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의 의문은, 현재 왕의 백성들이 품고 있는 생각이었다.
용을 쓰러뜨린 그 이변. 흑기사는 무엇을 일으켰길래 그런 사건이 생긴 것일까. 궁금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단 한 번 쓸 수 있는 비보를 사용했다"
"설마 ...... 유물인가?"
"...... 맞다."
고개 숙인 흑기사는, 그때를 회상하며 장엄한 용과의 사투를 두려워했다.
그럴 만도 하다. 현장에서 조금이나마 경험을 함께한 알트는 이보다 더한 동감을 표했다. 전투가 벌어진 것 자체가 기적이다. 흑기사도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총동원해 도망치면서, 속임수를 쓰면서, 가장 강력한 비보를 사용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름은?"
"......이, 이름?"
"그 정도의 비보라면, 이름이 있겠지."
오래되어서 이름을 잃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사용할 일이 없어서 흑기사가 잊어버린 것인지 잠시 침묵이 흐른다.
"............ 미, 기스...... 트레이트."
"금기의 비보 <미기스 트레이트>인가 ....... 확실히 이름에서도 위험성이 느껴지는군."
알토도 납득하고서, 머튼 공작과 왕의 오른팔로 알려진 조르쥬와도 인사 대신 환담을 나눈다.
그 후 세레스티아의 안내로 많은 귀족과 유명 인사들의 접견을 처리해 나갔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눈부신 세레스티아를 신경 쓰면서, 어색하지 않게 흑기사에 대한 세일즈를 마무리한다.
"전설을 또 하나 늘리셨군요, 흑기사 공."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아니요. 용을 죽이다니, 세계적으로 봐도 역사적 위업이 아닙니까?"
그들이 칭찬하는 것은, 오로지 용을 도살했다는 업적.
"............"
"............"
세레스티아와 릴리아는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투구의 눈가를 살핀다. 그 너머에 있는 눈동자의 색이 신경 쓰인다.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있는 용이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왕국을 구한 것은 그 용입니다."
"세상에 ......! 왕국을 구한 용이라고요!?"
"예, 그렇지 않았다면 저로선 이길 수 없었을 거다. 괜찮으시다면 진실을 널리 알려주세요."
정해진 말로 대답하며, 또 한 명의 귀족을 넘어선다.
자택에 초대하려는 권유도 바쁘다는 핑계로 세레스티아가 부드럽게 거절하고, 여자의 유혹도 자신의 미모로 물리치며 또다시 일곱 조를 끝낸다.
"이제 피곤하시겠지요. 방이 준비되어 있으니 쉬고 가시는 건 어떠세요?"
"익숙지 않아서 미안하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이쪽으로 오세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제안받자, 흑기사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사과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방에 도착하자 갑옷을 어둠 속에 감추고 긴 의자에 앉았다.
"휴~...... 끝날 것 같지가 않아!"
"최소한의 일은 끝났으니 더 이상 연회장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어요. 편안히 휴식을 취해 주세요. 지금은 그보다도......"
능숙하게 움직이는 릴리아가 커튼을 닫고, 세레스티아가 문의 열쇠를 잠근다.
"ㅡㅡ상기시켜 드릴 필요가 있네요."
자물쇠를 잠그는 작은 소리와 함께 엄숙하게 말했다.
"읏......!"
"이제는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표정이 사라진 세레스티아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해 자세를 바로잡은 크로노의 곁으로 다가갔다. 물러서 있는 릴리아와는 달리, 접촉할 것 같은 거리감까지 다가온다.
옆에 앉아 말없이 올려다보며, 크로노의 손을 잡고 자랑하는 미모로 압박을 가한다.
"개와 고양이를 조련하는 것과 같아요. 우쭐대고 있는 그곳에, 크로노 님의 손으로 새겨 넣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
"모든 것이 크로노님의 뜻대로라면, 빠짐없이 크로노님의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것이에요."
쿠쟈로국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적대 세력인지. 불온한 방향으로 크로노를 유도하는 세레스티아의 말에, 릴리아는 불신이 커져만 간다.
그 막강한 힘의 끝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처럼 들렸다.
한편 크로노는 침착하게 그 원흉의 정체를 물었다.
"...... 세레스는 나에게 누구를 훈육하고 싶은 거야?"
"저예요."
"[나]!? 지금 전부 [나]에 대한 이야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