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에 한 번 있는 곤충 피해. 수억 마리의 벌레는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심각한 기근을 가져오는 악마로 변한다. 그 정체는 바로 메뚜기. 둥지를 떠난 메뚜기들이 우연히 하늘에 있던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떼를 지어 몰려든다.
"...... 메뚜기는 먹어본 적이 없는데."
<송곳니>.
"방해다, 벌레들."
무감정하게 <송곳니>를 사용해 검은 메뚜기 떼에 바람구멍을 뚫는다. 짐승의 환영이 물 때마다 벌레 구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물리게 되면 소화되지만, 배출되지 않고 멸망한다. 생물에 대한 가장 큰 저주를 따분하게도 벌레한테 써버렸다.
"쳇."
지상으로 내려온 노로이. 그의 시선은 마파엘이 떠난 성전으로 향했다.
"............"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는 노로이. 하지만 천사를 쫓아가지 않았다. 신전에 있는 존재에게 접근하고 싶지 않다. 곧바로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짐승'을 다스려서, 오스왈드에게 몸을 돌려준다.
"아~ ...... 뭐, 조카 같은 거니까 도와주기는 할게. 다만 질 거라면 좀 더 먹을 보람이 있는 상대로 해주라고. 그리고 나는 대신할 때와 대신하지 않을 때가 있어. 대부분 대신할 수 없지. 네가 죽을 뿐이다. 조건은 귀찮으니까 다음 기회에. 어쨌든, 죽기 싫으면 죽지 마. 그게 다야. 잘 있어. 바이바이~!"
오스왈드에게 어렴풋이 메시지를 남기자, 힘이 빠진 몸은 땅바닥에 쓰러졌다.
한편, 마파엘은 한 인물을 찾아 신전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폭풍우 속을 헤매는 나비처럼, 의지할 곳 없이 흐느적거리며.
소리와 대화를 들으며 날아다니며, 중요한 역할을 맡긴 사람을 찾는다.
"에잇, 놔라! 이 무례한 놈!"
"가만히 있어, 포기해!"
그리고 찾아낸다.
상층 신전 안에서 식사를 하던 상류층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다가 붙잡혀 한 명씩 구속되어 연행된다.
그중 한 명, 낯익은 인간을 발견한다.
아크만이 지도자로 발탁한 사람이다. 그는 그것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알고 있다.
[ㅡㅡ기란 백작]
"풉 ......!?"
심장이 튀어나오나 싶었을 것이다.
끝자락에 있는 건물 뒤에서 기사들을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던 기란. 갑자기 <불운>으로 기사를 심정지시켜 죽이고 눈앞에 내려온 천사를 보자, 기란은 침을 내뿜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사는 생략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그 개체가 있는 방으로 안내해 주세요]
[마, 마파엘 님! 알겠습니다, 이쪽입니다!]
왕국군과의 전투와 함께 울려 퍼진 아크만의 구원 신호는, 불운을 관장하는 마파엘에게 전달되었다. 무리하게 노로이한테서 탈출한 것도 있었기 때문에, 그 개체의 확보가 가장 중요했다.
뜨거운 공기가 여기까지 도달하여, 그 아크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둘러야 한다.
"이쪽입니다. 지금 잠금을 열겠습니다."
잔해가 흩어진 모습과 신전이 부서진 것으로 보아, 다른 용은 지하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용만은 상층 지하에 격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저만은 잡히지 않으려고 숨어있었는데, 눈치 빠른 기사에게 발견되어서............ 열렸습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어두운 방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면서 새어 나오는 분위기로, 이 용이 얼마나 다른 용과 차별화되는지 알게 된다.
[............]
"저것이 바로 수천룡・슈린입니다"
마치 인간이 상상하는 천녀상을 보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형상을 한 우아한 용.
향이 가득한 어둠 속, 숨을 죽이고 잠들어 있는 것은 창백한 용이었다. 물을 중심으로 액체 전반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물가의 왕비라 불리는 신비로운 용이다.
자연계에 이토록 아름답게 태어난 생물이 또 얼마나 더 있을까. 신이 원해서 창조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 개체라면 마리아=릴리스를 맞이할 자격이 충분하다. 아니, 이보다 더 천사에 어울리는 용은 없다.
최강이자 최고의 용을 앞에 두고, 마파엘은 즉시 대답했다.
[감옥의 열쇠를 열어 주십시오. 그녀와 함께 아크만에게로 가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
용에게까지 기생하는 천사에게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기란은 그저 순순히 따랐다.
맹수보다 훨씬 더 무서운 수천룡에게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았다.
"............"
"앗......!?"
일어서는 슈린의 모습에 기란의 심장이 움츠러들었다. 분명 향으로 인해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을 터.
하지만 전장에서 날뛰는 용보다 강하다고 하니, 당연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걱정은 필요 없어요. 제가 곧 그녀와 동화될 테니]
"아, 알겠습니다 ......"
기란은 도망치는 자세를 취한 채 다시 열쇠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여기서 운이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