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293화 천사의 맛을 보다(3)2024년 06월 19일 07시 24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그것만으로 발생하는 뜨거운 바람은 쓰러진 반룡의 지크를 불태웠고, 넴을 감싸고 있는 금속체도 조금씩 녹여버렸다.
엔다르 신전마저도 녹여버리고, 용의 열기에 노출된 피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라져 갔다.
"큭. ......! 방패로 만들 수밖에 없겠어!"
골렘의 금속체를 모두 방벽으로 돌리고, 언덕에서도 추가로 증식시킨다.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전혀 상대가 안 된다.
용과 싸운다니, 웃음거리도 되지 못한다.
[............]
[마파엘 ...... 알겠습니다]
인공적으로 보일 정도로 성장한 용. 뻗은 팔다리는 튼튼하고, 전체적으로 유려한 곡선을 가지고 있다. 보다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형상으로, 수호병기처럼 차분하다.
"............"
다고의 등에 올라탄 오니는 한바탕 난동을 부리고서, 열기를 피해 돌아갔다. 털을 불태우며 용에게 고개를 숙인 다고는, 방향을 틀어 도망치려 한다.
"당신, 아스라 씨 맞지? 제안이 있는데, 이번만큼은 같이 싸우면 안 될까?"
"더 이상 볼일은 없다. 천사라는 녀석은 충분히 보았다. 애초에 저런 녀석들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협력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귀가 따갑네 ....... 하지만 베네딕트만은 쓰러뜨려야 하지 않겠어?"
금속체 벽에 숨어있던 넴은, 아스라가 마왕군이라는 것을 알고서 협력을 제안했다. 하지만 아스라는 큰 전제에서 무의미하다고 답했다.
"용은 상대할 수 없다. 게다가 녀석들의 행선지는 이미 정해져 있고."
다고를 조종하여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오른쪽 신전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용히 신전을 오르는 인물을 보고는 재빠르게 신전을 뛰어내렸다.
"피신할 수밖에 없는가 ......"
기절한 지크를 안고, 흐르는 듯이 녹아내리는 골렘의 벽을 다시 만들면서 등을 보호하며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이었다.
[............]
[............?]
본전으로 향하는 계단 위를 날고 있던 아크만은, 갑자기 화염을 가라앉힌 마파엘에게 의구심을 품었다. 오른쪽 신전 위에 떠 있는 마파엘을 보고, 그 시선을 따라 계단의 길을 눈으로 따라간다.
그곳에는 대지를 태우는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는 남자가 있었다. 옷자락 끝에서 불꽃을 내뿜으면서도 오직 마파엘만 바라보며 걷는다.
검은 머리의 남자다. 보기만 해도 몸이 움츠러든다. 영혼이 굴복한다. 아까 느꼈던 금기시된 '분노'의 정체라는 것을 순식간에 깨달았다.
안 된다. 저걸 건드리면 안 된다.[읏............]
아크만은 천사의 몸으로, 사람의 가죽을 쓰고 있을 때의 버릇인지 이마부터 눈가를 팔로 닦았다. 안 나와야 할 땀이 나오는 것 같아서다.
그리고 팔을 떼어내고서, 다시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ㅡㅡㅡㅡ"
바로 눈앞에, 남자의 쌍안이 있었다. 눈앞을 가린 찰나의 순간, 숨이 닿을 듯이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 것이다.
[히아아아아!? 으아아아아......!?]
"............"
갑자기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눈을 마주친 아크만은, 계단으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남자의 얼굴. 남자의 두 눈을 마주한 순간, 이치를 뛰어넘는 폭압을 착각하고는 몸을 지탱하는 모든 힘을 다 내려놓고 탈진해 버렸다.
[...........윽!]
"............"
무의식적으로 몸을 만지며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죽지 않았는지 잘 확인한다. 잃어버린 땀을 천사의 몸으로 표현하면서.
그 초라한 모습을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남자 쪽에서 말을 걸었다.
"...... 베네딕트 씨 맞지?"
[그, 그렇습니다......]
"그래, 안녕. 그래서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잠깐 시간 좀 줄래?"
[읏............]
"무엇보다도 먼저ㅡㅡ"
남자는 격정을 어두운 색조의 눈동자에 담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크만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답 이외의 수많은 선택지를 눈빛으로 빼앗아 무수히 섞여 있는 가능성을 지워버리고, 강압적으로 심판의 장으로 끌고 간다.
"ㅡㅡ그를 저렇게 만든 건, 너?"
질문은 완전히 아크만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였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머리가 한 번 하얗게 변했다. 귀에 닿는 것은, 초열에 의해 불규칙하게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음색뿐이다. 광시곡 같은 선율은 어리석은 천사를 혼란하게 만든다. 지껄여댄다.
파멸을 노래하고 붕괴를 숨 쉬듯이 하는 용을 목격한 생명체들처럼, 아크만에게도 궁극의 선택이 주어졌다.728x90'판타지 > 옛 마왕의 이야기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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