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9화 갔다 올게요(3)
    2024년 06월 29일 22시 19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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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네마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꽤 고민했다. 무관계하고 무력한 그들을 마왕의 일에 끼어들게 하는 것도 꺼려지고, 그렇다고 아무런 설명이 없으면 납득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민하는 안네마리를 뒤로 하고, 멜로디와 루시아나는 둘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네마리 님, 알겠습니다. 멜로디와 함께 비밀로 할게요."



    "고마워요, 루시아나 씨."



    "그리고 자세한 설명은 지금 당장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네? 괜찮아요?"



    "솔직히 어려운 이야기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루시아나는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돌렸다.



    "...... 저기, 미안해요. 언젠가 마음이 정리되면 설명할게요. 조금만 더 기다려 준다면 기쁘겠어요."



    "네, 괜찮아요. 안네마리 님, 신경 쓰지 마세요."



    "...... 멜로디도 괜찮겠어?"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맥스웰이 물었다. 멜로디는 조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맥스 씨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설명해 주시면 돼요."



    "괜찮겠어?"



    "네, 억지로 물어볼 생각은 없어요. 분명 설명해야 할 때가 오면 가르쳐줄 테니까요. 왜냐면 우리들, 친구잖아요. 그렇죠, 맥스 씨?"



     멜로디가 빙긋이 웃는다.

     맥스웰은 잠시 멜로디를 쳐다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미안해. 언젠가 그때가 되면 설명해 줄게."



    "네, 언제든 괜찮아요."



     안네마리 일행은 멜로디와 루시아나를 남겨두고 의무실로 향했다. 둘만 남게 된 멜로디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아까는 뭐였을까. 왜 크리스토퍼 님께 검은 마력이 들러붙은 거야?"



    "저의 마법이라든가, 검은 마력이라든가,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어요."



    "검은 마력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까의 하얀빛은 뭐였을까? 그것도 멜로디의 마법이니?"



    "아마 그런 것 같지만, 저도 잘 모르겠어요 ......"



    "우리 둘에게는 하얀빛이 꿈틀거리는 것으로만 보였는데, 안네마리 님한테는 다른 무언가로 보이는 것 같았어. 멜로디도 모르겠다면 나로서는 전혀 모르겠네."



     루시아나는 두 손 들었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건 그렇고 크리스토퍼 님에게 검은 마력이 깃들어 있다니. 역시 세실리아로서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돌아가면 메이드 부족으로 쓰러질 테니 안 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음, 다른 방법 ......"



    "그보다 배가 고파졌어. 저녁 먹자."



    "아, 맞아요. 벌써 하교 시간이네요. 빨리 돌아가서 저녁을 들기로 하죠, 아가씨."



     멜로디와 루시아나, 두 사람은 매우 기분 전환이 빠른 소녀였다.



    ◆◆◆




      다음날인 10월 20일. 왕립학교는 소란스러웠다. 왕태자 크리스토퍼가 큰 부상을 입고 치료를 위해 왕성으로 돌아갔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듣자 하니, 학교무도제에서 모두를 즐겁게 해 줄 마법을 깜짝 공개하려고 했는데 완전히 실패한 모양이라서 크리스토퍼가 큰 부상을 입은 것 같다. 그때 마법이 폭발하여 학교 안에 굉음을 울려 퍼지게 한 것이다.



     다행히 학교 측이 입은 피해는 소음 정도였고, 건물 파손 등은 특별히 없었다고 한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부상을 입은 데다 마법을 실패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크리스토퍼였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완벽한 초인처럼 존경받던 그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일각에서는 친근감이 생겼다는 호평도 있다고 한다. 본인 외에 피해자가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런 이유로 왕태자 크리스토퍼는 며칠간 왕성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빠르면 다음 주 연휴가 끝나면 복귀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네마리도 부득이하게 간호를 해야 한다며, 그녀 역시 다음 주까지 학교를 쉬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다고 한다. 최근 며칠 동안 두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어색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원래의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많은 이들이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다음 주, 방학이 끝나고 나란히 등교하는 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의 모습을 본 학생들은 드디어 학교의 평온이 돌아왔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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