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4화 조금 눈을 뗀 틈에 이렇다니!(1)
    2024년 06월 27일 16시 52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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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오늘까지도 크리스토퍼는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별일이 없으면 방과 후 둘이서 맥스웰과 상담하기로 했다. 방금 전의 대화는 그런 의미다.



     적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상대를 방심하게 만드는 작전. 평소라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것이 범인이 노린 상황이었다면이지만.



     하지만 전혀 크리스토퍼를 공격할 의도가 없었던 세레디아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행동, 아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 행동이었다.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 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의 모습을 보며, 세레디아는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사이는 절망적이네. 후후후, 그렇다면 나한테도 파고들 틈이 있겠지?)



     세레디아는 책상 밑에서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검은 마력이 넘쳐나고 있다.



    (어제부터 숙성시킨 이 마력이라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거야. 서로를 신뢰하는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면, 어둠의 마력이 그 균열에 칼날을 꽂아줄 거야. 그래, 인간처럼 말로 농락시키려는 게 잘못이었어. 왜냐면 나는 마왕 틴다로스니까. 마왕인 내가 마력을 써서 공략해야지 않으면 어쩌려고. 기다려라, 레아. 그를 우리의 영원한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줄 테니!)



     오른손에서 넘쳐흐르는 마력을 진정시키고, 세레디아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





     그리고 순식간에 방과 후가 되었다.



    (정말...! 전혀 혼자가 되지 않잖아!)



     수업시간 동안 말 한 마디 하지 않았지만, 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는 기본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기 때문에 세레디아는 크리스토퍼를 농락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대로 방과 후가 되어 학교무도회 실행위원회가 실시되었다.



    "각 학급의 주간 행사 및 진행 상황을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1학년 A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 네! 음, 1학년 A반은ㅡㅡ"



     주간부의 행사는 세레디아의 담당이기 때문에 서둘러 일어나서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크으으, 실행위원 따위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 후 해가 질 때까지 회의는 계속되었고, 세레디아는 이미 피곤에 지쳐 있었다. 어떻게 매일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지겹기도 하면서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피곤해? 세레디아 양."



    "시에스티나 님. 아니요, 괜찮아요."



     옆자리에 앉은 시에스티나에게 세레디아는 빙긋이 웃었다. 이제부터 크리스토퍼를 공략할 생각이지만, 시에스티나도 일단은 공략 대상 후보로 남겨두었다. 실수로 호감도를 떨어뜨리면 안 된다.



    "세레디아 양한테는 미안하다고 생각해."



    "시에스티나 님?"



    "내가 갑자기 실행위원장이 되고 싶다고 말해서, 너한테 그 여파가 갔을 테지."



    "아니요, 그렇지는."



    "고맙다는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너만 괜찮다면 학교무도제의 주간부에 같이 돌아다니지 않을래? 내가 에스코트하고 싶은데."



    "괘, 괜찮으세요!?"



    "물론이지. 서로가 당일에도 바쁠 테니 장시간은 안 되겠지만, 어때?"



    "갑니다! 꼭 갈게요!"



    "그래, 고마워. 자세한 일정은 학교무도제가 가까워지면 결정하자."



    "네!"



     세레디아가 활기차게 대답하자 시에스티나는 빙긋이 웃으며 실행위원장에게로 향했다. 아직 상담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런 것보다도, 세레디아는 지금의 일로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뭐야, 역시 나한테는 사람 꼬시는 재능이 있었던 거네! 이 정도면 시에스티나 님의 공략이 빠르지 않을까?)



     실행위원이 된 이후, 시에스티나와의 접점을 잘 만들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세레디아는 속으로 뿌듯해했다.



    (그렇다면 굳이 크리스토퍼 님까지 공략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왠지 오늘은 혼자가 될 것 같지도 않고 ......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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