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큭, 이 녀석이 정말로 게임 속 크리스토퍼 님이었다면 당장 협력했을 텐데 ...... 앗! 부정의 마력은 지금 히데키를 진짜 크리스토퍼 님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지?"
안네마리는 금세기 최대의 발견을 한 듯한 얼굴로 크리스토퍼를 바라보았다.
"이봐! 그건 농담이 아니라고!?"
"농담이야.....................20% 정도."
"80퍼센트 진심이잖아!"
"농담이야 ...... 30퍼센트 정도"
"흥정 같은 거 하지 마!"
"정말, 농담인 게 뻔하잖아. 나도 요즘 며칠 동안 매번 나를 피하고 불쾌한 표정을 짓는 네 얼굴을 보면서 언제 때려눕힐까 하고 두근....... 짜증이 났었으니까........."
"두근도 짜증도 말을 바꾼 들 달라지지 않아."
크리스토퍼는 침대 위에 주저앉아 버렸다. 안네마리는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별 것 아닌 대화가 며칠 동안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네마리는 너무도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분명 나 혼자였다면 마왕을 상대할 수 없었을 거야. 이런 일도 둘이서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신기해)
"어쨌든, 내일 이후의 경과를 확인하면서 흑화를 전제로 대비하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데?"
"솔직히 성녀가 없는 지금, 흑화한 상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싸워서 이기는 것 말고는 떠오르지 않아"
마왕 휘하의 마물에게는 은제 무기가 통하는 만큼, 흑화 크리스토퍼에게도 은제 무기로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실제로 히로인을 구하러 온 공략 대상자는 은제 무기로 흑화 크리스토퍼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성녀가 없는 현재, 거기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 너, 나한테 이길 수 있어?"
"죽이는 것만이라면 어떻게든"
"그만해! ...... 맥스웰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여차할 때는 둘이서 같이 막아줘."
"그 방법밖에 없겠네."
당연하게도 이런 중요한 사항을 아슬아슬할 때까지 전달하지 못한 두 사람은, 맥스웰의 냉랭한 미소를 머금은 꾸지람을 듣게 되었다.
왜냐면 사건이 이튿날 일어나 버려서, 맥스웰에 대한 설명은 사후 보고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흐아암."
하품을 하면서 마이카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일어서서 몸단장을 한다. 다시 한번 하품을 한 마이카는 양손으로 뺨을 가볍게 두드려 억지로 눈을 떴다.
그리고 "후후후"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오랜만에 오빠의 꿈을 꾸었어. 여전히 멍청한 얼굴이었어, 후후후."
마이카의 가슴에서 『마법사의 알』이 작게 떨었다.
◆◆◆
다음날, 10월 19일. 1학년 A반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방학이 끝나도 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의 냉전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등교한 크리스토퍼는 조용히 책을 읽었고, 뒤늦게 등교한 안네마리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주위가 숨을 죽이고, 교실 안에서 학생들이 속삭인다.
"어떡해? 이제는 아침 인사조차도 사라졌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런 분위기에서 학교무도제를 할 수 있을까?"
"메이드 카페는 올리비아 님이 지휘하고 있으니 개최야 가능하겠지만 ......"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퍼져나가는 가운데, 안네마리는 힐끗 옆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책을 읽던 크리스토퍼가 책을 가리키며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낸다.
(...... 조금 불편하지만 문제없다라.......)
안네마리는 책상 위에 검지로 동그랗게 원을 그렸다.
크리스토퍼는 그것을 보고 있었다.
(흠, 예정대로네. 알겠어)
크리스토퍼는 책을 덮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알았다는 신호다. 두 사람은 어제 중 학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상의했다.
크리스토퍼가 검은 마력의 공격을 받았다는 것은 근처에 마왕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 그래서 이쪽의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와 같은 대응을 계속하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