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체를 지닌 천사와 오른쪽 신전의 능선에서 상대한다. 극한 생물의 위엄을 뿜어내는 용안을 응시하고, 입을 열 기회를 기다리며 조용히 서 있다.
초월자라 할 수 있는 둘이, 국가의 명운 같은 사소한 일로 마주 한다.
[아크만, 우리가 존재하는 의미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읏............]
공중에 휘두른 용의 발톱은 단절의 참격이 되어, 발판을 쪼갠다. 찢어 버린다. 찢어 버린다. 발판만 쪼갠 줄 알았는데, 용의 발톱 자국이 절벽 전체에 퍼져 있었다. 세 개의 균열이 깊게 새겨진다.
가벼운 느낌으로 휘두른 조격에 의해 본전이 떠오른다. 뜨거운 공기에 휘감긴 이상 기류에 휩쓸려, 마침내 누구도 닿을 수 없는 하늘로 올라간다.
지금 바로 착수하겠습니다 ......!]
[부탁합니다. 이쪽 분은 제가]
[아무래도 그분은 아닌 것 같지만, 전투는 가급적 자제해 주세요]
[...... 알겠습니다]
제2천사 아크만이 날아간다. 지금의 마파엘이라면 수수께끼의 남자를 상대해도 문제없다. 이제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릴리스 님]
본전 앞에 무사히 도착한 아크만은 <성역>을 재개했다. 몇 초의 시간을 들여 본전은 <침실>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성역> 의 하나를 발동하여 모두의 '신앙'을 회수한다. <침실>에 모인 [하얀 천녀]에 대한 신앙심을, 하나의 명확한 우상으로 정리하여 부활시킬 뿐이다.
[실례합니다]
불가침의 <침실>에, 900년 만에 발을 들여놓는다.
순백의 방이다. 커다란 침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신성한 침실. 흠잡을 데 없는 천녀가 재생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로 정결해야 한다.
영혼이 재구성되고 하얀 마력에서 수육을 일으켜 현세에 존재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이토록 순수한 성역이어야만 한다.
한 방울의 불순물도 섞여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ㅡㅡ〈성역〉이여]
지금, 그야말로 두 번째의 <성역>이 발동한다. 때가 맞아떨어졌고, 고난과 사투를 거쳐 여건이 갖춰졌다. 아크만의 소원은 이루어지고, <침실>을 향해 보내지는 특별히 열성적인 신자들의 신앙.
신앙심이 모여드는 느낌이 있다.
이후에도 계속 모일 것이다. 우상을 형상화하기까지 반 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충만했다. 첫 번째와 달리,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면서의 권능. 확실하게 제1천사는 부활할 것이다. 존재의의를 이룰 수 있다는 기쁨이 아크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그렇게나 기뻐해 주시니, 저도 방해할 가치가 있네요."
[읏............]
얼마나 미개척을 달성해야 성미가 찰 것인지, 아크만의 몸에 소름이 돋는다. <성역>도 강제로 정지되고, 약간의 회수로만 끝난다.
"아직 그렇게까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네요."
[...... 세레스티아 왕녀]
고개를 든 아크만은 침대 머리맡에 서 있는 세레스티아 라이트를 보았다. <성역>을 베어 중단시킨 검이, 검푸른 궤적을 그리며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곧이어 발밑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검과 함께 천사에게 살의를 드러냈다.
오랜 세월의 저주가, 지금 여기에 있다.
[베네딕트 아크만, 다음에 타락할 천사는ㅡㅡㅡㅡ당신이다]
[마누아 씨 ......!]
.........
......
...
등뒤에서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쫓겨, 언덕으로 굴러 떨어지듯이 돌아온 단. 단장인 지크의 명령에 따라 알트를 찾아 나선다.
"어이! 전하는 어디 계셔!"
"후방으로 물러나 계십니다! 현재도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계신 것 같습니다!"
"씨발! 큰일이잖아!!"
그러나 불평을 늘어놓아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는다. 화를 낸다 해도, 분위기가 나빠진다 해도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단은 말을 빼앗아 달려갔다.
이윽고 퇴각하는 왕국 병사들을 한꺼번에 추월했을 때, 그 모습을 포착했다. 섬기는 사람들과 함께 중앙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전하아아아!!!!"
"...... 단인가! 무사했구나!"
마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알트와 부하들 사이에 끼어든다.
"물러서세요!! 이 녀석들 중에 배신한 녀석이 있습니다!!"
"뭐라고 ......?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전하께서 마누아의 주검을 넘겨주셨잖아요!? 넴의 형님에게 돌려줬을 때! 그때, 가짜로 바꿔치기당했다고 합디다!"
"...... 돌려준다니? 무슨 말인가. 주검은 넴이 항상 휴대하고 있었을 텐데."
나란히 서 있는 부하에게 지시를 하고, 그에 따라 뽑힌 검을 경계하면서도 서로 다른 주장은 일종의 진정제 역할을 하였다.
특히 혼란스러워하던 단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애쓰는 알트를 보고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정확하고 명쾌한 질문이었다.
"......넴의 형님으로부터 주검을 잠시 맡았다고 들었는데요?"
"왜 내가 보관할 필요가 있지? 나보다 녀석이 더 훔치기 어려울 텐데."
"으~응?"
주검의 일시 보관에 대해 알트는 완전히 부정했다. 그렇다면 넴이 마누아의 주검을 건넸다는 알트는 누구인가? 아니면 넴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 또 다른 의문이 단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