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마지막 저주 4
    2024년 09월 13일 23시 04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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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당장 치유 마법을 걸고 싶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어쨌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펠릭스를 믿고 계속 저주를 푸는 것뿐이야)



     필사적으로 저주를 계속 풀다 보니 마력과 체력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들었고, 저주의 반동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기 시작하여 더 이상 서 있는 것이 힘들다. 입술을 꽉 깨물고 필사적으로 참았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저주에 삼켜질 것만 같다.



    <티아나 님, 괜찮으세요>

    “이사벨라!”



     그런 와중에 계속 반응이 없던 통신용 마도구를 통해 이사벨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사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서 곧장 대답을 한다.



    <루피노 님 덕분에 곧 저주의 해제가 끝날 거예요. 그쪽은 어때요?>

    “이쪽도 아마 곧 끝날 거야.”

    <그럼 다행이네요──콜록, 콜록 ......>

    “이사벨라? 괜찮니!?”

    <죄송해요, 조금 내장을 다쳐서 피를 토한 것이에요>



     저도 아직 멀었네요라는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사실 그녀는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상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이제 됐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성녀로서, 동료로서 이사벨라를 믿고 반드시 지금 여기서 저주를 풀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동시에 있는 힘껏 마력을 쏟아부어요!>

    “그래, 알았어.”



     이럴 때일수록 밝고 긍정적인 이사벨라에게 힘을 얻는다. 정말 조금만 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이사벨라의 '갑니다'라는 목소리에 맞춰, 로드를 통해 마법진에 마력을 모두 쏟아붓는다.



    (──이걸로 끝이야!)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는 순간, 공기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저주가 무사히 풀렸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온몸의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아...... 하아......”



     그 많던 마력은 이제 거의 다 빠져나갔고,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리는 듯이 아팠다.



    <해, 해냈네요...... 이젠 한계예요......>

    “...... 맞아......”



     수고했다는 말조차도 힘들어서 필사적으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쓰러진다.



     이사벨라도 무사한 것 같아서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온몸이 뜨거운 탓에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티아나!”



     곧 초대 황제를 쓰러뜨린 것으로 보이는 펠릭스가 달려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얼굴과 팔, 몸 곳곳에 상처가 나고 옷 여기저기에 피가 묻어 있는 모습에서 꽤나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게 떨리는 오른손을 그에게 내밀어 치유 마법을 사용한다. 저주를 풀면서 마력을 다 써버렸지만, 저주에 사용했던 나머지 30% 정도의 마력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금방, 치료해 줄게.”

    “나는 괜찮아. 그러니 몸을 쉬게 해 달라고 해도...... 듣지 않겠지.......?”

    “맞아.”



     포기했다는 듯이 웃으면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펠릭스는 역시 나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나 다친 펠릭스를 내버려 두고 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그런 상대에게 승리를 거둔 그의 강함에 왠지 살짝 웃음이 난다.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 그건 이쪽이 할 말인데.”



     그런 나를 보고, 펠릭스도 안도한 듯 눈썹을 내리며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





    “아~ 이제 지쳤어요, 정말! 오늘부터 일주일은 잠만 자고 지내야겠어요!”



     왕성으로 돌아가는 길, 마차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팔다리가 축 늘어진 이사벨라는 반쯤 외치듯이 말했다.



     한 나라의 왕녀이자 성녀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 모습에, 옆자리에 앉은 루피노도 쓴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단정한 그녀가 이렇게 여유를 잃을 정도로 지쳐 있는 것이다.



     펠릭스를 치료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초대 황제의 시신을 관 안으로 옮기고서 잠시 기도를 드렸다.



     시신은 상당히 훼손되어 있어 가슴이 아팠다.



     지금은 도구가 없어 기도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다시 이곳에 와서 제대로 묻어주어 이번에야말로 조용히 잠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후 펠릭스에게 안겨진 채 옮기 다니면서, 마지막 힘을 다해 바르톨트 무덤 안에 남아있는 독기를 정화하며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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