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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머나먼 남쪽 마을에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이름은 이기. 남편을 잃은 58살의 미망인이지만, 부모님이 물려준 가게를 꿋꿋이 이어가는 효녀라고 할 수 있다.
"...... 아직 개점 전이, 야."
카운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이기가,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들어온 소녀를 보고 눈을 떴다.
"릴리아 ......"
"오랜만이에요."
"다행이다, 살아있었구나 ......!"
세상물정에 문외한인 이기는, 릴리아가 왕도에서 유명한 검성(劍聖)이라는 사실도 몰랐던 모양인지 그녀의 생존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몇 달 전, 도시에서 사라진 릴리아에게 무슨 불운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는 것은, 그 남작이 주인이었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기는 릴리아의 근황과 생계 등을 자세히 물었다. 운 좋게도 좋은 환경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 얼굴을 보인 것에 대해 감사했다.
생각보다 강한 반응에 놀라면서도, 릴리아는 때를 봐서 입을 열었다.
"...... 이기 씨, 어머니가 남자에게 금품을 대주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앗 ......! 누가 그런 말을 ......"
아니, 한 사람밖에 없다. 릴리아에게 그 이야기를 한다면, 그 남자밖에 없다.
"...... 남작을 만났구나?"
"자기가 준 선물을 그 남자에게 줬다고 했어요. 제가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른다고 했고요."
"세상에 ............"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이기의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릴리아는 서두르지 않고, 생각에 잠긴 이기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자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가슴을 가라앉힌 후 말을 시작했다.
"...... 나도 리나를 고용했을 때는 여유가 없었어."
"............?"
원하는 대답이 아닌, 두서없는 신변잡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 친척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용했는데, 남편도 없어진 터라 그 당시에는 실패를 거듭하던 리나를 힘들게 했지 뭐니......"
"...... 어머니는 고마워하셨는데요?"
"그랬으면 다행이지만, 당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모습을 보면 그럴 리는 없었을 것 같아 ....... ...... 그래서 그런 거야."
"뭐가, 그래서 그런 건가요?"
"리나를 위해, 진실은 말할 수 없어."
이기의 굳은 의지는 말투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무덤까지 가져갈 생각이라는 눈빛으로 말했다.
"설령 그 아이가 사랑하는 딸이라 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수 없어. 왜 리나가 남작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말하지 않았냐고 하면, 그건 릴리아를 위함이었으니깐."
"............"
"리나가 진실을 가장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바로 너야."
릴리아가 아무리 부탁해도 이기는 완강했다. 그 결심은 진심이었으며, 어쩌면 이기 자신도 릴리아를 위해 침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그럼 이것만은 대답해 주세요."
"대답할 수 있다면야."
"어머니는 그 사람을 사랑하셨나요?"
".................. 놀라겠지만 그랬어. 서툴지만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남작에게, 리나도 마음이 끌렸어. 그 두 사람은 연애로 사랑을 키운 끝에, 릴리아를 낳은 거야."
당시 리나와 함께 생활했던 이기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것은 사실일 것이다.
즉, 리나는 그 수수께끼 같은 남자에게 금품을 바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리리아의 머릿속에는 추측이 떠올랐다. 얻은 정보와 각 사람의 말을 종합해 보면, 어머니가 금품을 바쳤다는 남자는 ............ 어머니를 협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머니가 그 남자에게 금품을 건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
"똑똑한 릴리아라면 뭔가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그 이상은 그만두렴. 절대 리나는 원하지 않아 ...... 절대로."
"......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길이가 맞지 않는 의자에서 내려와 고개를 숙여 이기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 릴리아!"
떠나는 소녀를, 이기는 망설이면서 불러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