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있다면 뭐라도 같이 할까? 나도 시간 있는데."
"군의 승전 기념으로 요즘은 수입이 많아서 바빴다. 평소 같으면 같이 놀아줘도 괜찮지만, 오늘은 피로를 풀기 위해서라도 빨리 쉬어야겠다."
"피곤한 와중에 미안 ......"
휴식에 방해가 된다. 크로노는 귀로에 오르며, 힐데가르트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럼, 푹 쉬고 있어. 또 보ㅡㅡ"
"이봐, 거기 멍청한 녀석."
불러 세운 힐데가르트는, 무슨 일인가 하고 멈춰 선 크로노에게 다가갔다.
"응?"
"............"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반 정도의 어중간한 거리를 걸어오더니, 팔짱을 낀 채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다. 길게 찢어진 눈으로 패기를 내뿜으며, 긴장감이 풍기기 시작한다.
"............"
".................. 뭐, 뭐야?"
위협하는 느낌으로 크로노의 얼굴을 지긋이 올려다보며, 한참 동안을 말없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힐데가르트는 노려보면서 말한다.
"............ 머리가 높아."
"머리가 높다고 ......?"
"그래. 역시 네놈은 머리가 높다."
기분이 안 좋은 건지, 눈빛이 더욱 매서워진다.
역시 휴가를 방해한 것이 잘못한 것인지, 크로노는 조금 고개를 숙여 대화를 시도한다.
"그럼, 이런 식으로ㅡㅡㅡㅡ"
"ㅡㅡㅡㅡ"
몸을 약간 웅크림과 동시에, 힐데가르트가 발걸음을 내딛더니 까치발을 하는 것처럼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허리를 곧게 펴고 턱을 들어 올려, 잠시만 한 점으로 겹쳐진다.
닿으면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드러운 촉감. 가볍게, 그러나 풋풋하게 입술을 맞댄다.
"............"
"............"
한 발짝 물러나 원래 위치로 돌아와, 눈을 동그랗게 뜨는 크로노와 눈을 맞춘다. 놀란 크로노와 달리, 방금 전과 다를 바 없는 힐데가르트.
잔잔한 바람에 이끌려 시간도 잊은 채 시선을 주고받는다.
"............ 나는 쉬겠다. 더 이상 일을 가져오지 마."
"아, 네."
잠시 서로를 쳐다보지만, 키스에 대한 언급 없이 저택으로 돌아갔다.
".................. 응?"
남겨진 크로노의 의문은 당연히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멍하니 있을 수 없어서, 힐데가르트 저택을 떠났다.
모두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크로노는, 아크 대성당의 시계탑 위에서 고민하였다.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여심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
"흠....... ......"
그러던 중, 뒤에서 가벼운 충격을 받는다.
" ......"
"............"
카게하가 등 뒤에서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도 역시 처음 보는 일이었다.
"............"
"무슨 일이야? 모리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당했어? 할아버지니까 젊은이들의 심리를 잘 모르는 거야. 신참한테도 툴툴대고......."
자신보다 여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골이 떠오를 뿐이었다.
하지만 카게하는, 눈물 젖은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 주군은 상처받아서는 안 됩니다."
"............"
"카게하는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주군께서 상처받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연약하게 들려오는 카게하의 말을 듣고서야, 동료에게서 느꼈던 위화감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아아, 그렇구나 ...... 모두들 위로해주고 있었구나)
조직에서는, 용과 마왕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려져 있다.
알면 마왕이 무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낙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 그건 ............ 확실히 도와주어야만 했어."
"............"
"나는 신이 아니야.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 그건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 생명이 아니야. 아직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지. 눈앞에 있던 휴이만큼은 구해야 했어."
그뿐인가, 결과를 놓고 보면, 도움받은 것은 자신이었다.
"............"
"주군께선, 상처받으면 안 됩니다......"
"울지 마. 괜찮아. 난 이미 앞을 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