
에리스의 물음에 후라우는 한순간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다시 에리스를 돌아보았다.
"아시는 건가요......"
후라우는 단념한 듯 말하기 시작했다.
클레어는 와란 마술사길드에 소속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부는 클레어를 소중히 키우면서 당연한 것처럼 클레어에게 마술의 교육을 시켰다.
그런데, 클레어가 10살이 되었을 무렵, 갑자기 왕성도시의 마술사길드 본부에서, 도사 이상의 마술사 모두에게 긴급소집을 내리게 되었다.
클레어의 부모는 왕성도시로 가야만 한다.
하지만, 위험을 동반하게 될 왕성도시로 사랑하는 딸을 데리고 갈 수는 없다.
그래서 클레어의 아버지는, 그의 동생에게 클레어를 맡겼다.
클레어는 숙부에게 덮쳐졌다.
하지만, 클레어의 몸은 무사했다.
왜냐하면 클레어를 숙부를 날려버렸으니까.
부모에게서 배운 마술을 써서.
다음날 발견된 것은, 뇌척수액의 분홍빛으로 물든 클레어와, 원래 뭐였는지도 모를, 악취를 풍기는 수많은 고기파편이었다.
당연하지만, 클레어의 정신은 무사하지 않았다.
클레어의 부모는 돌아오지 않았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와란의 마술사길드에 남아있던 것은 잔챙이 마술사 뿐이고,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거기서 후라우의 아버지인 모험가길드마스터가 어쩔 수 없이 움직였다.
그는 클레어를 잘 아는 장인에게 맡기고, 그녀에게 살육이 아니라 생활에 몰입할 수 있는 교육을 의뢰했다.
"클레어는 마술사야?"
"클레어는 마술을 쓸 수 있지만, 마술사를 혐오해요. 분명 마술사길드에도 소속되지 않았을 거에요."
흐음~.
에리스는 후라우에게 의견을 구했다.
"예를 들어 클레어에게 내 능력을 가르쳐준다면, 어떻게 될까."
후라우는 확신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 표정을 보고, 에리스는 이해했다.
"고마워, 후라우."
승부는 저녁과 목욕이네.
"클레어, 오늘은 이 방을 써."
"가, 감사해요, 레베님."
클레어가 쭈뼛거리며 감사를 전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레베의 얼굴도 풀어지고 만다.
"레베면 돼."
라고, 클레어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저기, 레베님."
"왜 그래? 클레어."
"이 집의 주인은, 에리스님인가요."
"주인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난 에리스의 방패다."
그렇게 에리스와 자신의 관계를 당당히 표현하는 레베를 보고, 클레어를 얼굴을 붉혔다.
클레어는 생각했다.
"여긴 기분 나쁜 사람이 없어. 여긴 날 혼내는 사람이 없어."
무심코 클레어의 표정은 안도했는지 풀어졌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레베는 단념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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