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장 295화 한마디로, 처형(2)
    2024년 06월 19일 13시 11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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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과도 같은 갑옷의 부름을 알아듣고, 갑옷을 자신에게 조합시킨다. 이를 순식간에 할 수 있는 기량과 실력이 없는 자는 마력을 빨려 순식간에 절멸에 이른다. 반대로 그에 상응하는 자에게는 원하는 능력을 갖춘 최적의 해답으로 변할 것이다.



     세레스티아가 선택한 것은, [여명의 검과의 연결, 빛과의 동화]였다. 갑옷은 자신을 포함하여 검과 셀레스티아를 빛으로 이끈다.



     그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ㅡㅡㅡㅡ"



     갑옷에는 남아도는 것이 남아 있었다. 갑옷이 계속 빨아들인 남자의 마력이다. 한 번도 적합화되지 않고, 끝없이 파도처럼 쏟아져 나온 마력. 갑옷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가득 차도록 축적된 힘의 저장량은, 세레스티아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바다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이라고 한다. 심해라고 불리는 지점은, 이 세상의 어떤 산조차 들어갈 수 있을 정도여서 그보다 더욱 깊은 곳에 있다고 한다.



     갑옷을 입은 셀레스티아는 마력의 심해에 잠겨 있었다. 햇빛도 삼켜버리는 어둠. 위아래도 좌우도 없이, 빠져나올 길도 없이 끝없이 펼쳐진 어둠을 떠돌아다닌다. 바닥도 알 수 없고, 깊이도 알 수 없고, 존재가 녹아 없어질 것 같은 덧없음을 알면서도.



     그 검은 바다를, ㅡㅡ손에 넣는다.



    "ㅡㅡㅡㅡ ......"



     유물을 입은 셀레스티아는 무력감, 허무감, 탈력감, 두려움이 뒤바뀐다. 반전된 전능감, 행복감, 고양감, 호기심에 휩싸인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대마력. 대양을 입어 조종하는 것의 의미를 알고, 수많은 선택권을 부여받은 여신은 진정한 여신의 영역에 이른다.



    "..........후우."



     검은 포옹.



     형태를 바꾸어 세레스티아의 매혹적인 몸매를 덮어주지만, 그 매력을 전혀 가리지 않는 검은 갑옷. 마침내 변신을 마친 세레스티아는 천사조차도 정욕의 마음을 품을 수 있을 만큼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몇 번으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마력의 바다를 경험하는 감각. 섭리를 무시한 마력의 양에 노출된 순간은, 역시나 압도당한다. 그래도 녹아 사라질 것 같은 시간을 넘기면 존재의 승격이라 할 수 있는 보상이 주어진다.



    "......,그럼, 잘 가요."



     이 사이, 실로 1.5초.



     이때부터 벌어지는 것은 전투가 아니다. 전투란 그 시점에서 수단으로써 실패. 그저 인물을 지우는 것뿐인데, 무엇을 싸울 필요가 있는가.



     단죄. 처형은 전투가 될 수 없다.



     투구 너머로 아크만을 바라본 세레스티아는, 대양에서 한 방울의 마력을 꺼냈다. 양손으로 퍼 올린 그것을 발밑에 떨어뜨린다.



    [ㅡㅡㅡㅡㅡ]



     눈부신 빛이 세레스티아에게서 발산되어 <침실>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그녀의 성역이며, 그 영역 안에서 그녀는 완벽한 지배자가 된다.



     누구도 그녀를 해칠 수 없고, 누구도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여명의 검과 동화된 갑옷으로 인해 그녀 또한 빛이 된다.



     세레스티아는 한 방울을 더 붓는다. 천사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몸을 찢은 주술사에게, 그 주술을 부여한다.



    "천사의 벽을 찢어 주세요."

    [ㅡㅡ알겠습니다!!]



     범상치 않은 검푸른 기운을 뿜어내며 가속한다. 갑옷의 마력을 불태운 주검은, 마누아와 함께 신풍으로 변했다.



    [읏, 존재의의의 장애물은 불태워버릴 뿐입니다!]

    [소용없습니다, 아크만]



     달려드는 마누아에게 천사의 마력을 방출한다.



     하지만 마누아는 이미 아크만의 옆까지 질주하고 있었다.



    [ㅡㅡㅡㅡ!?]



     시야 가장자리에서 희미하게 포착된 마누아는ㅡㅡ녹색 번개를 띠고 있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저주는, 꿈틀거리는 번개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눈동자만이, 뒤에서 비웃으며 마법을 짜는 해골 마물을 바라본다. 주술과 마법이 겹쳤을 때, 저주의 칼날은 그야말로 필중필살. 원수를 확실히 물어뜯어 죽이는 송곳니가 된다.



    [ㅡㅡㅡㅡ읏]



     사악한 녹색 번개가 치고, 집념의 검푸른 주염에 휩싸여 제2천사는 순식간에 빈사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주검의 힘은 이후에도 천사를 부식시키고, 썩게 만들고, 피폐하게 만들고, 괴사시켰다. 저항할 틈도 없이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천사는 마지막으로, 천사인 자신을 인간의 몸으로 넘어선 이단아를 보았다.



     헬멧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며, 차갑게 식어버린 눈빛을 받아낸다. 그 모습은 빛과 함께 사라졌ㅡㅡ.



    "ㅡㅡㅡㅡ"



     광속 이동. 뒤에서 나타난 세레스티아가 여명의 검으로 직접 아크만을 처형했다.



     정수리에서 세로로 쪼개지자, 날개도 폭발한다.



     오랫동안 빛의 왕국에서 암약하던 아크만은 성역 안에서 새하얀 날개를 흩날리며 사라졌다. 82078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존재의의를 다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



     하얀 깃털이 내려앉는다.



     사악한 신비에 휩싸인 채, 마누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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