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6장 에필로그(1)
    2024년 07월 01일 14시 07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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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리타 마이카는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그다지 즐거운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오빠?"



     오빠인 히데키를 잃은 직후, 머리로는 이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이카는 몇 번이고 그의 방에서 사랑하는 오빠, 그리고 근사한 소꿉친구인 언니를 계속 찾고 있었다.



    "오빠?"



     여기에도 없다.



    "오빠?"



     저쪽에도 없다.



    "오빠?"



     ...... 어디에도, 없다.



     그런 말을 중학생 시절 동안, 잊을 만하면 몇 번이나 반복했었다. 부모님께도 걱정을 끼친 것 같다. 그들도 마이카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가족을 잃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미안해, 아빠, 엄마)



     마이카의 꿈은 계속된다. 고등학생이 되어 마음에 드는 남학생이 있었지만, 그 나이 또래의 남자를 보면 자꾸만 오빠 히데키가 생각나서 사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어 오빠의 나이를 넘어선 즈음, 마이카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다. 오빠의 죽음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과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결혼식 날, 마이카는 사랑하는 히데키와 안나의 사진을 앞에 두고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행복하니까, 이제 앞을 보고 싶으니까, 나는 이제 괜찮으니까, 그러니ㅡㅡ



    (지금도 기억해. 사진을 향해 그렇게 말했던 것을. 물론 사진 너머의 그들이 대답을 해줄 리가 없어. 실제로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사진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는 그대로 식장으로 향했어)



     가끔씩 이런 꿈을 꾼다. 마이카에게 있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의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조금 쓸쓸해. 꿈속에서라도 대답을 해주면 좋을 텐데, 오빠는 단 한 번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니깐. 이 박정한 오빠!)



     하지만 마이카는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분명 그 자리에 두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



    (왜냐면 분명, 두 사람이 나를 보고 있었다면 분명...)



    "다녀올게요, 오빠. 나, 행복해질게."



    [......그래, 갔다, 오렴, 마이카]



    "어?"



     마이카는 뒤를 돌아보았다. 액자의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오빠......?"



     뒤돌아보는 순간, 마이카의 의식이 깨어났다.

     눈꺼풀이 열리고, 몸이 일어서고 싶어 한다.



    "쳇, 모처럼 좋은 꿈이었는데. 아직 이렇게 어두우니까 조금만 더 잤어야지."



     주변은 아직 창문의 위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하다.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다. 온몸을 감싸는 모피 같은 담요에 몸을 맡긴 마이카는 온기에 휩싸였다.



    "하아, 푹신푹신 최고~"



    [후후후, 고마워]



    "별거 아니었어. 어디엔가 동물귀 미소녀는 없으려나. 음냐음냐."



    [음, 슬슬 좀 깨어났으면 좋겠는데]



    "흐에......?"



     잠든 의식의 곁에서 마이카는 의문을 품는다. 이 목소리는 누구일까라고. 그리고 이 체온처럼 포근한 담요는 어디서 샀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음?"



    [좋은 아침, 마이카.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일어났으면 좋겠어]



     그 목소리는 마이카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 것 같았다. 아직 잠이 덜 깬 탓인지 마이카는 아무 생각 없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올려다보았다. 거기에는 현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을 것 같은 크기의 늑대 얼굴이 있었다.



    [좋은 아침, 마이카. 캄캄하지만 좋은 아침이네]



    "깜깜하면 아침이 아닐 텐데 ...... 뭐?"



     늑대와 마이카는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ㅡㅡ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이카는 절규했다.



    "나, 나, 날 먹지 마! 먹을 거면 오빠만 먹어어어어어!"



    [음, 여기 없는 사람을 말해도 말이지. 그리고 네 오빠보다 마이카가 더 부드럽고 맛있어 보이는데?]



    "그건 그래! 내가 오빠보다 더 귀엽고 멋있고 맛있는 건 당연하지만, 먹을 거면 오빠로 해줘!"



    [후후후, 마이카는 재미있네. 안 먹으니까 안심해도 돼]



    "뭐야, 놀라게 하지 말라구. 아하하하하하."



    [미안해, 후후후후]



    "아하하하하."



    [후후후후]



    "아하하하, 가 아냐!! 뭐야, 이 상황!? 너 그거지? 루틀버그 영지에서 우리를 습격했던 그 늑대 맞지?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보다 여기는 어디? 어떻게 된 거야~!?"



     그로부터 잠시 후, 마이카는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폐를 끼쳤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쩔 수 없어. 나와 너의 꿈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해, 구리타 마이카 씨]



    "구리타 마이카 ...... 아, 정말인. 지금의 나, 중학생 때의 나야."



    [여기는 꿈의 세계. 중학생 시절의 기억이 많이 남아 있는 지금의 너의 자아를 의미한다]



    "어려운 말을 해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결국 뭐예요?"



    [나는 제3성배 실험기 가름이라고 한다. 잘 부탁해]



    "제3성배 ......?"



    [제3성배 실험기. 네 기억에 비추어 보면, 마왕이라고 불리는 존재겠구나]



    "엄청나게 나쁜 놈이잖아요!?"



    [이래 뵈어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말이야. 시간의 흐름이란 참 무서워]



    "무슨 뜻인가요?"



    [너희들도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고 만든 물건이 사람을 죽이는 데 쓰였다는 이야기, 자주 들어봤지? 우리도 마찬가지야]



    "그럼 마왕은 진짜로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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