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8화 구리타 마이카(2)
    2024년 06월 29일 21시 13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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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젠장. 왜 나는 흑화해 버린 거냐고."



     한탄한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전황은 시시각각 안 좋은 쪽으로 기울어졌다. 안네마리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드는 크리스토퍼. 피하지 못하고 지팡이로 막으려 애쓰는 안네마리.



     하지만 크리스토퍼로서 검을 배워온 쿠리타 히데키는 알 수 있었다. 안네마리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피해, 안나!"



     어둠 속에서 히데키가 외친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마치 슬로 모션처럼 안네마리에게 검을 내리친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히데키는 외친다. 그것이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정도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외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제발, 누가 좀 도와줘!)



     그의 소원이 통했는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한 줄기 유성이 전장의 시간을 멈추게 했다.



     TV 화면에서 눈부신 백은빛이 쏟아져 나와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춘다. 가시덤불에 갇힌 채, 히데키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깨닫는다.



    (이것은 ......)



     그의 시야는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제대로 크리스토퍼의 눈으로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는ㅡㅡ



    [오빠?]



     구리타 히데키의 여동생, 구리타 마이카가 있었다.



    (왜 마이카가 여기 있는 거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동자 정도. 힐끗 안네마리 쪽을 보니, 그녀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루시아나와 멜로디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오빠?]



    (그래, 마이카, 나 여기 있어)



     마이카의 목소리에 대답하려고 했지만, 크리스토퍼의 입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마이카는 히데키를 부르고 있지만, 눈앞에 있는 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가 보이지 않는 듯하다.



    [오빠?]



    (아까부터 마이카 녀석, 자꾸 나를 부르는데 어떻게 된 거지 ...... 앗!)



     멍하니 마이카를 바라보던 히데키의 시야가 바뀌었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마이카뿐만 아니라, 그리운 일본 시절의 집의 모습이었다.



     마이카는 아무도 없는 거실 문 앞에 서서 얼굴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오빠?]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자, 이번에는 부엌으로 향했다.



    [오빠?]



     다음은 화장실, 탈의실, 욕실, 현관, 마당, 창고, 모든 곳으로 향했다.



    [오빠?]



     1층의 모든 방을 확인하자, 마이카는 망설이는 제스처를 취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 이건, 설마)



     마이카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옷장까지 열어놓고 말을 건넸다.



    [...... 오빠?]



     하지만 대답은 없다. 마이카는 다시 한번 "오빠?"라고 다시 한 번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마이카는 마지막 방 앞에 섰다.



     마이카는 떨고 있었다. 히데키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ㅡㅡ



     하지만 마이카는 결심하고 문을 열었다. 깜깜한 실내에는 마이카의 방보다 더 큰 TV와 게임기가 놓여 있었다. 마이카는 아까처럼 말 한마디 없이 TV와 게임기의 전원을 켰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컨트롤러를 잡고 게임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음악이 흐르고 타이틀이 표시되었다.



     ㅡㅡ은빛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컨티뉴를 선택하고, 마이카는 한 이벤트의 장면을 열었다.



    [...... 더 이상 아무도 죽게 놔두지 않아!"



     주인공 소녀가 이렇게 말하자, 중간 보스 '흑화 크리스토퍼'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으으, 젠장! 아아, 강해! 당해버리겠어!"



     허세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목소리로 게임을 즐기는 척하는 마이카가 안쓰럽다. 어두운 방에는 마이카 혼자 있고, 마이카가 게임을 할 때 항상 함께 해주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이카, 너 ......)



    "에잇! 이건 어떠냐? ...... 아아아아아아아아! 져버렸다아..."



     마이카는 중간 보스 '흑화 크리스토퍼'를 이기지 못한 것 같았다. 실망한 듯 어깨를 움츠렸지만, 다음 순간에는 힘차게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럼, 다음엔 오빠 차례야. 응, 오빠?"



    "...... 마이카, 짱."



     안네마리가 울고 있다. 마이카를 바라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오빠?]



     이리저리 방 안을 두리번거리며, 있을 리 없는 사람을 마이카는 계속 찾아다녔다.



    [오빠? 오빠도 참.]



     침대 이불을 뒤집고, 침대 밑을 뒤지고, 옷장도 뒤지고, 책상 서랍까지 뒤지며 마이카는 계속 찾았다.



    "...... 오빠? ...... 안나 언니? 잠깐, 어디 있어? ...... 응!?"



     마이카의 눈에서 큰 눈물이 흘러나왔다. 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도 눈물을 흘린다.



    (이건 환각인가. 환상이었으면 좋겠어. 이런, 마이카는, 이런 ......)



    [오빠! 안나 언니! 어디 있어!? 집에 오면 여행 이야기 들려주기로 했잖아! 게임도 아직 공략하지 않은 루트가 있다고!? ...... 오빠?]



     마이카는 계속 집 안에서 히데키와 안나의 모습을 찾았다. 분명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히데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슬픈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에, 크리스토퍼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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