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장 290화 불운의 끝에서(1)
    2024년 06월 18일 19시 38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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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천의 왕도, 환락가 뒷골목에 낯익은 광경이 있었다.



    "............"



     자신보다 덩치가 큰 거구의 남자를 단 한 방에 쓰러뜨린 후, 가슴팍을 잡고 기절해 있는 것을 확인. 제럴드는 반격에 나섰던 마피아 경호원을 내팽개쳤다.



     쌀쌀한 계절의 차가운 땅바닥에 눕히고, 겨우 돌아온 일상을 만끽하고 있었다.



    "으~, 아파 ......"

    "............"



     주머니 속 담배에 손을 뻗으려는데, 덩치 큰 남자가 태연히 일어선다.



    "소문대로, 꽤 하는구만ㅡㅡㅡㅡ"



     상단 돌려차기. 큰 남자의 옆얼굴이 발로 차서 포탄처럼 날아가고, 거구가 굴러다닌다. 힘을 뺀 발차기로 인해, 큰 남자는 필요 이상으로 손을 봐주는 꼴이 되었다.



    "............"



     움직이지 않는 큰 남자를 이번에야말로 확인하고서 주머니에 손을 뻗었다.



     이렇게 보여도 제라드의 기분은 매우 좋다. 거한이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타격으로 자제하고 있다. 무심결에 자비를 베풀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아~ 재미있었다~ ......!]

    "......세상에."



     귀찮은 동거인이 갑자기 사라져서 기분 좋게 외출을 나갔지만, 곧 다시 친근하게 어깨동무를 하게 된다.



     그 제랄드도 머리를 감싸고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돌아온 노로이에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뭐야, 네 아들을 구하러 갔던 거라고? 제대로 한 번은 죽었다니까~]

    "그럼 그냥 저쪽에 있지 그랬어."

    [가끔은 괜찮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와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 아, 아직 밥 안 먹었으면 스테이크로 하자. 어차피 갈 생각이었지?]



     미각은 공유하는 것 같아서인지 식사 시간에는 유난히 시끄러워진다. 성가신 노로이에 눈썹을 모으고서, 성냥을 이용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방금 전, 유흥가 뒷골목을 어지럽히던 암흑조직을 소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노로이의 말 때문은 아니었지만, 제랄드는 예정대로 익숙한 가게로 향했다.



    "............"

    [...... 이럴 때면 보통은 아들에 대해 물어보는 법 아냐?]

    "네놈이 날뛰고 그 녀석이 살아났다. 더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전부 말하고 싶어. 자세하게 말해주고 싶어. 오늘 밤은 각오하라고. 잠 못 잘 거다......?]

     

     귓가에서 한숨 섞어 말하는 노로이를 노려보다가, 짜증이 나서 발걸음을 돌렸다.



    [거짓말이야! 농담이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니까! 스테이크 먹자고, 매주 기대하던 거였잖아!]



     조바심 내는 노로이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제랄드는 포장마차에서 간단히 밥을 먹으러 바깥 세계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아............ 미안. 네 아들, 역시 죽었어.]

    "...... 설마 저쪽에서 실수한 거냐?"

    [아니, 나랑은 상관없어]

    "네가 다시 가면 되잖아. 조용해서 좋을 텐데."



     잠시나마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제랄드는 기꺼이 노로이를 보내주려 했다.



     한때 왕도의 하늘을 뒤덮은 가짜 성창을 먹어치웠을 때부터, 노로이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제랄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어. 다들 죽었다고, 이거............ 그보다 우리도 위험한데?]





     .........



     ......



     ...




     

      그리고......, 여기서 운이 다했다.



     권력의 거듭된 간섭으로 인과율의 흐름이 왜곡되고, 불운이 겹쳐 마침내 비극이 발생한다. 본래 <불운>과 인연이 없는 존재에게도 비운을 가져다주었다.



     지하실로 한 발짝 들어선 크로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과 천사 양쪽의 날개를 가진............ 휴이였다.



    "앗......!!!"



     새하얗고 아름다운 용의 배를, 길게 뻗은 용의 꼬리로 찔러 들어 올렸다. 그 후 마치 쓰레기 버리듯이 무자비하게 던져버렸다.



     크로노의 바로 옆을 지나쳐서 빠른 속도로 내던져지는 성룡.



     반사적으로 왼손을 뻗어 수천룡을 받아냈다. 팔에 기대어 힘없이 쓰러진 그 용은, 치명적인 중상을 입었다. 온기가 사라지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읏............"

    "............"



     어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그 용을 바라보다가, 다시 천사에 빙의된 휴이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순수하게 빛나던 순진무구한 눈동자에서는 자아가 완전히 사라져서, 허무한 시체의 눈동자를 하고 있다.



     가증스러운 금빛 문양도 낯익다. 듀어가 가니메데와 결투할 때 보았던 만티코아를 떠올린다.



     존재 자체가 변해버린, 그 만티코어가 생각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것들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그에 걸맞은 감정이 솟아났다.



    "ㅡㅡㅡㅡ"




     ㅡㅡㅡㅡ시간이 멈춘다.




     신전을 넘어, 시간이 멈춘다.



    "............



     아크만으로부터 빼앗은 마력을 이끌어내어, 필살의 대화살을 만들어낸 넴. 천사의 마력은 하얗게 소멸의 압력을 내뿜으며, 한 번 쏘면 제2천사까지 관통할 수 있는 혁명의 일격이 되었다.



     하지만 ...... 넴은 쏘지 않았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손끝은커녕 시선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



     넴뿐만이 아니다. 지크도 다른 기사도, 연행하는 기사도 연행되는 귀족도. 라이트 왕국과 엔제교단의 결전지인 엔다르 신전을 중심으로 비정상적인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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