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반장으로 뽑힌 캐롤은 수학을 포함한 수업 성적이 하위권인 데다, 서류 작업을 매우 싫어했다. 다른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서류를 작성할 즈음에는 더 이상 걸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서류 운반은 메이드인 멜로디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나도 의상 제작에 전념하고 싶지만, 이것도 메이드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1학년 A반으로 향하면서 멜로디는 주머니에서 '마법사의 알'을 꺼냈다. 마이카가 왕도에 돌아왔을 때 조사를 위해 맡긴 이후로 아직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주말에 돌아왔을 때 돌려주면 되니 문제없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왜 알 속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걸까?)
처음 조사했을 때는 멜로디의 마법 '몽환접속'으로 '마법사의 알'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어째선지 그 이후로는 멜로디의 마법으로도 알에 접속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음, 추측이지만 알 속에 있던 그 벽이 보호막 역할을 해서 내 접근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대체 뭘까?)
'마법사의 알'은 생성 과정도 능력도 감각적인 영향이 커서, 어떻게든 추상적으로만 파악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하얀 늑대의 존재도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뭐, 지난번에 조사한 바로는 딱히 위험해 보이지 않았으니, 이번 주 내내 확인해서 안 될 것 같으면 마이카에게 돌려주고 한동안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지도 몰ㅡㅡ꺄악!"
딴 곳을 보면서 걷지 말았어야 했다. 다리가 엉킨 멜로디의 손가락에서 '마법사의 알'이 툭 하고 떨어졌다. 땅바닥에 떨어진 알은 물 흐르듯이 복도 모퉁이로 굴러갔다.
"자, 잠깐!"
다급히 복도 모퉁이를 돌려고 하는 멜로디. 그 끝에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꺄악!?"
누군가에게 부딪혀서 밀린 멜로디는, 튕겨나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야야야......"
"미안, 괜찮아?"
"죄송해요, 서둘러서 미처 몰랐어요."
손을 내밀자, 그걸 붙잡으며 멜로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인물은 아는 사람이었다.
"왕태자 크리스토퍼 님?"
"분명 너는 ...... 전에 나와 복도에서 부딪힌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네. 저는 루틀버그 가문의 메이드인 멜로디입니다. 전에는 실례했습니다."
"이제 와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오늘은 왜 여기 있어? 혹시 루시아나 양의 보조 요원으로?"
"네. 올리비아 님께 서류를 전달하러 왔어요."
"그래, ...... 그런데 이건 네 것일까?"
크리스토퍼가 보여준 물건은 '마법사의 알'이었다. 아무래도 주워준 것 같다.
"아, 네, 제 것이에요. 아까 실수로 넘어져서 손에서 떨어뜨려 버렸어요."
"자, 가져가. 다음부터는 떨어뜨리지 말고."
"감사합니다, 크리스토퍼 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굽은 길에서는 조심하도록 해."
(으으, 왕태자님한테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다니, 부끄러워!)
멜로디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빠져나갔다.
그때 손에 들고 있던 '마법사의 알'이 진동했다.
[...... 그렇구나, 그는.......]
"어?"
순간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리는 것 같아서 멜로디는 걸음을 멈췄지만, 더 이상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멜로디와 루시아나는 백작 저택으로 돌아왔다. 루시아나는 가족들에게 향했고, 멜로디가 주방으로 가자 마이카가 작업 중이었다.
"어서 오세요, 멜로디 선배."
"다녀왔어, 마이카. 맞다, 이거 '마법사의 알'을 돌려줄게."
"뭔가 알아냈어요?"
"미안해, 지난주에서 진전이 없어....... ...... 역시 착용하는 거 그만둘래?"
흰 늑대를 흡수한 바람에 멜로디도 잘 모르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절대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멜로디 자신도 판단하기가 조금 고민스러웠다.
"음~ 지금까지는 괜찮았으니 일단은 잠시 지켜볼게요. 무슨 일이 생기면 다시 상담해도 될까요."
"알았어. 이상하다 싶으면 언제든 상담해 줘."
"네~"
기분 좋게 웃는 마이카에 이끌려, 멜로디도 무심코 빙그레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