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291화 어머니와 자식(1)2024년 06월 18일 22시 06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그 향기는 모성을 불러일으킨다. 수천룡 슈린은 그저 그 '자식'을 생각하며 추억 속을 떠돌고 있었다.
물을 다스리는 고귀한 용을 붙잡아서, 자식과 헤어진 원한도 잊고 행복한 추억을 몇 번이고 되새기게 하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행복한 나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일상은 슈린에게 큰 삶의 보람을 안겨주었다.
그 시작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숲 속 깊은 오지의 호숫가 끝자락에서 잠들어 있던 슈린. 용(竜) 중에서도 상위의 실력을 가진 슈린을 능가하는 존재는 없다. 동족이라 할지라도, 암수 구분 없이 접근하지 않는다.
무방비 상태로 몸을 드러내고, 비늘에 햇볕을 쬐이며 마음대로 잠을 청하는 오후였다.
"............!?"
숲에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방금 전, 숲 어딘가에서 '용'이 태어났다. 정점으로 태어나 정점으로 살아가는 용(龍)이 또 한 마리 이 땅에 태어났다.
세계의 절대 강자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지형을 바꾸고, 초토를 만들고, 자연마저도 농락한다. 그 고귀한 용이 이 숲에 있다.
"............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용(竜)에게도 용(龍)은 신이다. 배가 고프면 몸을 바쳐 제물이 되고, 마음대로 죽임 당할 수 있다. 자리를 요구받으면 자리를 내어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용은 양육을 하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강자인 용은, 부모자식이라 할지라도 다른 존재다. 타고난 강함에 따라 본능으로 살아갈 뿐이다. 이미 부모는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읏............"
미숙한 용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다른 종족이라면, 젖을 찾아 헤매는 새끼에게 원하는 것을 줄 뿐이다. 하지만 용에게는 부모가 없다.
배고픈 새끼의 장난질로 인해 숲이 불타버리는 일처럼,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슈린은 슬픔에 잠기기도 전에 잿더미로 돌아갈 것이다.
이 숲 너머로, 눈치챈 모든 용(竜)들이 달아나고 있다. 모든 왕들이 신의 뜻에 겁을 먹고, 어쨌든 멀리 숨어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슈린 역시 용이 있는 숲에서 거처를 옮기기 위해, 호수를 헤엄쳐 정반대 방향으로 떠나려 했다. 살기 좋은 고향이었지만, 운 나쁘게 용이 태어났다면 불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때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피이이......, 피이이......!]
울음소리보다는, 우는 소리였다.
숲에서 호수를 향하여 그 우는 소리의 주인공이 날아왔다.
"앗 ............"
그 모습을 본 슈린은 죽음을 각오했다.
짙푸른 색의 용이 울음을 터뜨리며 숲 속 덤불에서 나타났다. 정서가 안정되지 않아서, 사소한 불쾌감을 주면 죽임 당할 것 같았다.
"퓨!?"
"............"
공포와 경외감으로 얼어붙은 슈린을 발견한 용(龍)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마주친 슈린은 목숨을 포기하고 고개를 숙여 용에게 충성과 경의를 표하며 인사했다. 목을 내밀고, 제물로 바쳐야 할 의무를 다했다.
"퓨이......"
새롭게 군림한 용은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인다.
설마 용인데도 불구하고 불안한 걸까, 아니면 배가 고픈 걸까.
하지만 수린을 먹으려 들지 않는다.
"............"
그 심정을 이해하기에는 종족이 너무 다르다. 고개를 든 수린은 호수로 뛰어들었다.
"퓨우우......"
수면으로 사라지는 순간에도 용의 슬픈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서둘러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수십 초 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육지를 향해 나아간다.
"퓨......?"
"............"
육지에는 용 한 마리가 앉아서 슈린을 바라보며 젖은 눈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 잡은 물고기를 바치며,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고개를 숙인다.
"............"
"............"
무엇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용에게, 물고기를 코끝으로 찔러주며 권유한다.
"...... 퓨이."728x90'판타지 > 옛 마왕의 이야기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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