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템포 늦춰서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웃으면 되는 거지?"
"그게 아닌데 ......"
선제공격만 양보하면 되는 게 아니다.
가오는 통화의 시작을 턴제 배틀이라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도우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도와주면 되는 거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역시 가오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도와주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그의 사람됨이 좋은 것일까.
나로서는 통화 취소에 불만을 토로할 바에는, 차라리 도와주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으면 좋겠다만 .......
"훗, 보나 마나 합방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겠지? 본인들이 의지하지 않는 걸 보면 일단 맡기라고 큰소리쳤기 때문에, 이제 와서 후배에게 손을 빌릴 수 없다는 건가. 아니면 후배에게 맡길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예를 들어 준비 단계에서 알려지면 기획이 무산될 수 있는 일이라든지..."
"여전히 눈치가 너무 좋아서 무섭네. 역시 스토커? 혹시 카메라 같은 거 설치했어?"
"안 했어!"
"아, 웹캠을 해킹하면 감시가 가능하다고 들은 적 있는데 ......"
"나는 해커가 아니다!"
뭐, 그것도 그런가.
하지만 가오가 흐름을 이해해 준 덕분에 이야기가 쉬워졌다.
일단 오늘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공유하면서, 분담하여 퀴즈에 쓸만한 썸네일과 잘라낸 동영상을 찾기로 했다. 가오는 썸네일 담당, 나는 잘라낸 동영상 담당.
참고로 잘라낸 영상은 방송에 내보내지는 않지만, 버튜버들의 과거 화제가 되었던 내용을 찾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다양하게 찾아보고 있다.
예를 들어, '쿠로네코 씨가 나츠나미 유이와의 첫 합방에서 말한 그녀의 첫인상은?' 같은 것들.
너무 마이너 한 퀴즈를 출제하는 것보다는 이런 재생 횟수가 많은 메이저 한 부분을 많이 출제하는 것이 방송적으로는 더 인기가 많을 것 같으니까.
그보다, 이때의 영상 조회수가 300만 회나 되다니.
댓글란을 보면 '유이의 처음 듣는 낮은 목소리에 감동했다'라든지 '이 [하?] 가 나츠나미 유이의 캐릭터를 결정지었다'는 등, 꽤나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뭐, 실제로 이것을 계기로 유이의 가면이 벗겨졌지 .......
그런 식으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작업량을 앞에 두고 혼자서 절망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가오와 분담해서 잘라낸 동영상을 보거나 댓글창을 들여다볼 여유도 생겼다.
이 녀석,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자칫 경시하기 쉽지만, 능력은 평범하게 유능한 녀석이다 .......
"그런데 쿠로네코여."
"어, 아, 네."
마침 가오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말을 걸어와서 이상한 대답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오는 신경 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 녀석들은 어땠지?"
"그 녀석들이라면 4기생?"
"그래. 합방을 제안했으니, 잘 교류했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회의의 흐름에 대해서는 방금 전에 공유했지만, 나와 후배들의 대화나 분위기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서 전달하지 않았다.
통화 중에도 왠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하는 가오의 모습을 보건대, 꽤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처음 유치원에 간 아이를 걱정하는 아빠의 심정일까.
나는 그 건방진 후배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유로웠어. 이쪽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콩트를 시작할 정도로."
"큭큭큭, 그런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군."
"적응이라니 ......, 덕분에 나는 계속 소외당하고 있었지만."
친구들이 데리고 놀러 갔더니 정작 본인은 없고, 대신 친구의 친구들이 여러 명 있으며 저쪽은 저쪽대로 멋대로 떠들어대서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고. 윽, 토모짱네와 처음 놀러 갔을 때의 기억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