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마지막 저주 2
    2024년 09월 08일 16시 34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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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한 달 후, 우리 네 명은 바르톨트 무덤으로 찾아갔다.



     펠릭스가 바빠서 일정이 잡히지 않은 탓에 처음에는 우리 셋과 기사단, 마법사단으로 가려고 했지만, 펠릭스가 '반드시 간다'며 떼를 써서 오늘에 이르렀다.



    “꽤 강한 저주구나 ......”

    “예. 저주의 근원이 두 개나 될 정도이니, 지금까지의 저주 중 최고일지도 모릅니다.”



     주변 일대에는 붉은 동굴보다 더한, 숨 쉬는 것조차도 주저하게 만드는 짙은 독기가 가득 차 있었다.



     여기까지는 기사단도 동행했지만, 이 땅을 덮고 있는 결계를 모두 통과할 수 없고, 이 독기를 견딜 수 있는 결계를 치고 싸울 수 있는 것은 루피노와 우리뿐인지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



     루피노가 우리 모두를 위한 결계를 쳐주고, 네 사람이 돌담으로 둘러싸인 부지 안으로 들어섰다.



    “...... 정말 예전과 많이 달라졌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예전에는 초대 황후가 사랑했다는 꽃들로 둘러싸인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풀과 꽃이 다 시들어버렸고, 신성해야 할 대성당도 폐허처럼 변해버렸다.



     설령 '저주'가 풀린다 해도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저곳은?”



     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17년 전에는 없었던 작은 묘지 같은 것이 있었다.



    “...... 제가 예전에 만들었던 묘지입니다. 묘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은 아니지만요.”



     저주를 받을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



     독기가 가득 차서 그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죽은 자를 충분히 추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슴이 몹시 아팠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이사벨라와 함께 짧은 기도를 드렸다.



    “그럼 저와 티아나는 대성당으로 가겠습니다.”

    “저와 이사벨라 님은 성당으로 가겠습니다. 조심하시길.”

    “너희들도 조심해, 절대 무리하지 말고.”

    “네~”



     루피노와 이사벨라와 헤어져 펠릭스와 함께 성당으로 향했다.



     최근 두 사람의 조사에 따르면, 저주의 근원인 작은 상자는 교회와 대성당의 제단 위에 있었다고 한다.



    “내 곁을 벗어나지 마.”

    “응, 고마워.”



     이윽고 이사벨라 일행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을 확인한 나는 목에 걸고 있는 통신용 마도구를 향해 말을 걸었다.



    “이사벨라, 들려?”

    <네, 잘 들려요! 작은 상자 앞에 도착해서 저주를 풀 준비가 되면 연락드릴게요>

    “고마워, 나도 그렇게 할게.”



     무사히 마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펠릭스와 함께 성당으로 향했다.







     대성당까지 마물이 제법 있었지만, 펠릭스와 협력하여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었다.



    “마물가 너무 적은 게 마음에 걸려.”

    “맞아,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불안해.”



     네 곳의 '저주'를 풀면서 나의 마력은 현재 70퍼센트 정도 회복되었다.



     즉, 바르톨트 무덤에만 내 마력을 30%나 사용하고 있는 만큼 꽤 강한 저주가 존재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베르타 마을에는 마물이 적은 이유가 있었으니, 여기에도 뭔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쪽이면 좋겠지만 아까부터 계속 가슴이 두근거려서 불안하다.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



     작은 상자가 놓여 있는 제단 너머──성당의 가장 안쪽에는 호화로운 문이 있다.



     그 문 안쪽에는 초대 황제가 잠들어 있다고 한다.



    “...... 이것이 저주의 근원인가 보네.”



     작은 상자 앞에 서자, 강한 독기에 숨이 막힌다.



     역시 저주 자체는 지금까지의 저주받은 땅 중 가장 강하다. 부지 내에 이런 것이 두 개나 있으니 이곳의 독기가 얼마나 강함에도 납득이 간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마력량도 충분하니 문제없을 것이다. 이사벨라 역시 상당한 힘을 가진 훌륭한 성녀니까.



    “무리하지 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이곳을 떠날 테니까.”



     펠릭스도 눈치챈 듯이 말을 건넸다.



     나는 괜찮다고 미소를 짓고서 그 자리에서 저주 해제를 위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 잉크는 특별한 것으로, 내 피를 안전하게 빼낸 후 성수와 섞어 만든 것이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마력이 잘 전달되고 효율이 좋아질 것이다. 루피노와 마법의 탑 사람들이 서둘러 개발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벨타 마을 때와는 달리 시간적 여유가 있어 꼼꼼하게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무사히 그림을 다 그린 후, 마도구에 말을 걸었다.



    “이사벨라, 이쪽은 준비가 끝났어.”

    <저도 거의 다 됐어요>



     이사벨라와 루피노도 무사히 교회 안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대로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바라며 두 손을 꼭 잡았다.



    <티아나 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언제든 가능해요>

    “고마워. 그럼 시작할까?”

    <네>



     이사벨라의 대답을 듣고 마법진 중앙에 로드를 세웠다.

     심호흡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시고 집중하며 마력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



    (...... 정말 강한 저주구나)



     흘려보내는 마력을 통해 저주가 튕겨져 나오는 것을 느낀다.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풀면 이쪽이 삼켜질 것 같다.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저주가 풀리고 있어요. 역시 두 군데를 동시에 할 필요가 있었네요>

    “그거 다행이야. 이대로만 가자.”

    <네!>



     이사벨라 씨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이대로 가면 문제없이 저주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강한 저주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



     이윽고 몸의 곳곳이 아프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펠릭스가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비통한 표정에서는 나에 대한 걱정과 저주 해제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함이 엿보인다.



    (무사히 끝내고 '의외로 괜찮았어'라며 웃어주어야겠어)



     그렇게 다시 집중해서 절반 정도만 더 하면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때였다.



    <티아나 님!>



     마도구에서 이사벨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교회 주변에서 시체들이 몰려와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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