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6장 에필로그(2)
    2024년 07월 01일 14시 08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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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우리는 부정의 마력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한계가 오면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악의의 화신으로 변해버리는 거지만]



    "위험이 너무 커요!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 맞다, 당신은 멜로디 선배가 정화해 준 덕에 이성을 유지하고 있군요."



     가름은 늑대의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정답이다. 우리는 성녀의 힘이 없으면 언젠가는 세상의 해악이 될 존재. 그래서 성녀가 부재했던 당시, 우리는 스스로를 봉인하고 그때가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



    "우리라면, 당신 말고도 더 있다는 뜻인가요?"



    [물론이지, 내 귀여운 동생들은 아마 지금도 땅속에서 구원의 날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가름은 마이카에게 다른 성배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성배 실험기는 모두 아홉 개가 있다고 한다.



     제1성배 플로즈비트닐.

     제2성배 마나가름.

     제3성배 가름.

     제4성배 스콜.

     제5성배 하티.

     제6성배 게리.

     제7성배 플레키.

     제8성배 틴다로스.

     제9성배 바나르간드.



    [이 중 탄생과 동시에 세상에 퍼져나간 제1성배 플로즈비트닐과, 유일하게 성녀의 정화를 받아 세상으로 돌아간 제2성배 마나가름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



    "바나르간드 ......"



    [그래. 네 기억 속의 마왕, 그가 바로 우리 막내, 제9성배 바나르간드겠지. 왜 마왕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름은 조금 슬픈 듯이 미소 짓는다.



    (마왕 바나르간드는 아홉 개의 성배라고 불리는 존재 중 하나. 이건 게임에는 등장하지 않는 뒷설정 같은 정보라는 뜻? 둘은 이미 없다는 얘기니까, 최악의 경우 7마리의 마왕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 뭐야 그거, 곤란한데)



     게임에서는 마왕 한 마리를 쓰러뜨리는 데도 많이 고생했는데, 그게 일곱이나 나타나면 완전히 체크메이트가 될 거다. 라스트보스 7마리라니, 게임으로 치면 완전 승산이 없는 똥겜이다.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마이카였지만, 가름은 조금 아련한 눈을 하며 입을 열었다.



    [...... 당대의 성녀는 뭐랄까, 일하던 짬짬이 정리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어쩌죠, 납득이 가버렸는데요."



     마이카도 가름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아련한 눈을 하였다.



    [뭐, 그래도 너만 괜찮다면 내킬 때 내 동생을 도와주면 좋겠어]



    "네? 저한테는 무리예요, 아무 힘도 없고. 그건 멜로디 선배에게 부탁해 주세요."



     가름은 다시 아련한 눈을 하였다.



    [아니, 그게 ...... 그 아이는 '그런 것보다 일이에요'라며 무시할 것 같아서]



    "어쩌죠, 납득해 버렸는데요."



     마이카는 다시 가름과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어차피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으니, 정말로 내킬 때 찾아주면 돼]



    "뭐, 그 정도라면 괜찮아요."



    [후후후, 고마워]



     가름이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깜깜한 꿈의 세계에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멜로디 때처럼 억지로 깨뜨리는 듯한 균열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빛이 생겨났다.



    "우와, 예뻐."



     마치 한 폭의 그림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이었다.



    [자,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일어나야지]



     마이카의 머리 위로 빛이 닿았다. 그러자 마이카는 하늘을 향해 가볍게 부유하기 시작했다.



    "어? 와, 뭐야 이거?"



    [잘 가, 구리타 마이카 씨. 새로운 나와도 사이좋게 지내주면 좋겠어]



    "새로운 가름? 무슨 뜻인가요?"



    [나는 너의 알에 흡수된 이후, 결계를 세워 자아를 지켜왔어. 하지만 그것도 이제 곧 끝이야. 알의 부화가 가까워졌어. 나는 알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새로운 내가 태어날 거야. 그때 나의 기억이나 힘은 계승되지 않겠지. 왜냐면 새로 태어날 테니까]



    "세상에! 그럼 이제 가름과 이야기할 수 없는 건가요?"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었어. 아주 즐거웠어]



    "엥, 아직 멀었어요! 더 힘내주세요!"



     가룸은 웃기만 할 뿐 마이카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성녀에게 전해줘. 반쪽짜리 약속으로는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다고]



    "또 그런 알쏭달쏭한 현자 캐릭터 같은 소리나 하기느으으으으은!"



     마이카는 하늘의 빛 속으로 사라져 갔다. 가름은 그 광경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정보 공개를 꺼려하다니 쫀쫀해요! ...... 어라?"



     마이카는 눈을 떴다. 저녁 식사 후, 오늘 하루는 이제 쉬어도 좋다고 해서 방에 돌아왔다가 실수로 그대로 잠자리에 든 모양이다.



    "으으, 잠옷으로 갈아입어야겠어. 하지만 그런 것보다 가름이야. 의미심장한 대사만 남겨서 이쪽은 혼란투성이라구. 늑대인 주제에 중2병을 앓고 있다니 용서할 수 없어. 멜로디 선배에게 부탁해서 가름을 남겨줄 수 있는지 물어봐야....... 어, 어라?"



     마이카는 가슴에서 [마법사의 알]을 꺼냈다. 분명 달걀에 날개가 달린 디자인의 장식이었을 텐데, 마이카의 눈에는 전혀 다른 디자인의 목걸이로 보였다.



    "...... 뭔가, 알의 부분이 별모양의 액세서리로 되어 있는데요!? 멜로디 선배, 어떻게 된 거에요오오오오오오!!?"



     오늘, 10월 19일. 흑화 크리스토퍼를 해방시켰을 때 일어난, 마이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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