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저주받은 교회 12024년 09월 02일 03시 01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다음 주 말, 지하 유적지로 향하는 루피노와 이사벨라를 성문까지 배웅한 나와 펠릭스는 오늘 밤 왕성에서 열리는 야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 선대 황제 때문에 쓸데없는 행사가 너무 많아졌어.”
전 황제는 여자와 화려한 것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왕성에서 무도회나 파티를 열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문에 연례행사처럼 되어 버린 행사도 많았고, 이를 기대하는 귀족들도 많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준비에 쫓기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고, 메이드들이 단정하게 꾸며준 나는 직접 주문한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었다.
(역시 파란색만 입고 있을 수는 없는걸)
펠릭스는 사교 모임에 나갈 때면 특히 자신의 색을 내게 입히기를 원했다.
그래서 자기가 선물한 것이 아니라고 투덜거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펠릭스와 합류했지만,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티아나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예뻐. 미의 여신도 질투할 정도로.”
“호들갑이야. 그, 그리고 일일이 껴안고 귀에 대고 속삭여주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얼굴이 새빨개지는 티아나가 귀여워서 그만.”
“큭......”
양손으로 펠릭스의 가슴을 밀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그는 여유롭고 능숙해서 왠지 모르게 분하다.
“드레스에 대해선 아무 말도 안 하네.”
“애초에 남자 쫓아내기용이었고, 오늘은 그 대신에 많이 보여주면 돼. 알았지?”
“............"
차라리 순순히 파란 드레스를 입고 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펠릭스는 쾌활하고 수려한 얼굴이지만, 애정이 많고 질투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몸소 실감했다.
(많이 보여줘서 어쩌자는 거야 ......)
질질 끌려가듯이 팔을 잡혀서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팔짱을 끼고 입장하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환호와 환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우리가 또 '저주'를 풀었기 때문이겠지.”
놀란 나에게 펠릭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토록 기뻐하고 활기에 찬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하루빨리 모든 저주받은 땅의 저주를 풀고 모든 백성들이 안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후후, 다행이다.”
무심코 웃음을 터뜨리는 나를 보고 펠릭스도 부드럽게 웃어준다. 이런 순간도 행복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황후님, 제국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네. 앞으로도 황후로서, 그리고 성녀로서 제국을 위해 더욱 노력할게요.”
그 후 많은 사람들과 직접 말을 주고받으며 그들의 말이 큰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것을 느꼈다. “힘들고 괴로운 일도 많지만, 나는 아직 할 수 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나를 비꼬는 영애도 없어졌다.
(그리고 펠릭스도 기뻐하는 것 같아).
옆에 서 있는 그 역시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그 표정에서는 나라와 백성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느껴져서, 몸속 깊은 곳에서 따스한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이고, 두 분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까지 젊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그, 그건 다행이네요.”
“요즘은 외국에서도 폐하의 멋진 수완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랑하는 아내가 곁에 있어준 덕분이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는 펠릭스의 눈빛은 애정이 가득한 것이어서, 나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던 초대받은 손님들 역시 얼굴이 빨개졌다.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펠릭스가 풍기는 분위기도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오늘 루피노 님은 안 오셨네요. 아쉬워라.”
“맞사와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년은 버틸 수 있는데.......”
간간히 루피노에 관한 대화가 들려왔고, 그가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영애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예전에 메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그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영애는 이제 없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왠지 그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에 무심코 행사장 안을 둘러본다.
(저건 ...... 자라 님이야)
그러던 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슈리스 후작가의 영애인 자라 님의 모습을 발견했다.
새빨간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자라 님은 오늘도 화려한 미모가 빛나고 있다.
많은 영애들에게 둘러싸인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나의 데뷔날이었던 왕성 무도회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티아나 님이 텅 빈 성녀라는 것을]
[장식용 성녀라면 몰라도, 황후의 자리는 사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분수에 안 맞네요]
한때 펠릭스의 약혼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는 그녀는, 온화한 숙녀의 얼굴 뒤에서 누구보다 나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파론 신전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경계해야겠어)
가만히 관찰하다 보니, 멀리서 봐도 안색이 심하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 나중에 말을 걸어보기로 하고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꺄아아아아아!”
갑자기 고음의 비명이 연회장에 울려 퍼져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는 숨을 멈추었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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