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세레디아 대실패(1)2024년 06월 27일 17시 47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시간은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회의실을 나서는 크리스토퍼를 세레디아가 뒤쫓고 있었다. 소회의실에 도착하기 전, 세레디아는 크리스토퍼를 불러 세웠다.
"크리스토퍼 님"
"세레디아 양?"
뒤돌아선 크리스토퍼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일까.
"나한테 볼일이라도?"
"네. 실은 조금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어서요."
"흠, 뭐지?"
크리스토퍼는 방심하고 있었다. 전날 안네마리에게 세레디아는 마왕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내민 손을 아무런 의심 없이 쳐다보게 된 것이다. 세레디아의 오른손이 크리스토퍼의 두 눈을 가렸다.
"어?"
"자, 타락하세요. 제가 있는 곳으로."
"ㅡㅡ!?"
타인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하루 동안 숙성시킨 세레디아의 마력이, 크리스토퍼의 눈을 통해 그의 몸을 침범해 들어간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려면 두 눈이나 심장에 마력을 쏟아 붓는 게 기본이야. 사람은 시각으로 많은 것을 인지하고, 마음이 심장 주변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잠시 저항하려던 크리스토퍼였지만, 세뇌를 위해 숙성된 마력에 저항할 수 없어서 그의 정신은 쉽게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력 주입을 마친 세레디아는 크리스토퍼에게서 손을 떼었다.
"자, 전하. 저한테 할 말 없으세요?"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던 크리스토퍼는, 세레디아에게 시선을 돌리자 눈을 반짝이며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아, 세레디아님. 저의 반려여. 평생 당신을 사랑하고 섬길 것을 맹세합니다."
"어머, 기뻐라. 그럼, 에스코트해 줄래요? 학교 건물을 조금 둘러보도록 하죠."
"당신의 말씀대로"
세레디아는 크리스토퍼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학교 안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안 좋았는지, 운이 좋았는지, 운이 나빴는지 적당히 걸어서 의상실로 이어지는 복도까지 왔음에도 도중에 학생들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정말, 크리스토퍼 님이 나로 갈아탔음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모두들 눈치가 없으니깐! 아, 하지만 이대로 의상실까지 가면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어!)
현재 의상실에서는 메이드 카페의 의상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아직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좋아, 크리스토퍼 님. 지금부터 저와 함께 의상실로...... 크리스토퍼 님?"
"......크으으......."
세레디아가 고개를 들어보니, 크리스토퍼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세레디아를 에스코트하고 있는 반대쪽 손으로 가슴을 세게 누르고 있다.
"왜, 왜 그러세요, 크리스토퍼 님!"
(이상해. 무슨 일이지? 나는 인간 한 명을 완벽하게 세뇌할 수 있는 마력을 제대로 준비했는데. 완전히 내 말을 듣게 하기 위해 허용량까지 최대한 쏟아부었는데, 왜 이렇게 괴로워하는 거야? 마력이 부족할 리도 없고, 넘쳤을 리도 없는데.......)
세레디아는 계산을 잘못하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안에 이미 그녀의 마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던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 크윽!"
에스코트하는 손마저 풀고서, 크리스토퍼는 고통에 몸부림치듯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크리스토퍼 님!"
(이런, 마력이 폭주하고 있어! 여분의 마력을 빨아들여 진정시켜야 해!)
하지만 세레디아의 생각은 한 발 늦었다. 마력을 빨아들이려고 손을 뻗었으나 이미 늦어서, 크리스토퍼의 몸속을 무자비하게 휘젓고 다니던 검은 마력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앗ㅡㅡ"
세레디아의 말이 거기서 끊어졌다.
마력의 폭주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가 세레디아를 날려버린 것이다. 복도를 힘차게 굴러가던 세레디아는 엎어진 채 쓰러졌다. 아무리 내부가 틴다로스라고 해도 그 육체는 연약한 소녀의 것이다.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세레디아는 기절해 버렸다.
"하아, 하아, 뭐야, 여기 ...... 나는, 왜, 여기 ......에, 크윽!"
일단 마력이 방출된 덕분인지 크리스토퍼는 어렴풋이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아무래도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세레디아에게 세뇌당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의 뒤에 세레디아가 쓰러져 있는 것도 모른 채, 크리스토퍼는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며 걸어갔다.
(이건 설마 ...... 흑화하려는 건가? 흑화라니, 중2병도 아니고, 하하하 ......)
크리스토퍼는 속으로 억지로 웃으며 이성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몸속을 휘감고 있는 어둠의 마력에 계속 저항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아무도 없는 곳으로 ...... 피해가 적도록)728x90'연애(판타지) > 히로인? 성녀? 아니요, 올 워크스(ALL WORKS) 메이드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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