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9화 갔다 올게요(1)
    2024년 06월 29일 22시 18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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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마이카의 모습이 조금 달라졌다.

     저건 고등학생 정도일까.



    [음, 미안해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아서]



    [...... 그래, 알았어. 미안해]



    [아니요, 제 문제니까요]



     상대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고등학생 마이카는 고백을 거부한 것 같다.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은 사귀고 싶었던 거 아닐까? 왜 거절했지)



    [음~ 오빠랑 동갑내기랑 사귀는 건 좀 그래)



    (이봐, 뭐 그딴 이유로 거절하는 거야! 바보 여동생!)



     그리고 다시 마이카의 모습이 바뀌었다.



     20대 정도로 성장한 마이카는 히데키나 안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게 성장했다. 그녀는 아름다운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있다. 웨딩드레스다.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그녀는, 대기실로 가져온 두 장의 사진첩에 시선을 돌렸다.

     구리타 히데키와 아사쿠라 안나의 사진이다. 사진 앞에 선 마이카는 사진 속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이젠 내 쪽이 어른이 되어버렸네, 오빠, 안나 언니, 만약 두 사람이 살아 있었다면 결혼했으려나?"



    (아닌데)

    "아니야."



    [후후후, 분명 둘이서 똑같이 '아닌데'라고 말하겠지]



    (크윽, 들켰어)



     마이카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사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죽은 지 벌써 십 년이 지났네. 길 것 같으면서도 짧았던 ...... 지금도 생각나. 오빠가 실언을 해서 안나 언니에게 꿀밤을 당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



    (잊어줘!)



     설마 현재진행형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히데키였다.



    [계속 괴로웠어. 왜냐하면 갑자기 죽었다, 실종되었다는 말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언젠가는 꼭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매일 현관 앞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어]



     히데키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이 죽은 후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운 좋게 안나와 함께 환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게임 속 세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앞을 향해 걸어갈 수 있었다는 것을, 마이카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죽은 뒤에도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내 욕심이었구나.)



     자신들의 죽음으로 인해 여동생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것은 안나도 마찬가지인 듯, 마이카를 바라보며 아직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오빠를 기다리는 것도, 슬퍼서 우는 것도 오늘로 끝이야. 왜냐하면 나는 결혼할 테니까]



    (보면 알아)



     사진을 향해 결혼반지를 보여주는 동생의 모습에 쓴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아니, 지금 결혼식을 하는데 왜 벌써부터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거야?)



    [이건 오빠들한테 보여주기 위한 시범이야. 누구보다도 먼저 내 결혼반지 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고마워하라구]



     조금은 자랑스럽게 웃는 모습에서, 예전의 여동생의 모습이 느껴진 히데키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 오빠, 나 결혼할 거야]



     방금 전과 같은 말에 히데키는 의아해했다.



    [분명 앞으로 새로운 가족도 늘어날 거야. 오빠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빠질 거야. 그래서 나는 ...... 더 이상 오빠를 생각하며 울지 않을 거야]



     마이카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미안해, 오빠, 안나 언니. 만약 두 사람이 유령이 되어 내 곁에 있었다면 계속 걱정했겠지? 나, 계속 울고 있었는걸. 하지만 이제 괜찮아. 그 사람과 가정을 꾸려서 오빠보다 더 똑똑하고 든든한 아들을 낳을 거야. 안나 언니처럼 착하고 귀여운 딸도 낳을 거야. 그러니까 이제 괜찮아. 그 사람이 함께 걸어줄 테니까, 이제 난 괜찮아]



     마이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라, 이상하네. 두 사람을 위한 눈물은 다 마를 때까지 흘렸을 텐데. 정말 곤란하네. 하지만 이건 기쁨의 눈물 같은 거니까 괜찮아]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마이카는 밝게 웃었다.

     어디선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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