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마지막 저주 1
    2024년 09월 05일 11시 56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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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회에서의 사건으로부터 2주일이 흘렀다.



     루피노와 이사벨라가 무사히 지하 유적의 저주를 풀고 돌아와서 제국 내부는 더욱 달아올랐다.



    “...... 하아.”

    “한숨만 내쉬면 행복이 달아나 버려요.”



     맞은편에서 정성스럽게 로드를 닦고 있는 이사벨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사벨라의 방에 서류를 전달하러 갔다가 차를 마시자고 권유했고, 그 말에 응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사벨라는 로드를 소중히 여겨서, 며칠에 한 번은 이렇게 몇 시간에 걸쳐 직접 닦는다고 한다.



    “분명 그 후작영애를 신경 쓰고 있는 거겠죠?”

    “응.”

    “티아나 님은 너무 친절하세요. 저는 종신형을 받아도 좋다고 생각해요.”



     꼴좋다는 듯, 이사벨라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연회에서의 일로, 자라 님의 처우는 징역 20년이 내려졌다.



     자라 님이 깨어난 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그녀가 착용하고 있던 새빨간 브로치가 저주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심하게 고통스러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한다. 상당히 강한 제약 마법에 의한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



    [황후님의 가면을 벗기기 위한 것이라고만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악의는 있었지만 내 목숨을 노린 것이 아니었고, 그녀 자신도 피해자라는 점, 그리고 나의 부탁도 있어서 형량이 상당히 감형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묘령의 젊은 여성이 20년간 갇혀서 죄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녀처럼 화려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인 슈리스 후작이 '자신이나 후작가와는 무관하다', '어리석은 딸이 마음대로 한 일', '연을 끊겠다'라며 딸을 쉽게 내쳐버렸다는 말을 듣고는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



    “...... 틀림없이 실비아의 소행일 거야.”

    “어떻게 아시죠?”

    “같은 일을 당한 사람을 여러 명 본 적이 있는걸.”



     팔론 신전에서 무언가를 호소하려 할 때마다, 고통을 당하고서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분명 실비아에게 이용당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무엇을요?]

    [티아나 님이 '텅 빈 성녀'라는 것을]



     과거 무도회에서의 그녀의 발언도 역시 파론 신전의 사람, 즉 실비아에게서 직접 들은 것임에 틀림없다.



     실비아한테서 들었다면, 그토록 확신에 찬 모습도 납득이 간다.



     지금은 자라 님의 아버지인 슈리스 후작에게서 파론 왕국과의 관계를 포함한 이야기를 듣도록 지시해 놓았다.



    (정말이지 연이어 터지는 사건에 마음이 편치 않아)



     역시 실비아를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펠릭스 님과 티아나 님이 없었다면 많은 사람이 죽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목숨이 붙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해요.”



     이사벨라의 말은 분명 옳은 말일 것이다. 신분상 너무 자비를 베푸는 일은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고마워, 이사벨라. 마음속에 간직할게.”

    “그래요. 저희들은 그런 티아나 님을 좋아해요.”



     어려운 일은 모두 펠릭스 님에게 떠넘기면 된다고 말하는 이사벨라에 미소가 나왔다.



    “이사벨라 님, 계신가요?”

    “어서 오세요.”



     그런 가운데 이사벨라의 방을 방문한 것은 루피노였다.



    “티아나 님도 계셨군요. 안녕하세요.”



     드물게 심플한 귀족 복장의 사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오늘은 쉬는 날인 것 같았다.



     뭔가 중요한 용무가 있는 것 같아 방해하면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일어서자, 루피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티아나 님께도 들어주셨으면 하는 이야기이니 마침 좋습니다. 얼마 전 이사벨라 님과 함께 다녀온 '바르톨트 무덤'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정리해 왔습니다.”



     루피노는 내게 서류 뭉치를 건네고 이사벨라 옆에 앉았다.



    (...... 여전히 솜씨가 좋아)



     한 번 훑어본 것만으로도 훌륭한 자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번 지하 유적에 이어서 며칠 전 이사벨라와 루피노가 마지막 저주받은 땅인 '바르톨트 무덤'에 다녀왔는데, 그때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바르톨트 무덤은 제국을 건국한 초대 황제가 잠들어 있는 무덤이며, 중앙에는 대성당이 세워져 있다.



     백성들도 자주 찾아와 예배를 드렸고, 우리 성녀들도 성전에 들어가면 반드시 기도를 드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땅에 '저주'에 걸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솔직히 좀 더 지켜보면서 그냥 저주를 풀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이상했어요.”



     서류를 훑어보는 내 맞은편에서 이사벨라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하다니?”

    “주변을 정화해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예요.”



     이사벨라는 꽤 많은 마력을 써서 노력했는데도 이상하다며 볼을 부풀렸다.



     함께 동행한 루피노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특별한 방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정화할 수 없다면 모를까, 금방 원상복귀라니....... ...... 왜 그럴까)



     요즘은 황후로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역시 한 번쯤은 나도 가볼 필요가 있다.



    “그날 동시에 조사했던 같은 부지에 있는 교회도 잠시 저주가 약해졌어요. 곧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교회도......?”



     그 교회는 발트루트 무덤 근처에 있는데, 초대 황후가 잠들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초대 황제는 황후를 깊이 사랑해 생전에 미리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바르톨트 무덤은 한 곳의 저주받은 땅으로 묶어서 말하지만, 사실 교회도 '저주'에 당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두 곳의 정화를 해야 한다.



    “...... 어쩌면 연동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어.”



     대성녀였을 때 한 번, 쌍둥이로 된 마물을 쓰러뜨린 적이 있다.



     특수한 마물이라서 한쪽을 죽여도 절대 죽지 않고, 두 마리를 동시에 죽여야 했기 때문에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힘 있는 마물이라서 한 마리를 쓰러뜨리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는데, 두 마리를 동시에 죽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나도 마력이 바닥나서 루피노에게 마력을 받았었지)



     그 이야기를 하자, 두 사람도 그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데 동의했다.



    “한번 통신용 마도구를 연결해서 시험해 볼까요?”

    “그래, 이사벨라가 있는 덕분에 동시에 정화도 가능하고, 여태까지와는 달리 몇 번이든 다시 할 수 있는걸.”



     바르톨트 무덤에는 마물이 많지만, 접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루피노와 펠릭스가 있으면 우리도 정화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예전부터 이런 내 직감은 잘 맞아떨어지는 편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그렇게 펠릭스의 일정도 조정하여, 마지막 '저주'를 풀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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