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저주받은 교회 4
    2024년 09월 03일 01시 26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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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에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은 전혀 할 수 없었다.



    (......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도 마음 한구석에 항상 외로움과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성녀라는 위치에서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아랫사람들이 불안해할 것 같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웃고 밝게 지내려고 노력했고, 항상 '백성들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야만 했다.



     원래는 지금도 그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펠릭스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펠릭스가 내 관자놀이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사랑스럽게 미소를 짓는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고마워.”

    “왜?”



     왜 펠릭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펠릭스가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기대어주는 게 내 꿈이었으니까.”

    “그런 게 꿈이었어?”

    “그래. 어렸을 때에는 빨리 어른이 되어서 엘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 게다가 엘세는 항상 조금 무리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펠릭스는 엘세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펠릭스는 항상 내 곁에서, 누구보다 똑바로 아름다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주었기 때문에.



    “그런 엘세가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기대려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기뻐.”

    “............!”



     펠릭스의 말에 가슴이 따스해진다. 정말로 그는 계속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나는 거짓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페, 펠릭스는 나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 분명.”

    “............”



     농담처럼 말했는데도 부드러운 미소를 돌려받자, 괜히 더 기분이 좋아졌다.



     펠릭스는 미소를 지으며 내 허리에 팔을 감아서는 끌어안았다.



    “그리고 옛날에는 달과 별의 왕자님이라는 그림책을 좋아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

    “어?”

    “그래서 말투도 그 왕자님의 흉내를 내는 거야”

    “어, 어째서 ......”



     정말 잠깐만 기다려줘. 펠릭스가 말하는 것은 전생에 내가 좋아했던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가 그려진 그림책을 말하는 것 같다.



     연애라는 것을 전혀 모르면서도 동경했고, 그림책에 나오는 왕자님 같은 남자가 언젠가 나에게도 나타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엘세가 죽은 후의 유품은 펠릭스가 관리해 준 것은 알고 있지만, 아아아 ......)



     스물두 살에 그림책 속 사랑을 동경했다니, 정말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제국의 여성 결혼 적령기가 열여덟 살에서 스무 살 정도였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확실히 어린 시절의 펠릭스는 더 천진난만하고 활발한 느낌의 말투였다.



    (지금의 펠릭스는 차분하고 침착해서, 마치 왕자님 같은......)



     그런 부분까지 나를 의식해서 바꾸었다니, 끝없는 애정이 느껴진다.



     얼굴이 달아오르며 '왜'라고 중얼거리자, 펠릭스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사랑하는 여자의 이상형에 가까워지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으......!”



     엄청난 달달함을 견디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펠릭스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내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티아나는 정말 귀여워.”

    “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노처녀인 주제에 그림책 속 사랑을 꿈꾸고 있었는걸.”

    “아니 전혀. 나 말고 다른 남자를 모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뻐.”

    “어떻게 그런 부끄러운 말을 연달아 ......!”



     펠릭스의 사랑은 끝을 알 수 없어서, 연애 초보인 나에겐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그가 곁에 있어준다는 행복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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