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급격한 변화 2
    2024년 08월 31일 23시 57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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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힘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그럴 수 없었다.



    “미안. 이제 말하지 않을 테니 도망치려 하지 마.”



     그 목소리가 너무 간절해서, 나는 저항을 멈추고 순순히 그의 품에 안겼다.



    “티아나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욕심이 자꾸 들어. 저주를 모두 풀기 전까지는 너무 들뜨지 않으려 했는데........”



     펠릭스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건넸다.



     이대로는 내가 싫어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나는 부끄러움을 억누르며 자신의 몸에 감긴 펠릭스의 팔에 손을 얹었다.



    “미안해, 물론 싫은 건 아니야. 그냥 부끄러울 뿐이라서.”

    “그럼 다행이고.”

    “나도 펠릭스와 제대로, 그,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안도한 듯 펠릭스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모든 저주를 풀고 해결하면 다리나 탑에서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도 될까?”



     결혼식 날 펠릭스와 둘이 찾은 다리나 탑은, 대대로 황제와 황후가 부부의 맹세를 하는 장소였다.



     최상층에는 비석이 있는데, 맹세를 하고 마력을 주입하면 강력한 효력을 지닌 제약 마법이 성립된다.



     한 번 맹세를 하면 다시는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언젠가 모든 저주를 풀고 나라가 안정된 후에도 나와 함께 있고 싶을 때에는, 다시 이곳에 티아나와 함께 왔으면 좋겠어.'



     펠릭스가 내 마음을 우선하여 그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지금은 펠릭스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형식이 아닌 진짜 부부로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고 싶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레나 탑에서 서약을 하고 싶을 정도다.



    “그래, 물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그래서 몇 번이고 깊게 고개를 끄덕이자, 펠릭스는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은 저주를 풀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고 있는데, 펠릭스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렇게 고개를 들어 펠릭스의 아름다운 얼굴이 눈앞에 있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입술이 겹쳐져 있어서 눈을 부릅떴다.



    “............!”



     갑작스러운 키스에 당황한 나는 풀려남과 동시에 두 손으로 입술을 가렸다.



     매우 당황한 나와는 달리 펠릭스는 눈부신 미소를 짓고 있다.



    “어째서...... 지금, 무사히 저주를 풀자면서.”

    “아하, 티아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여유가 생긴 펠릭스는 내 입을 가리고 있는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내 뺨을 만지며 엄지손가락 끝으로 입술을 쓰다듬었다.



    “나는 부부로서 제대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의미였고, 앞으로도 티아나를 만지고 싶고, 연인으로 지내고 싶다고 생각해.”

    “연인으로?”

    “그래. 탑에 갈 때까지는 그 범위 내에서만 있을 테니까 안심해.”

    “............?”



     무슨 말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심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생각하자, 펠릭스는 곤혹스러운 듯이 눈썹을 내리깔았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미안해, 전혀 모르겠어.”

    “나는 언젠가 티아나와의 아이도 갖고 싶은데, 어때?”

    “앗.”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겨우 펠릭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얼굴에 불이 날 것 같을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졌다. 바로 떠오르지 않아 펠릭스에게 분명하게 말하게 한 것이 더 부끄러웠다.



    (보통은 알 수 있는 일이잖아! 아이 진짜, 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어)



     여태까지 펠릭스와 위장결혼을 맺어왔기 때문에, 그와의 관계에서 한 번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는 전생도 현생도 연애나 결혼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엘세가 어른스럽게 보였는데, 내가 너무 어려서 그랬나 봐.”

    “......뭐라 할 말이 없어.”



     정신연령은 내가 훨씬 더 높아야 하는데 불구하고 펠릭스가 훨씬 더 어른스러웠다.



     그때도 최연소 대성녀라는 지위에 올라서서, 주변에서 얕보지 않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을 뿐.



     루피노쯤 되면 분명 내실이 없다는 것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래서, 티아나의 대답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나를 뒤에서 껴안은 채, 펠릭스는 아이를 달래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결국 대답 따위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아, 알았어. 그렇게 하자!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걸.”

    “고마워, 기뻐.”



     될 대로 되란 듯한 말투로 말했지만, 나 역시 전생에도 현생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몇 번이나 꾸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펠릭스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마음의 준비는 제대로 해둬. 난 티아나의 모든 것을 원하니까.”

    “............!”

    “좋아해, 정말로.”



     마음의 준비는 아무리 지나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다가오는 펠릭스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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