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장 295화 한마디로, 처형(1)
    2024년 06월 19일 13시 10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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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실>에 침입해 있던 세레스티아. 아크만이 의식에 돌입한 후, 방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어나지 않았다. 즉, 아크만 보다 먼저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주검으로 더럽혀진 흔적은 없다. 그 불순한 상처가 있다면 아크만은 즉시 발견할 수 있다. 즉, 마누아에 의한 고압마력막의 돌파가 아니다. 방금 전의 오니족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레스티아는 불에 탄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저는 이런 경우에 내기를 할 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

    "전투에서 성과를 얻는 등의 불확실한 요소를 좋아하지 않아요."



     게다가, 눈앞에 서 있는 여자는 과연 세레스티아 라이트일까? 마치 다른 사람 같다. 따스한 햇살을 닮은 미소를 띤 화려한 왕녀야말로 그녀가 아니었던가.



    "당신들이 아무리 발상의 전환을 하든, 그들이 아무리 실수를 거듭하든, 저의 목적은 반드시 완수되어요. 반드시 ......"



     변함없이 지나치게 냉철한 그녀는, 반대로 박정한 눈빛을 하고 있다. 감정을 없애야만 완성되는 것이 여신인가.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의 틀을 넘어선 곳에 있고, 진정한 지혜란 사람의 시선으로 가늠할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인가.



     감정을 버리고 사람과 천사라는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여 본질을 꿰뚫어 보고, 둘 다 마음대로 움직이는 말로 삼는다. 세레스티아의 뜻에 따라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고 있다. 써 내려간 줄거리는,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어나가다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가 펼쳐진다.



    "한 가지 결함을 제외하고는 무사히 끝낼 수 있을 것 같네요."

    [당신으로는 마누아 씨가 붙어 있어도 저를 쓰러뜨릴 수 없습니다. 그 칼날과 함께 없애드리지요]

    "말했잖아요. 전투는 불확실하다고. 제가 여기서 결판을 내겠다고 판단했는데 굳이 당신과 정면으로 싸울 거라 생각하세요?"



     세레스티아는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특수한 질감을 연상시키는 사각형의 종이였다. 경계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려진 마술식 같은 무늬였다.



     예상대로 마력이 통하고, 쓰인 마법진이 떠올랐다.



    [ㅡㅡ 드디어 나설 때로구나, 캇캇카!!]



     마법진에서 나타나는 이형. 앉아 있는 발밑부터 차례로 나타나는 해골.



     뼈의 형상이 전부 전이할 즈음에는, 마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 <침실>을 짓밟았다. 오랫동안 마법에 빠져 심연을 들여다보며 얻은 비범한 마력이 흘러나와, 성역을 더럽히고 파괴한다.



    [호오, 이것이 천사 아크만인가 ....... 생각보다 평범하구먼. 모양이 개성적인 것은 예상대로일세. 그리고 아름답지도 않고, 못생기지도 않은 어중간한 외모로고. 흥미롭구먼]

    [...... 당신은 여기에 들어오면 안 됩니다]

    [그렇겠지. 나도 동감하지만, 만일을 위해서라는 부탁을 받아서 말이여]"

    [무슨 미끼로 고용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마물은 그 종족의 변이형으로 추측된다. 한눈에 봐도 마력량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와 함께 부자연스러운 것은,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즉, 똑똑하며 영리하고, 마물답게 교활할 것이다.



     무기를 잃은 것은 뼈아팠다. 수호무기만 있으면 셋을 상대해도 능히 겨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자, 그렇게까지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중간하게 참전해 무기를 부숴버린 오니족. 그리고 눈앞에 떠오르는 돌연변이를 이룬 뼈의 마물.



     하지만, 생각은 정리되기도 전에 결말을 본다.



    [왕녀님, 당신의 주인이 곧 싸울지도 모릅니다. 늪의 악마님이 오셨으니, 이쪽은 빨리 끝내야 하겠지요]

    "잘 알고 있어요."



     마누아의 충고 없이도 세레스티아는 움직이고 있었다. 실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화의 한판 승부. 용들에게 겁을 먹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다.



    "유예는 없습니다. 끝내도록 해요."



     세레스티아는 천사의 말살을 위해 움직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해골보다 먼저 걸어갔고, 마누아도 뒤를 따라 아크만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갔다.



     오른손에 '여명의 검'을 만들어, 새겨진 태고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존귀한 선언을 한다.



    "당신을 말살합니다. 사람을 영양분으로만 여기는 당신은 사람에게 너무나 해로워요."

    [그렇게 쉽게 쓰러질 거라 생각ㅡㅡ]



     변화는 세레스티아의 왼손에 나타났다. 검게 소용돌이치는 승리의 비책이 손에서 흘러나온다. 점점 커지면서 형태를 갖추며, 무게감을 나타내는 지축 소리와 함께 <침실>에 부딪힌다. 단두대의 칼날을 내리치듯 무자비하게 내려친다.



     ㅡㅡㅡㅡ칠흑의 전신 갑옷이, 나타난다.



     왕국의 희망. 영웅의 구현. 정의와 고결함의 상징. 이제 그가 입는 호걸의 증표는 라이트 왕국 전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는 당신의 자유이자 권리예요. 허락합니다."



     갈아입을 때가 왔다. 검은 갑옷에 손끝이 닿자, 유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분의 마음을 상하게 한 죄는 용서치 않아요."



     격한 분노를 눈빛으로만 드러내며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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