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계약과 이후의 일 3
    2024년 08월 28일 13시 09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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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아나."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다음 순간 뺨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순간 입에서 '히아'라는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아, 부끄러움이라든가 수줍음을 참을 수 없어......!)



     얼굴에서 불이 나올 것 같을 정도로 뺨에 불이 붙었다. 반면 펠릭스는 평소처럼 즐거워 보인다.



     그는 내 머리카락을 한 움큼 집어 입술에 갖다 댔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내가 얼어붙은 채로 입을 다물자, 펠릭스는 “티아나?”라고 말하며 눈썹을 모았다.



    “아, 미안해! 저기, 너무 놀란 것뿐이라서...... 그, 펠릭스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결혼을 해도 예전과 다를 바 없다고, 남편의 지위를 이용해 접근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으니까. 나중에 조금 후회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 그래?”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어.”



     펠릭스는 곤란한 듯 웃으며 내 뺨을 쓰다듬었다.



    “티아나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사심이 있는 남자니까.”



     아무래도 나는 아직 펠릭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렇게 예쁜 얼굴을 하고, 언제나 성실한 그에게 '사심'이라는 단어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나한테는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기뻐.”

    “......!”

    “이제 계약결혼은 끝났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겠지?”



     우리의 결혼은 세세한 계약서를 바탕으로 세워진 결혼이었음을 떠올렸다.



     언제부턴가 그 대부분을 무시하고 살아왔기에 거의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았지만.



    “그래, 서류는 파기할까?”



     다시 한번 내용을 떠올려 봐도, 최소한의 관계만 맺기 위한 것이니 불필요할 것 같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펠릭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금고에서 서류를 꺼냈다.



    “자.”



     그리고 이미 익숙하게 느껴지는 계약서를 건네받은 나는 눈을 깜빡였다.



    “어라....... 지금? 지금 이 자리에서 파기하는 거야?”

    “응, 지금.”



     눈부신 미소를 짓는 펠릭스는, 지금 당장 계약서를 파기할 생각인 것 같았다.



     굳이 이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다. 받은 서류의 작은 마법진을 손끝으로 만져보았다.



     서로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제약 마법이 짜여 있다.



     물론 내용을 조금 어겼다고 해서 벌을 받는 것은 아니고, 내 경우에는 무단으로 제국에서 도망치지 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을 것이다.



    “──계약 해제.”



     펠릭스가 마력을 흘려 넣은 것을 확인한 후 그렇게 말하자, 종이의 일부가 하얗게 빛났다.



     무사히 파기된 서류는 가장자리에서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이제 계약결혼은.......”



     끝났다고 말하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펠릭스의 얼굴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궁금해할 겨를도 없이 입술이 겹쳐졌다.



     시야를 가득 채운 펠릭스의 아름다운 얼굴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황한 나를 보고 펠릭스는 화사게 웃으며 말했다.



    “끝났지?”

    “......!”



     정신을 차린 나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도망쳤지만, 펠릭스에게 팔을 잡혀 다시 거리가 좁혀진다. 더 이상 소파의 내 뒤에는 도망칠 곳이 없다.



    (자, 잠깐, 뭐가 뭔지......)



     아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펠릭스와 키스를 한 것 같다.



     얼굴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 같고, 심장은 시끄러울 정도로 큰 소리를 내고 있다. 계속 동요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펠릭스는 다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더니 작은 비명을 내뱉었다.



    “미안해, 참을 수 없었어.”

    “부, 부탁이니 잠깐만!”

    “계속 티아나를 만지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어.”



     이쪽은 이미 한계인데도, 펠릭스는 더욱 몰아붙인다.



    “싫었어?”

    “시, 싫지는 않았지만......”

    “다행이다.”



     웃는 펠릭스는 왠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내 의지를 존중해 주고, 무엇을 하든 신경을 써주었던 사람인데.



    “티아나.”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갑자기 펠릭스가 '남자'로 보여서 불안하다. 나는 아직 펠릭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 '좋아'는 이런 거야, 그것도 17년이나 쌓인.”

    “......!”

    “각오하고 있어”



     펠릭스가 말하는 '각오'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래도 초 연애 초보인 나에겐 아직 모든 것이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펠릭스가 나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연애에 관해서는 어린아이 수준인 나임에도 펠릭스에게 손을 내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펠릭스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클 테니, 결혼도 하고 서로를 좋아하는 만큼 제대로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아, 알았어. 맡겨만 줘!”



     양손을 꽉 쥐고 힘차게 대답하자, 펠릭스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내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 정말 알고 있는 걸까?”

    “뭐라 그랬어?”

    “아니, 아무것도. 그냥 앞날이 험난해 보인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



     펠릭스는 킥킥 웃으며 내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우리의 인식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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