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마지막 저주 3
    2024년 09월 11일 01시 38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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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하면서도 마력을 흘려보내며 저주를 계속 푼다.



     펠릭스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도 눈살을 찌푸리며 칼자루에 손을 얹고 있었다.



    <루피노 님께서 쓰러뜨려 주셨지만, 교회 주변에 묻혀 있던 병사들의 언데드인 것 같으니...... 티아나 님도 조심해 주세요!>

    “언데드라니? 이사벨라, 괜찮아?”

    <네, 어떻게든 해제는 계속할 테니까요, 꺄아악!>



     폭발음이 들리면서 통신이 끊어져서 다시 펠릭스와 얼굴을 마주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

    “어쨌든 이사벨라를 믿고, 해제를 계속──”



     그렇게 말하려는 찰나, 전방에서 '쾅'하는 큰 소리가 들리며 땅이 흔들리는 충격과 함께 흙먼지가 주변에 퍼져 나갔다.



    “티아나!”



     곧이어 눈앞에 펠릭스가 서서 칼을 휘두르며 바람을 가르는 것처럼 검을 휘두르자 흙먼지가 걷혀 나갔다.



     곧이어 금속이 마찰되는 소리가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숨을 멈췄다.



    “──거짓말, 이지?”



     그곳에 있던 것은 한 남자였다.



     군데군데 녹슨 붉은색과 금색 갑옷, 너덜너덜한 붉은색의 칙칙한 로브가 흔들리고 있다. 화려한 자수가 새겨져 있어 원래는 장인이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최고급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왼쪽 가슴에는 리비스 제국의 황족을 상징하는 문장이 그려져 있다.



     허리까지 하나로 묶은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광채가 없는 얼음빛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듯 멍하고 흐릿하다.



     눈앞의 인물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눈앞에 서 있는 그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 알스터 폰 리비스 .......”



     떨리는 목소리로 펠릭스가 내뱉은 것은 틀림없이 초대 황제의 이름이었다.



     예전에 왕성에서 보았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무엇보다 그 얼굴 생김새도 펠릭스와 닮았다.



    (설마, 이런 일이 ......)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에, 로드를 잡은 손이 떨린다.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남자의 뒤편에 있는 문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그 안쪽에는 바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양의 금은보화와 그 안에 묻혀 있는 호화로운 관이 있었다. 그 옆에는 뚜껑이 부서져 있었는데, 관 안은 텅 비어 있었다.



    “............!”



     초대 황제가 사령술에 의해 강제로 되살아난 것이다.



     그 끔찍한 사실에 할 말을 잃는다.



     이사벨라 일행도 황후의 무덤 주변에 묻힌 병사들의 시체가 언데드로 되살아난 바람에 공격받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순교자가 무덤 주변에 묻히는 풍습이 있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가능한 거람......”



     이보다 더한 죽음에 대한 모독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사령술이란 것은 전승으로만 들어본 적이 있다.



     그 원리는 모르겠지만, 이 땅에서 나의 마력 혹은 저주가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데 쓰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초대 황제가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검은 질질 끌려가고 있어서 바닥과 마찰하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고막을 뒤흔든다. 왼팔과 오른발의 관절은 부자연스럽게 구부러져 있고, 얼굴과 손은 흙빛을 띠고 있다.



     어쩌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초대 황제가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그 육체도 이미 썩어가고 있을 테니까.



     그런 기대를 품은 다음 순간, 금속과 금속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펠릭스!”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 초대 황제가 펠릭스에게 달려들었고, 즉시 펠릭스는 자신의 검을 빼내어 받아냈다.



     눈 깜빡일 틈도 없이 또다시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검과 검이 교차하는 충격으로 불꽃이 튀고, 양측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파열되는 소리가 났다.



    “......역시, 대단하군.”



     펠릭스는 침착하게 공격을 받아내고 곧바로 반격의 칼날을 상대에게 날렸다. 이후에도 두 사람의 격렬한 공방은 계속되었고,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땅이 흔들렸다.



    (저런 거, 반칙이야)



     언데드가 된 초대 황제에게는 통각도 없고 '죽음'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팔이 잘려나가도, 몸의 중심을 관통당해도 고통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공격을 계속했다.



     초대 황제는 군신(軍神)으로 불리며 압도적인 힘으로 제국을 통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토록 무력을 자랑하던 인간이 언데드가 된 이상, 그 힘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더 끔찍하고 강력하다.



    “큭......”



     펠릭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 몸에 난 상처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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