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크리스토퍼의 빛(1)2024년 06월 27일 09시 15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아, 또 그 꿈이다 ......)
어둠 속에서 크리스토퍼, 아니 구리타 히데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꿈을 꾸기 시작한 지 오늘로 6일째. 어느새 그의 모습은 크리스토퍼에서 전생의 쿠리타 히데키로 변해 있었다. 물론 이유는 알 수 없다.
(큭! .......아파......)
첫날 꿈에서 오른팔에 감겨있던 가시는, 이미 히데키의 온몸을 휘감아 꼼짝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히데키의 전신으로는 부족했는지, 가시는 점점 더 길어지고 부피가 커져 하나의 괴물 같은 크기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히데키는 괴물의 한가운데에서 가시에 묶인 채 공중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상태였다.
다행히 꿈속이라 그런지 통증은 있지만 피는 나지 않는다. 그래도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조금만 움직여도 가시가 몸에 파고들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는 앞서 말한 TV 화면과 같은 빛이 떠다니며 그날 크리스토퍼의 행적을 비추고 있었다. 즉, 회의 후 크리스토퍼를 훈계하러 온 시에스티나에 대한 대응이나 뒤쫓아온 맥스웰에 대한 냉정한 태도 등을 볼 수 있었다.
"진짜 보기 싫어 ......"
지난 5일 동안 조금씩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었다고 히데키는 느끼고 있다. 마치 꿈의 가시에 자유를 빼앗길 때마다 깨어있는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다.
그 가시는 점점 커져서, 결국 히데키의 모든 것을 덮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끝장일지도 몰라 ......)
그때의 자신은 어떻게 될지 ...... 모르겠다.
그냥 잠을 자고 싶었다. 꿈속에서도 잠을 잘 수 있다면, 그러면 이 가시덤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호응하듯 가시가 히데키를 숨기려 한다.
(잠을 자면, 편해질까 ......?)
히데키가 눈꺼풀을 내리려고 할 때였다.
"뭐야!?"
갑자기 지진이 발생했다.
격렬한 흔들림에, 꿈속에서 정신을 잃을 뻔한 히데키의 의식이 돌아온다.
"뭐야, 갑자기! 어?"
갑자기 히데키를 얽어매고 있던 가시가 풀리기 시작했다. 지진으로 인해 균형을 잃은 것인지, 가시가 풀려 땅에 엎드렸다. 히데키의 온몸을 휘감고 있던 가시도 풀려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진이 잦아들자 히데키는 천천히 일어섰다. 가시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 자리를 떠날 때, 발목에 가시가 감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야, 완전히 자유로워진 건 아니었구나.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뭔가 있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TV 화면 반대편에 하얀 무언가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하얀 그림자. 히데키 자신은 TV 화면에 비친 모습으로 지금의 자신을 파악하고 있는데, 그럼 저 하얀 그림자는 무엇일까.
히데키는 가시 족쇄를 끌고 하얀 그림자 쪽으로 걸어갔다.
"아얏!"
하지만 하얀 그림자까지 거의 다 왔을 때, 무언가가 그의 갈길을 가로막았다.
"이게 뭐야?"
자신과 하얀 그림자 사이에 벌집 모양으로 하얗게 빛나는 벽 같은 것이 형성되어 있었다.
"배리어 같네. 더 이상 못 가는구나, 젠장. 저 하얀색은 대체 ......"
히데키는 눈을 부릅뜨고 하얀 그림자를 보았다. 그것은 동물처럼 보였다.
"동물치고는 엄청 크네. 얼핏 보니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개, 아니 늑대인가? 음~ 어쩌면 여우일 가능성도 있지만 ...... 으음?"
동물을 유심히 바라보던 히데키는, 그 한가운데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양으로 보아 사람처럼 보인다.
"...... 어라? 저 아이, 어디선가 본 듯한데?"
하얀 늑대의 품에 인물이 보였다. 검은 머리의 소녀였다. 나이는 10대 초반, 중학생 정도. 늑대에게 몸을 맡기고 조용히 잠을 자고 있다.
잠든 소녀의 쌍꺼풀을 시각이 포착하자,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째서 ......"
구리타 히데키는 그 소녀를 알고 있었다.
"...... 마이카."
소녀ㅡㅡ마이카는 번쩍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히데키와 눈이 마주쳤다. 마이카는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다!]
"...... 아아......."
히데키의 뺨에 눈물이 흐른다.
전생한 지 벌써 15년. 잊고 있던 여동생의 목소리가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 돌아왔다.
그 순간, 어둠에 큰 균열이 생기며 히데키의 시야가 새하얗게 물든다.728x90'연애(판타지) > 히로인? 성녀? 아니요, 올 워크스(ALL WORKS) 메이드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3화 어둠에 맞서 이기기 위해(1) (0) 2024.06.27 32화 크리스토퍼의 빛(2) (0) 2024.06.27 31화 운명의 만남 리테이크(2) (0) 2024.06.22 31화 운명의 만남 리테이크(1) (0) 2024.06.22 30화 갑작스러운 권태기(2) (0) 2024.06.22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