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급격한 변화 12024년 08월 31일 23시 31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지금은 왕성의 식당에서 펠릭스, 루피노, 이사벨라, 네 사람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다.
남은 두 곳의 저주받은 땅의 정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있지만, 주로 별일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있었다.
“후후, 이렇게 네 명이서 식사하는 것도 좋네요.”
“전에는 누구 덕분에 분위기가 안 좋았던 것 같은데...”
“...... 펠릭스 님은 정말 '좋은 성격'이니까요.”
펠릭스와 이사벨라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때는 이렇게 금방 네 명이서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어쨌든 지하 유적에 대해서는 저와 루피노 님께 맡겨 주세요.”
“예. 두 분은 공적인 일로 바쁘실 테니까요.”
제국은 사교 시즌이 한창이라서 우리도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행사가 적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의 제안은 고마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루피노도 항상 바빴을 터.
하지만 절대 그런 모습이나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펠릭스도 마찬가지여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티아나 님은 이후 어떻게 지내실 건가요?”
“오후에 시간이 좀 생겼으니 펠릭스와 차 한 잔 하려고.”
앞서 펠릭스에게 '내가 끓인 차를 마시고 싶다'라는 요청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도 둘이 시간을 내어 차를 마신 적이 있다.
(둘만 있으면 또 그런 분위기가 되려나......?)
하지만 어제의 일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를 의식하게 된다. 펠릭스가 말하는 '각오'는 아무리 지나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쩐지 두 분, 어제까지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네요? 무슨 일 있었나요?”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놀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이사벨라를 보고, 그렇게 쉽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냐며 부끄러워진다.
고백을 하겠다고 선언한 후 아직 그녀에게 어제의 일을 보고하지 못했다. 두 사람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말해야 할 일이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보다 먼저 펠릭스가 입을 열었다.
“사실 계약결혼을 그만두기로 했거든. 앞으로는 진짜 부부로 살아갈 생각이야.”
이사벨라는 두 손을 모아 “어머.”라고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축하해요! 드디어 마음이 통했네요. 제 덕분이죠?"
“그래. 이사벨라에게는 나중에 사례해야겠어.”
“농담이에요, 폐를 끼쳤다는 자각은 있으니, 마음껏 축하하게 주세요.”
이사벨라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시 한번 “축하해요.”라고 말해주었다.
이렇게 축하를 받는 것이 왠지 쑥스러워서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예전의 우리를 아는 사람이라서 더더욱 그렇다.
“축하드립니다. 두 분의 사이가 좋으셔서 다행입니다.”
“...... 루피노 님도 감사해요.”
“그래요. 두 분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남은 '저주'를 풀도록 합시다”
“응, 고마워.”
루피노도 미소를 지으며 축복해 줘서 안심이 된다.
그렇게 식후 디저트까지 먹은 후, 우리는 식당을 떠났다.
◇◇◇
펠릭스의 방을 향해 그와 둘이서 복도를 걷고 있는데, 바이런이 서둘러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펠릭스 님, 데넘 공작님께서 급히 만나고 싶다고 하십니다.”
“알겠어. 조금만 기다리라고 전해.”
펠릭스는 그렇게 말하고서, 미안한 듯이 모양새 좋은 눈꼬리를 내렸다.
“미안. 금방 끝낼 테니 티아나의 방에서 기다려줘.”
“그래, 알았어. 신경 쓰지 마.”
역시나 펠릭스는 바쁘다고 조금 걱정을 하면서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마리엘에게 다기와 과자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왠지 오늘 폐하께서 기분이 좋으시다고 메이드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어요.”
사실 나도 그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누가 봐도 펠릭스는 기분이 좋아 보였고, 입가에는 연신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드, 들떠있어......?)
예전의 포커페이스는 어디로 갔는지, 알기 쉽게 기뻐하고 있다. 그런 모습의 펠릭스가 사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쑥스러움도 느껴진다.
나를 파론 왕국까지 마중 나온 마리엘은 나와 펠릭스가 계약결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소중한 시녀인 그녀에게 내가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실은, 펠릭스와 계약결혼을 그만두기로 해서......”
“그랬군요! 축하드려요!”
내가 생각해도 부족한 설명이었지만, 뜻은 제대로 전달된 것 같았다. 마리엘은 두 손을 맞잡고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두 분은 정말 잘 어울려요. 정말 다행이에요.”
“고마워. 그렇게 말해 주니 정말 기뻐.”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가슴이 따스해진다.
그런 와중에 펠릭스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미안, 기다렸지.”
“아니, 괜찮아. 수고했어.”
그 모습을 보아하니 서둘러 온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파를 권하자 펠릭스는 내 옆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허리에 팔을 두르자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거리감이 없어졌다.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거리가 가까워졌어)
어깨가 맞닿는 거리에 있는 그에게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자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주세요.”
분위기를 읽은 듯 마리엘은 미소를 지으며 퇴실하고 둘만 남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자연스럽게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차 끓일게요!”
“잠깐만.”
안절부절못하며 일어서려는데, 팔을 붙잡고 끌어당겨졌다.
균형을 잃은 나는 펠릭스의 다리 위에 앉는 형태로 뒤에서 껴안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페, 펠릭스 ......?”
“미안해. 차는 핑계고 그냥 둘이서만 이렇게 하고 싶었을 뿐이야.”
좋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여지는 소리에 나는 얼어 버렸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고, 펠릭스의 태도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랐었다.
목소리도, 말투도, 여느 때보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다시 한번 펠릭스와의 관계가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조금만 더 이대로 있어줘.”
“그, 그래요......”
“고마워. 티아나는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네.”
갈 곳을 잃은 손도, 무심결에 그의 손에 얽히게 된다.
손끝까지 커다란 손바닥에 감싸여 심장이 크게 뛰었다. 옷 너머로 펠릭스의 체온과 조금 빠른 심장 박동이 들려오자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이런 소녀 같은 반응을 보이는 타입이 아닐 줄 알았는데 ......)
나는 연애에 있어서는 좀 더 털털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주변 여성들보다 더 털털하다는 자각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거 내가 아닌 것 같아서 더욱 부끄러워졌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보자 펠릭스는 빙긋이 웃었다.
“티아나, 이쪽으로 돌아봐 줄래?”
“왜?”
“키스하고 싶어서.”
너무 직설적인 부탁에, 여러 가지 한계를 넘은 나는 펠릭스의 품에서 탈출하기로 했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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