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사람을 괴롭혀야 만족할 거냐!!!"
[이해 못 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날아오는 무기검을 공중제비로 피한 뒤, 아크만에게 큰 날개로 얻어맞는다.
금속체에 내려앉는 순간을 노린 날개는, 접촉한다면 제아무리 지크라 해도 어쩔 수 없이 소멸한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ㅡㅡㅡㅡ!?!"
"그거 위험한데요. 도와드릴게요."
공중에서 천사의 날개가 다가오는 지크에게, 골렘을 날려 피하게 한다.
"큭 ......!"
거친 도움의 손길이었지만, 앞머리를 스친 날개를 보고 핏기가 가신다. 이 하얀 마력은 닿으면 안 된다.
자신이라는 존재조차도 이 세상에 남기지 않고 지워버릴지도 모른다는 예감마저 들게 한다.
무의식적으로 마검과의 동화를 조금 더 진행하자, 오른쪽 등에서 용 날개가 돋아났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공중에서의 행동이 가능해졌다.
(안 돼, 더 이상은 못 넘기겠어......)
견디기 힘든 극심한 고통과 검에 먹히는 자아. 지크는 용의 날개를 이용해 금속체에 내려앉으면서, 맹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이보다 더 침식이 진행되면 완전한 용이 된다. 자아는 사라지고 용으로서의 생명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신체의 변형을 허용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
전대미문의 용염. 그야말로 강자의 불꽃. 천사 토벌에 이보다 더 든든한 것은 없다. 공기를 태워 열량을 높이고, 더 나아가 발생하는 작열은 폭염으로 이어진다.
"ㅡㅡㅡㅡ!!"
[정말 모르겠군요]
작혼의 검을 휘두르며 아크만에게 폭염을 날린다. 골렘의 발판을 뛰어다니며, 인류를 대표해 천사에게 칼을 휘두른다. 불꽃은 불꽃을 부르고, 용염은 집착스럽게 천사를 휘감는다.
"비록 용이 될지라도, 네놈만은 죽이겠다!"
사명의 화염로 베고, 화염이 깃든 용의 팔로 때리고, 사람을 뛰어넘는 기세로 천사에게 도전한다. 대피하는 단원들과 넴을 대신해 홀로 제2천사와 맞붙는다.
[릴리스 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무엇이 불만일까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왜 막는 겁니까?]
"치잇 ......!"
천사의 날개로 대폭염마저 소멸시키며, 아크맨은 간단명료한 질문을 던졌다. 잔여물과 주위에 흩뿌려진 빛나는 입자가 지크의 용비늘을 태우며, 격의 차이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당신들은 그 구원을, 그저 고집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인간도 천사도 똑같구만! 자기들만 좋으면 전부 좋다고 여기지! 그렇다면 알 수 있을 텐데!?"
[모르겠습니다]
"천사의 사정으로 죽는 인간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사정으로 천사가 죽는 것뿐이다!"
[이 무슨 폭언일까요 ......]
용안으로 노려보는 지크가 내세운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자기 정당화. 아크만은 인간의 탐욕스러움을 한탄했다.
인간 측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릴리스의 탄생을 방해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설득은 무의미하군요]
"한참 전에 그랬어."
분명한 생물의 벽이 있는 한, 아니 동족이라 할지라도 확고한 주장을 가지고 있다면 교류할 수 없다. 화해는커녕 타협조차 없다.
애초에 아무리 옷을 태워도, 인간의 칼날은 제2천사를 다치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발도 제대로 못 차는 어린애를 노리다니, 천사님의 말씀은 역시 다르네~"
[ㅡㅡㅡㅡ?]
복잡하고 유려한 궤적을 그리며, 수많은 마력 화살이 아크만을 향해 날아왔다.
"아이를 노리는 것은 확실히 어른의 약점을 노리는 것이야.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호랑이의 꼬리를 밟는 행위이기도 하지. 이 아저씨도............ 열받았다고."
화살은 넴의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마법진에서 발사되었는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정교한 마법임을 알 수 있었다.
부녀자들이 대피하는 것을 지켜본 넴은, 짜증을 내뱉내며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한다.