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 031 믿고 싶었던 것
    2021년 03월 02일 13시 14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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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36/

     

     

     

     그런데 어째서, 레티시아・파라리스는 무사한 거야?
     이르마와 라우라 때처럼 반발하지 않는 건 알겠지만, 왜 상처가 없는 걸까?
     조금 전까지 발동하려고 했던 마법도 없네?
     그 뿐 아니라, 이미 흐르고 있던 전기조차 없다니?

     "뭐야......"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
     뭐가 일어난 거야?

     "그런 말, 하지 마."

     

     레티시아파라리스, 당신,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혼란스럽다. 모르겠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을, 쓸모없다고 말하지 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설령 사랑이 통하지 않았다고 해도, 맺어지지 못했다고 해도, 그 사랑은 진짜인걸. 사람은 누구를 사랑해도 괜찮아! 누구와 연애해도 괜찮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말로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은 쓸데없지 않다.

     누구를 사랑해도 좋다.

     누구와 연애해도 좋다.

     

     전부, 전부, 전부, 황당무계한 동화 속 이야기.

     그렇잖아?

     

     그냥 오로지 동경하고, 연모하며, 거짓이라고 단정짓고는, 포기했었던 동화 속 이야기.

     

     이 학교를 졸업한다면, 가문을 뛰쳐나가서 혼자 살아가며......사랑을 한다.

     

     나의, 우리들의 목표.

     

     그걸 향해서 노력을 거듭해왔지만.......마음 속으로는 무리라고 포기했던 동화 속 이야기.

     

     "귀족의 딸이라서 그걸 못하겠다니ㅡㅡ"

     "왜......."

     "그런 거 내가 용서 못 해!!"

     "왜 네가 울고 있는 거야?"

     

     레티시아파라리스의 보라색 눈에서, 커다란 물방울이 송글송글 흘러나온다.

     

     "울지 않았어......."

     

     닦아도 닦아도 계속 솟아나온다.

     

     "오라버님은......내가 봐도,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냐. 울 정도로 결혼하고 싶지 않다니, 너무 해."

     

     그녀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곡해해서라도 독설을 내뱉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사람이라도, 그래."

     

     다시......동화 속 이야기를 믿고 싶어진다.

     믿게 되어버릴 것 같다.

     

     "그래도 '어차피 못 해' 같은 말로 전부 포기하지 마. 당신은 '귀족의 딸' 이 아냐. 한 명의 여자아이, 글로리아베로네제인걸!"

     

     말이, 스며든다.

     

     레티시아파라리스의 말에 거짓은 없다.

     정말로, 정말로 믿고 있다.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마."

     

     "왜......."

     

     어째서 그걸 네가 말하는 거야?

     누구도 그런 거 말을 해주지 않았다.

     

     아무 고생없이 살려면, 필요한 희생.

     축복받았으니까,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

     예전부터 결정되었던 일.

     귀족의 딸의 의무.

     

     되풀이 되는 단어.

     이 교실에 있는 여자애들의, 대부분을 옭아매고 있던 단어.

     

     "왜 네가......"

     

     왜 네가 그걸 말하는 거야?

     

     우리들이 계속 원했던 그 말을.

     자신의 미래를 믿어도 좋다는, 허락을.

     

     어째서 네가 해주는 거야.

     

     시야가 흐려진다.

     볼에 눈물이 흐른다.

     

     왜 울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슬픈 것인지, 기쁜 것인지, 분한 것인지, 화난 것인지.......모든 감정이 엉망진창으로 휘몰아쳐서......그냥 눈물이 흐른다.

     

     "저기.......나.......나, 사람을 좋아해도 돼? 사랑해도 돼? 허락해 줄 거야?"

     

     누구든 좋으니까, 허락해 주었으면 한다.

     힘든 사랑이어도 좋다.

     쓰라린 사랑이어도 좋다.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 그대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싶다.

     

     나의 미래는, 결정된 약속같은 게 아니라.......힘들어도 괴로워도 좋아.

     그러에도, 스스로 타개해나가는 것을.......

     

     누구라도 좋으니까 허락해 줬으면 해.

     

     "당연하잖아! 전 세계가 안 된다고 말해도, 내가 허락할게!!"

     

     그것은, 계속 원했었던 대사.

     굴레가 씌워졌던 우리들을 해방하는 대사.

     

     "우.......우와아아아아앙."

     

     부끄러움도 소문도 상관없이 나는 울었다.

     자그마한 어린애처럼.

     

     귀족의 따른, 소리를 내어 울면 안 된다.

     눈물을 흘린다 해도 우아하게.....그딴 거 몰라!

     우리들은 우리들인 채로, 마음껏 울고, 웃을 거야!

     

     "괜찮아, 괜찮아요.....당신은 당신이면 돼요."

     

     포근하게, 레티시아파라리스의 온기가 날 감쌌다.

     아아, 이거라면, 괜찮다.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기는,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장소.

     

     "당신의 사랑을 소중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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