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하하──"
드높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 자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마우스를 클릭해 통화를 종료했다. 프로게이머도 놀랄만한 반응 속도다.
"조용히 작업하자."
역시 바로 남을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른 사람들의 유튜브 썸네일과 조회수가 높은 동영상을 보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문제 만들기를 재개했다.
이전의 아마네코냥을 대상으로 한 질문 기획과는 달리, 이번에는 알테마 전체를 대상으로 한 퀴즈 기획이라 준비 단계에서 생각해야 할 것과 조사해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아서 생각보다 힘들었다.
게다가 이번엔 질문 때와 달리 문제를 생각하면 거기서 끝이 아니라, 방송에 사용할 이미지도 각각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힘들었다.
예를 들어 '1년 전의 쿠로네코 씨가 만든 이 썸네일에는 어떤 글자가 들어갔을까? '라는 문제가 있다면, 문제의 문장과 별도로 해당 부분에 모자이크가 들어간 이미지도 준비해야 하는 식이다.
어라, 이거 역시 혼자 준비하기엔 무모한 기획이 아니었나 ......?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드디어 현실이 다가왔다는 무모함을 실감했다.
역시 4기생들에게 도움을 받을까 ......, 아니 아니, 애초에 4기생에게 출제하는 퀴즈니까 도와줄 방법이 없잖아. 라며 생각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을 때 다시 Discord에서 뜬금없는 전화가 걸려왔다. 기운 빠지는 착신음.
"또 가오인가 ......"
디스코드의 노이즈 캔슬링을 뚫고 나오는 드높은 웃음소리에 무심코 통화를 끊어버렸지만,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면 응해 주기로 했다.
나도 이제부터 기다리고 있는 작업들로 마음이 지쳐있던 참이니, 잠시 쉬는 시간이다.
"여보세요 ......?"
"네놈, 자기가 먼저 말을 걸고서 전화를 끊다니, 좋은 배짱이로다."
"아, 음, 우리 집 고양이가 마우스를 멋대로 클릭해서 ......"
"음? 네놈,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나? 고양이들은 작업 중인 주인을 방해하는 것이 삶의 보람이라고 들었다만. 그럼 어쩔 수 없지."
"아, 미안, 거짓말인데요."
농담으로 한 말인데 너무 쉽게 믿어줘서, 나도 모르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말았다.
이 녀석, 엄청나게 착한 녀석인가?
"뭐라고!? 역시 나를 놀리기 위해ㅡㅡ"
"그거! 그 큰 목소리!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서 큰소리로 웃으면 보통 끊잖아! 귀에 거슬린다고!!!!"
"크으, 네놈 갑자기 큰 소리 내지 마라......"
아무래도 통화하는 상대방이 갑자기 큰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가오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꼴좋다.
그러자 아까보다 몇 톤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어느새 통화가 끊겨서 나도 모르게 계속 혼자서 말하고 있었다고."
"엥......, 그 느낌으로 계속 말하고 있었다니 ......"
그래서 착신음이 조금 늦게 걸려왔다는 거다.
다시 전화를 걸까 말까 고민하거나 자리를 비우거나 짜증이 난 것이 아니라, 계속 저런 텐션으로 혼자 계속 떠들고 있었다니 예상치 못한 일이다.
"마침 영상 촬영 중이었는데, OBS가 켜져 있어서 통화 끊기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거다."
"아..."
디스코드는 방송 중 알림음이 들리지 않도록, OBS 등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방송인 모드로 전환되도록 되어 있다.
이 모드가 적용되어 있는 동안에는 채팅이나 통화의 입퇴실 소리가 나지 않는데 ......, 가오는 그 때문에 내가 통화를 끊은 것을 모르고 계속 말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대답도 없는 상대 앞에서 몇 분 동안 혼자서 계속 떠들면 위험하잖아. 무슨 정신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그보다 그런 주제에 채팅에는 순식간에 대답한다니 어떻게 된 일이야 ......?
"뭐, 좋다. 앞으로는 통화와 동시에 큰소리는 삼가도록 하지."
"그게 좋아.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리면 깜짝 놀라서 귀와 심장이 터질 것 같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